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한 안달을 냈었나 봅니다.
웬만큼 법석만 떨지 않았어도 안달을 낼 필요까지는 없었는데요.
어지간히 고생을 시켰어야 참던지 말든지 하죠.
늦은 봄부터 여름 내내는 장맛비로, 때 아닌 늦더위는 추석을 넘겨서까지, 이만저만
생고생을 시켰어야죠.
결국 하룻밤 새 맥도 못 추고 꼬리를 팍 내릴 거면서 말입니다.
그러기에 내 뭐라든가요.
주제넘게 까불지 말라고 안했던가요?
세월 앞에 장사는 없다니까요.
괜한 안달을 냈었나 봅니다.
조신하게 참고만 있어도, 어련히 알아서 제 발로 턱 들어설 텐데요.
지난해는 추석이 지나고 나서 바람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연초 반짝하던 시장은 봄기운이 나면서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한여름 내내 바
닥을 다지고 추석에 이르기까지 주택시장은 엄동설한이 따로 없을 지경입니다. 시공
사선정 문제로 들썩이면서 언론의 시선이 집중되는데도 완전 꿔다 논 보릿자루 취급
입니다. 8월 28일 시공사선정이 되고 다음날 정부의 부동산 대책이 발표되고 나서도
별 신통한 반응을 보이지 않던 시장이 추석이 지나고 나자 조금씩 기척을 내기 시작
합니다. 추석이 지나면 살아난다는 전망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하도 골이 깊은 시
장이라 의례 것 해보는 소리려니 했습니다. 거짓말 같은 회복세는 이후 지난 1월에까
지 이어졌습니다.
추석이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아직까지 예전의 그 바람이 분다는 징후는 어디에고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까지 시장상황을 보면 지난해와 판박이나 다름없습니다. 숨 가쁘게 치닫던 기세
는 1월을 지나자 주춤거리고 봄이 완연한 3월에는 하락세가 뚜렷해졌습니다. 그렇게
떨어지던 집값은 7월 다시 예전의 바닥을 찾았습니다. 그러는 동안 정부는 집값과 전
세 값을 잡겠다며 셀 수도 없이 대책을 쏟아냈고 그럴 때마다 맞장구라도 치듯 반짝
거래가 있었지만 이내 풀이 죽었고 금 새 얼어붙기를 반복했습니다.
시세보다 싼 급매물만 팔리는데도 2008년 이후 학습효과로 시장을 손바닥 보듯 내려
보게 된 집주인들은 쉽사리 가격을 낮춰 매물을 내놓지도 않습니다. 오히려 급매물이
라도 두세건 팔리게 되면 지레 짐작으로 호가를 올리기가 일쑤입니다. 그러다보니 매
수는 매수대로 잔뜩 코가 빠진데다가 매물까지 가뭄에 콩 나는 격이다 보니 거래는
점점 더 미궁에 빠질 수밖에. 지난해가 그렇고 올해가 또 다르지 않습니다. 아예 세
월이 거꾸로 가는 게 아닐까 착각할 정돕니다.
찬바람이 나면 나아질 거라 했습니다.
심지어는 추석 이후 제대로 된 큰 시장이 선다는 설까지 나돌았습니다.
시장이 이렇듯 형편무인지경인데 웬 가당치 않은 소리냐며 게거품을 무는 비관논자
가 없는 건 아니지만 이러한 회복 설에도 나름 그럴듯한 근거는 있습니다.
우선 시장 상황이 작년과 똑같다면, 다시 말해 집값이 지난여름 바닥이었고 지난해
여름의 추세를 반추해보자면, 다시 오를 것이 빤하다는 것입니다. 다소 과학적이지
못한 해석이긴 해도 다람쥐 쳇바퀴 돌 듯 돌고 도는 부동산시장을 감안하면 반드시
아귀가 맞지 않는다고 구석으로 내 몰일도 아닙니다.
실제로 지난해 추석이후 좀처럼 살아날 것 같지 않던 시장이 가을 산들바람에 살아
나 이듬해 1월 고점을 찍었지 않으냐는 것입니다.
지난해 시공사선정으로 북적댈 때도 시장이 그 정도였는데 요즘 미국에다 남유럽 금
융위기로 뒤숭숭한 판에도, 2008년 리먼브라더스 사태 이후 참담했던 그 시절을 비웃
듯 이만큼 선방하는 것이 대견합니다. 이는 주택시장이 더 이상 추락할 데가 없어서
라는 해석과 시장이 웬만한 충격에는 무너지지 않을 자생력을 갖췄다는 해석이 설득
력을 얻고 있습니다.
사상 유래 없는 전세난으로 전세금이 집값에 육박하는 상황에 이르렀는데도 전세수
요에 머물러 있는 것도 이미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더 이상 전세수
요에 머물러 있기에는 부담스런 상황이라는 뜻입니다.주택시장의 순환 고리의 첫 번
째 열쇠는 최초 주택구입자인 셈이고 한계점에 이른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면
서 주택시장의 순환 고리를 푸는 불쏘시개가 될 거라는 얘깁니다.
추석은 지났고 가을바람이 삽상합니다.
한바탕 바람이 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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