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이 보이니 불안도 작아진다는 거겠죠.
그리 사태 파악이 안돼서야 어찌 이 험한 세파를 헤칠 것인지 사뭇 걱정입니다.
오지랖 넓은 새벽은 벌써 가을 선두에 서서 산들산들 엉덩이를 흔들어 댄지가 오래
고
북쪽 설악산 등성엔 이미 단풍이 시작돼서 바야흐로 일품 가을이 본격인데 말입니다.
한낮 미련 곰탱이 같은 늦더위 얘깁니다.
누렇게 팬 나락이며 길가에 끝없이 늘어선 코스모스에, 주렁주렁 열린 먹음직스런 감
까지.
누구 할 것도 없이 오래전에 까맣게 잊어버린 여름끝자락을 붙잡고 아직까지 제 딴
엔 아양을 떤다며 실제는 궁상을 떨고 있으니 말입니다.
발이 느리면 눈치라도 빨라야지요.
가진 게 없으면 줄이라도 잘 서야지요.
환갑진갑 다지나 허리가 꼬부라진 여름 뒷자락을 잡고 무신 영화를 누릴 끼라고..
국제 금융시장 불안으로 원 달러 환율이 치솟고 주가가 급락하자 부동산시장에 불똥
이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가 역력합니다. 그렇지 않아도 엉금엉금 살얼음판을 걸어와
제 한 몸 간수가 녹록치 않은 처지에 설상가상으로 찬물이라도 끼얹을 라 치면 영락
없는 동태 꼴 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입니다. 일부에서는 imf, 리먼브라더스 악몽
을 떠올리며 폭락론마저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사실 지난 imf, 리먼브라더스 위기 때마다 집값은 어김없이 출렁였습니다.
외환위기 때인 1997년 말부터 이듬해 6월까지 집값은 반 토막이 났습니다. 헐값에 집
을 팔고 졸지에 길거리에 나앉은 서민들의 가슴 아픈 사연들로 봇물을 이룰 정도입니
다. 2008년 리먼 사태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그해 8월부터 연말까지 30%를
넘게 집값이 떨어졌습니다.
그 참담한 암흑 속에서도 용감한(?) 투자자의 횡재사례는 몇 년이 흐른 오늘까지 부
동산시장에서 바닥투자의 전설로 회자되고 있기도 합니다. 한편에선 그 바닥 투자의
로망만을 추구하다 아직까지도 부동산시장을 겉돌기만 하는 안타까운 사연도 적지 않
습니다.
그러나 아직 국내 주택시장에 급격한 위기 징후는 나타나지 않고 있습니다.
금융위기에도 주택시장은 비교적 안정된 모습입니다. 작년 말 부터 강세를 보여 온
지방 집값은 미미하지만 소폭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도
거래가 활발하지 않아 그렇지 집값이 폭락하는 사태는 발견되지 않습니다. 오히려 전
세금이 올라 매매수요로 돌아선 수요로 인해 소형주택이 거래되면서 소폭이나마 오
른 경우도 눈에 띌 정돕니다.
다만, 강남의 10억 원이 훌쩍 넘는 고가아파트는 가격하락폭이 커졌습니다. 내 노
라 하는 강남의 수십억 원대의 고가아파트는 수억 원씩 가격이 하락했다는 소식은 이
젠 새삼스럽지도 특별하지도 않은 평범한 얘기꺼리가 된지 오랩니다. 금융위기 때문
이 아니라 그동안 침체가 깊어진 부동산시장의 한 단면일 뿐이라는 얘깁니다. 투기
적 성향이 강한 강남권재건축아파트가 비교적 민감한 반응을 보이기는 하나 1000만
~2000만원 싼 급매물은 고작 하루 이틀 뜸을 들이고서는 썰물처럼 빠져 나갑니다.
두 번의 위기는 많은 것을 잃게 했고 많은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겼습니다.
하지만 두 번의 위기가 가져다 준 것도 있습니다.
리먼 사태 당시, 또 imf 당시, 대공황 공포까지 엄습했지만 대한민국은 큰 영향이 없
었습니다. 다시 당당히 일어섰고 부동산 시장은 건재했습니다.
우리는 그것을 반면교사라고도 하고 학습효과라고도 합니다.
그것 때문에 우리는 더욱 강해졌고, 펀더멘탈은 다져졌습니다.
물론 리먼 사태이후 3년 동안 하향조정을 통해 만신창이를 겪었고 그 때문에 엄청난
고통을 감내해야 했지만 말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금융위기를 가볍게 본다거나 위기가 찾아올 가능성을 전혀 배제한다
는 뜻은 아닙니다.
최근 주택시장의 매수기반이 크게 약화돼 금융위기가 장기화되면 한바탕 곤혹을 치를
지도 모릅니다.
금리가 동결돼서 다행이지만 혹여 금리가 오른다면 그것 또한 불안요소임이 틀림없습
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크게 낙담하지 않는 것은,
학습효과로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는 이유에섭니다.
앞이 보이니 불안도 작아진다는 거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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