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요란한 행차 덕에 날씨가 부쩍 차졌습니다.

한여름을 방불케 천둥치고 벼락치고 오락가락 소낙비까지,

다소 과하다 싶게 난리법석을 떤 끝은,

애꿎은 나뭇잎들만 된통 혼찌검이 났습니다.

채 물들지도 않은 낙엽들이 비바람에 바닥을 수북이 덮었습니다.

개중에는 볼썽사납게 앙상한 가지만 남아 을씨년스럽게 폭삭 겨울로 간 친구들도 적

지 않습니다.

쌀쌀해진 출근길은 두터운 겨울옷으로 단단히 여몄습니다.

가을이 총총걸음을 칩니다.




한주 내내 걸려온 전화랬자 열손가락을 꼽아도 남을 정돕니다.

집값이 떨어지고 거래가 뚝 끊겼다는 보도가 잇따르자 전세를 찾는 전화나 시시콜콜

한 전화까지 합쳐봐야 하루 열 건이 넘을까말까 하는 판입니다.

집을 사겠다는 구체적인 전화는 고사하고 건성으로 시세를 묻는 전화가 태반으로 그

마저도 하루 한 두건이 고작입니다.

그것도 대부분이 집값이 걱정된 집주인들인 점을 감안하면 실질적으로 매수세는 자취

를 감춘 셈입니다.




개포주공의 하락세는 진정국면에 들어섰습니다.

10월 들어 급격히 추락하던 집값이 멈췄습니다. 집값이 과격하게 떨어지자 급 급매물

을 겨냥한 발 빠른 매수세가 움직였기 때문입니다. 급매물이 팔려나간 자리엔 재빠르

게 호가를 올린 매물까지 자리했습니다. 2008년 리먼 사태를 떠올리며 느긋하게 뒷

짐 지던 이들이 뒤늦게 시장에 나섰지만 1000만~2000만원 높아진 호가에 아쉬운 표정

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도 보입니다.




개포주공의 가격이 떨어질 때만해도 설마설마 하던 여타 강남권재건축 단지들이 후

폭풍을 맞아 골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둔촌주공은 2008년 사태 이후 듣도 보도 못한 가격대까지 추락했는데도 매수세가 움

쩍도 하지 않으니 때마침 쌀쌀해진 날씨에 엄동설한이 따로 없을 지경입니다. 10월

이 반이나 지났는데도 거래 한건이 없어 속들이 새카맣게 타들어갑니다.

지난 1월 대비 큰 평형은 1억을 훌쩍 넘겼고, 기껏해야 2000만~3000만원 떨어지는

게 고작이던 소형평형까지 5000만원을 훌쩍 넘겼습니다.




부동산전문가들조차 딱 부러진 전망을 내놓기를 꺼려합니다.

그만큼 앞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때문이겠지요.

한치 앞을 가늠하기가 쉽지 않은 때에 어설픈 족집게 무당처럼 떠벌려 놨다 그 뒷감

당이 두려운 것일 테지요.

개포주공이 이제 겨우 터닝 포인트를 잡았을 뿐 후폭풍으로 정신을 차리지 못하는 시

장을 두고 바닥이 보이느니 회복의 기미가 있다느니 너스레를 떠는 게 여간 부담스러

울 테니 말입니다. 더구나 온천지가 꽁꽁 얼어붙었는데 봄이 온다는 한마디에 솔깃

할 리도 없을 테고 요.




혹자는 멀었다고 하고,

그래서 더 기다려야한다고 짐짓 여유를 부립니다.

바닥이 보인다는 소리엔 단호히 손사래를 칩니다.




그러나 현장의 느낌은 꼭 그렇지 않습니다.

올 때까지 왔다는 생각입니다.

더 이상 추락할 데가 없다는 생각입니다.

주택 투자의 적기가 당장 코앞에 왔다는 얘깁니다.




추락하던 개포주공이 불현듯 다시 살아나는 것을 보고 말이죠.

대내외 악재가 수습되는 국면에 2008년 이후 집값이 최악까지 떨어진 것을 보고 말이

죠.

강남권 재건축시장 말고는 거래가 속속 살아나다는 소식을 듣고 말이죠.

취득세 부담이 해를 넘기면 네 배로 훌쩍 뛰면서 거래에 따른 부담도 네 배로 훌쩍

뛸 것이기 때문에 말이죠.

셈이 똑 부러진 현명한 투자자들 때문에 말이죠.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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