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으스스해졌습니다.

샛노란 은행잎이 이리저리 바람에 흩날리는 은행나무 길엔

바바리 옷깃을 세우고 한껏 멋을 낸 사람들이 모두가 시인이 된 표정입니다.

발에 채인 나뭇잎을 툭툭 차내며 소싯적 문학 소년소녀 꿈을 떠올리는지

지그시 눈을 감고 깊은 사색에 잠겼습니다.

가슴을 활짝 열고 코를 벌름거리며 농익은 가을 내 음을 한도 없이 들이 마십니다.




가을이 깊었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정취에 취해 하루해가 어떻게 가는 줄도 모르겠습니다.

이렇게 마냥 취하기만 할 때가 아닌데..

가는 가을을 어떡하든 잡아야 할 텐데..





한바탕 지각변동을 예고하고 나섰습니다.

폭풍이 쓸고 간 자리는 묘한 긴장감이 감돕니다.

워낙 생각이 다른 두 각이 대립한 탓인지 그 파장은 쉽게 짐작이 가지 않을 정돕니

다.

어쨌든 한바탕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조짐입니다.




기대도 많고 우려도 많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문제야 누가하든 별 탈이야 있겠어요?

이를테면 아무 탈 없이 잘 달리는 자동차 바퀴를 뺀다든지 아직 쌩쌩한 운동화가 마

음에 안 든다고 느닷없이 구멍을 뚫는 따위는 설마 있기야 하겠어요?

아무리 막강권력을 가졌다 하더라도 소시민 사는 게 하루아침에 싹 달라지기야 하겠

냐는 소립니다.

시장이 바뀌건 지각변동이 예견되건,

사는 건 여전 할 테고, 늘 그 모양 그 타령이지 그만그만한 민초들에게 갑자기 무슨

횡재수가 있겠냐 싶어서 하는 얘깁니다.

물론, 좋아지기만 하다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을 테지만 말입니다.




지난 8월말 즈음이 생각납니다.

집값이 바닥을 치고 고개를 들기 시작할 무렵입니다.

강남권재건축시장의 급매물이 동이 나고 호가가 높아지면서 회복장세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질 때입니다.

느닷없는 미국신용등급 하락을 시작으로 그리스 재정위기 사태가 터지지만 않았어도

제정신을 찾을 그런 시기였습니다.

막 피기 시작한 꽃봉오리가 얼떨결에 된서리를 맞고 폭삭 사그라졌습니다.

개포주공이 한바탕 혼찌검이 나고 잠실5단지를 거쳐 둔촌주공이 혼비백산 했습니다.




어렵사리 다시 제정신을 찾았습니다.

상처 난 몸을 추슬러서 슬슬 몸을 일으킬 찰나입니다.

재건축초과이익환수 제를 완화한다면서 분위기를 잡고 취득세 감면시한이 도래하기

전에 집을 사야하는 게 아니냐는 컨센서스가 막 무르익고 있는 중입니다.

형편없이 떨어진 급매물이 팔리기 시작하고 회복장세의 기대가 한층 높아졌습니다.




설마 이제 막 제정신을 차린 부동산시장을 패대기야 치겠어요?

재건축 연한에 무관하고 진행이 순조로운 강남권재건축을 밀어주면 밀어줬지 해코지

까지야 할 일이 뭐가 있겠냐는 얘깁니다.

어차피 새 권력이든 헌 권력이든 서민들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닌가요?

서민들이 배부르고 등 따셔야 어깨에 힘도 주고 그런 거 아닌가요?

부동산 때문에 속들이 새카맣게 탄 얘기는 그동안 하도 들어서 귀에 딱지가 앉았을

거고요. 그것이 무능한 전임자의 책임이라는 것도 늘 상 하는 말씀 아니셨나요?

부동산을 살려야 경제가 산다는 a,b,c 정도는 기초 중에 기초에 속하는 거라 빤히 꿰

뚫고 있을 거고 말입니다.





이번엔 한번 믿어보라 하지 않으셨던가요?

그래서 지각변동이다 뭐다 하며 다들 눈들을 똥그랗게 뜨고 기대 만 땅 인거 잘 아시

죠?

사실 더 나빠질 레야 나빠질 것도 없지만 말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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