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랍시고 아침저녁만 선선했지 한낮 따가운 햇살은 한여름을 방불케 합니다.

한여름은 장마에 밀려 끽소리도 못 내더니 다 늦게 웬 수선인지 모르겠습니다.

더위고 장마고 이젠 신물이 나고 꼴도 보기 싫은데 말입니다.




선선한 한밤중 덕에 꿀맛 같은 잠이라도 푹 잤으니 참는 수밖에요.

그나마 익어가는 곡식에는 보약이라는데 꾹꾹 눌러 담는 수밖에요.

높다란 푸른 하늘 보면 새카만 속이라도 뻥 뚫리니 며칠만 더 눈 찔끔 감고 봐줄 수

밖에요.




코스피가 미국 발 경제지표 호재와 저가매수 유입으로 1800선을 상향 돌파했습니다.

미국 7월 내구재 주문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증가한 데 힘입어 뉴욕 증시가 상승 마

감하자 차화정 주를 중심으로 저가 매수가 유입돼 주가를 더욱 끌어 올리고 있습니

다. 애플의 스티브 잡스가 갑자기 사임을 발표한 것도 국내 it 주를 중심으로 호재

로 작용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런가하면 금값이 100달러 이상 빠지면서 지난 2008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내

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4일 국제 상품시장에서 금값은 차익 실현을 원하는 투자자

들의 매도세로 큰 폭으로 하락했습니다.




롤러코스트를 타며 널뛰기를 반복하는 주식시장의 반짝 반등세나 금값이 큰 폭으로

하락한 일시적인 장만을 보고 시답잖은 진정국면을 얘기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국내외의 내 노라 하는 전문가들조차도 섣부른 전망을 주저하는 애매한 형국에, 어설

픈 식견으로 몰매를 자초할 정도로 몽매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다만 뚜렷하지는 않아도 2008년 그 암울한 시기를 떠올리기에는 지금의 상황이 너무

도 부정적이지 않다는 것을 얘기하고 싶을 뿐입니다.

경기에 가장 민감한 주식이나 선물시장의 흐름을 관찰해 볼 때 2008년의 폭락 사태

는 물론 더블딥의 우려가 지나치다는 일각의 견해를 전하고 싶을 따름입니다.




무려 3000만원이나 가격을 낮춰 8억3000만원의 급매물로 팔기를 자처하던 2단지 25

평 집주인은 매물을 걷어 들였습니다. 과도한 대출금 부담으로 전전 긍긍하던 차에

시장이 더 나빠질 것 같아 팔기를 작정했었습니다. 표면적으로는 급한 불은 껐다는

것으로 대출 압박을 벗어날 대안을 마련했다는 것으로 해석되지만 실상은 그게 다는 아닐 수 있습니다.

아무리 급하다 해도 덤핑물건 팔아 젖히듯 헐값에 팔아 치울 수는 없다는 생각 때문

입니다.

재건축으로 45평을 배정받고도 5600만원을 돌려받을 수 있는데, 계획대로 2016년 입

주가 이루어 졌을 때는 아무리 낮게 잡아도 12억~13억은 족히 넘을게 빤히 보이는데

말입니다.

최소한 8억6000만원, 시세 이상은 돼야겠다는 생각입니다.




3단지 31평을 7억5000만원의 급매물을 내 논 집주인은 1000만원을 더 받기를 고집

하면서 매수자의 발길을 돌리게 했습니다. 당초 상위 평형으로 갈아타고자 하는 의도

라서 상위 평형의 급매물이 마땅치 않은 이유도 있었지만, 그 가격에는 팔지 않겠다

는 거였습니다. 역시 헐값에는 팔고 싶지 않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재건축으로 34평

을 배정 받고도 1억3천만 원을 돌려받는데, 아깝다는 얘깁니다.

사실 갈아타는 거야 시세대로 팔고 사는 거라 시장상황에 관계없이 단지 내에서 가

장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거래입니다. 그만큼 리스크가 적은 관계로, 상위 평형간 가

격차가 좁혀지는 집값 하락 시기가 갈아타기의 적기로 여겨질 정도라 비교적 부담이

덜할 텐데도 선뜻 결정을 못한 것입니다.




그야말로 가뭄에 콩 나듯한 귀하디귀한(?) 매수세가 집주인들의 생각이 바뀌는 바

람에 발길을 돌렸습니다. 어찌 보면 글로벌 금융 위기가 어쩌고 하면서 더블딥을 예

사롭게 떠드는 비상시국에 웬 가당치 않은 얘기냐 할지 모르겠지만, 며칠사이 둔촌주

공 내 버젓이 있었던 실제 상황입니다. 최근 일주일 사이 둔촌주공을 찾은 매수세라

야 이들이 전부입니다.




하루 종일 가야 전화 한통이 고작일 때가 태반입니다.

며칠이 가야 집을 사겠다며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눈이 짓무를 지경인데도, 시장이

썰렁하니 집값을 내려서라도 팔아야겠다는 급매물이 쏟아지기는커녕 있던 매물도 들

어가는 형국이 괴이합니다. 그렇다고 당장 집값이 치솟는 게 아닌 건 불을 보듯 빤

한 노릇인지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어정쩡한 날들이 가슴을 답답하게 할 따름입

니다.

하지만 증시를 비롯한 국내외 경제상황이 더 이상 파국으로 치닫는 모습은 아니어서

일말의 가능성에 귀를 곤두세우며 작은 희망을 키울 뿐입니다.




하루는 천당이고 하루는 지옥이고를 반복하다보니 어디가 천당이고 어디가 지옥인

지 분간이 안 될 지경이긴 해도, 최악의 파국은 벗어날 조짐입니다.

다행스럽게도, 미국이 충격에서 벗어나는 모습을 보이며 이러한 추세가 점차 확산된

다는 관측입니다. 무엇보다 금융 불안으로부터 한국의 영향은 극히 제한적이라는 평

가가 잠시라도 안도의 쉼을 쉬게 만듭니다.

‘조심스럽지만’ 이라는 단서는 아직 꼭 붙어 다니지만 말입니다.




모퉁이는 돌았습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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