가을이 갈피를 잡지 못합니다.

하루는 포근하고 하루는 쌀쌀하고,

또 하루는 바람 불고, 하루는 빗줄기를 쏟아냅니다.

아침은 맑고 저녁엔 흐리거나 갑자기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질 때도 있습니다.

늘 그런 식이어서 변덕쟁이 봄이 기겁을 할 정돕니다.

오늘도 음산한 미소를 짓는 폼이 못된 심술 바람이라도 불어댈 음모를 꾸미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님 큰 맘 먹고 활짝 갠 밝은 햇살을 비춰줄지도 모르겠고요.

환갑 진갑 다 지나 훅 불면 날아갈 것 같은 가을이 말이죠.




하도 매기가 없다보니 엊그제 두건 팔린 것도 꽤 화제꺼립니다.

하기야 11월 한 달 내내 팔린 게 10건이 넘을까 말까 하니 굳이 이상하달 것도 없습

니다.

온통 촉각을 곤두세우는 문제가 그거 하난데 세간의 관심이 쏠리는 건 너무도 당연

한 얘깁니다.

사정이 그렇다보니 말들도 많습니다.




믿고 싶은 건지 사실인 건지 따질 겨를도 없이 무턱대고 바닥을 찍었다는 소리가 제

일먼접니다. 알량한 급매물 두건 팔린 것을 두고 바닥탈출 얘기까지 나도는 것을 보

면 애가 닳아도 엄청 닳은 모양입니다. 대체로는 냉정하게 보는 시각이어서 급매물

이 소화된 것일 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만한 일은 아니라는 해석이 다수입니다.

하지만 최근 며칠 사이 가격이 떨어진 매물이 추가로 등장하지 않은 점 등을 들어 추

가 하락은 멈추지 않았냐는 긍정적인 시각도 상당합니다.

실제로 개포주공 등 강남권재건축 단지들이 낙폭이 컷 던 지난주와 다르게 급매물이

팔리면서 호가가 높아진 매물이 등장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하락세가 멈출 가능성

에 힘을 싣습니다.




여기에는 몇 가지 이유가 더해집니다.

엊그제 박원순 시장이 서울시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재건축사업과 관련한 공식입

장 표명과도 무관치 않다는 해석입니다.

“주택경가가 어려운 상황인데다 저 스스로도 재건축에 대한 충분한 철학과 구체적

인 방향이 마련되지 않아 과거의 정책을 그대로 이어가는 게 당연하다고 본다.”면

서 “뉴타운 문제는 조금 다르지만 우리의 재건축 정책은 국토부의 입장과 크게 다

를 바가 없다.”고 했습니다.

또한 사업의 일관성 영속성 지속성 등이 중요하다며 사실상의 기존의 서울시 재건축

정책에 바뀐 게 없다는 점을 천명했습니다.

그동안 강남권재건축시장을 급랭시킨 주범으로 지목됐던 박원순 시장의 재건축에 대

한 부정적인 우려를 단칼에 불식시킨 셈입니다.




그것뿐만이 아닙니다.

한국경제가 심상치 않다는데 있습니다.

글로벌 경기침체와 유럽재정위기가 한국경제를 압박하고 있습니다. 가계부채 급증,

중산층 몰락, 양극화 등이 맞물려 국민생계를 위협하는 정돕니다.

무엇보다 주택시장 악재가 가뜩이나 취약한 한국경제의 발목을 잡는 양상입니다.

집값이 하락하고 더구나 거래가 얼어붙다보니 실질적인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

이르러 서민들의 삶이 갈수록 팍팍해집니다. 주택건설경기가 위축되고, 주택건설경기

는 다른 산업에 파급효과가 매우커서 국가경제 전체의 심각한 침체를 불러올 수 있

는 우려가 팽배한 실정입니다.




툭하면 주택경기 활성화대책을 내놨지만 늘 상 한 박자 늦은 대처로 오히려 사태를

더 악화시키기 일쑤입니다. 정작 필요한 알맹이는 쏙 뺀 채 변죽만 울리는 게 다여

서 잠시 약발이 받는 것 같다가도 이내 그 모양 그 타령입니다. 심지어는 사태를 더

악화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결국 찔끔찔끔 내놓는 대책으로는 시장에 내성만 키울 뿐 되려 시장을 악화시킨다는

것입니다. 근본적인 시장의 어긋난 규제를 그대로 두고 땜질식 정책으로는 주택시장

은 더욱 꼬일 수밖에 없습니다.




부채상환비율 규제를 풀어야한다고 하고 필요하다면 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카드도

써야한다고 합니다.

특단의 대책을 내놔서라도 주택경기를 살려야한다는 얘깁니다.

베이비부머 세대 문제를 비롯한 부동산시장이 투자보다는 실수요위주로 개편되고 경

제전반이 어두운 상황이라 과감한 규제 완화가 된다 해도 그 부작용은 크지 않을 것

이라는 것입니다. 설령 약간의 부작용이 수반된다 하더라도 지금은 그 방법 외는 다

른 도리가 없다는 해석입니다.

과감한 카드를 쓸 때라는 지적이 줄을 잇습니다.

특별히 다른 대안을 마련할 길이 없다는 점에서 또한 절박한 상황에서 여느 때와는

다른 실효성 있는 해법이 필요하단 이유 때문입니다.

저간을 보면 과감한 대책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뜻입니다.




임대아파트공급과 부채탕감으로 대표되는 서울시장의 공약실천이 출발선에 섰습니

다.

공공성에 배치되는 여부와 상관없이 부동산시장이 살지 않고서는 달성이 불가능하다

는 평가가 주륩니다.

재건축정책 변함없다는 박원순 시장의 답변과 궤를 같이합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적어도 경제만큼은, 특히 부동산만큼은 해낼 것이라는 기대가 컸

던 지난 몇 년 이었습니다.

기대는 처절하게 무너졌고, 몸과 마음은 상처투성입니다.




기대는커녕 죽지 않으면 다행이라며 잔뜩 겁을 먹었습니다.

피할 길도 없을 거라며 걱정이 태산이었습니다.

하지만 선입견이 괜한 오해를 불러일으킨 게 아닌가 싶습니다.

오히려 얽혀있던 실타래가 풀릴 것도 같은 예감입니다.

잘하면 무릎을 탁치며 쾌재를 부를지도 모르겠습니다.

이게 바로 새옹지마(塞翁之馬), 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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