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까지만 해도,

여름을 깡그리 절단을 낸 장마가,

가을장마까지 염두에 두고 있단 예보였습니다.

가을조차도 장마가 접수한다는 거여서,

파란하늘에 뭉게구름 산들바람은 어쩌면 포기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거였습니다.




햇살이 환하고 높다란 파란 하늘엔 뭉게구름이 둥실 떠있습니다.

산들바람이 삽상한 게 가을이 제대로입니다.

아마도 밤새 고민 끝에 생각을 바꾼 모양입니다.

여름 내내 꽤나 송구스러웠던 게지요.

아무리 그렇더라도 기별은 내셨어야죠.

가을이야 언제와도 대환영이지만 이렇게 불쑥 찾아오면 너무 당황스럽잖아요.

미처 마음의 준비도 못했는데 말에요.

행여 또 하루밤새 마음을 확 바꿀까 두렵기도 하고요.

하지만 아무렴 어때요.

가을, 무조건 대환영입니다요.




단박에 요절을 낼 것처럼 난리법석을 떨 때는 바짝 쫄았습니다.

주가가 요동치고 연일 방송이며 신문이 호들갑 떨 때는 또 2008년 그 짝 나는 줄 알

았습니다. 몇 달 밥 굶을 각오라도 해야 될 줄 알았습니다. 요즘 무상복지 타령에 배

부른 소리깨나 하는 처지가 졸지에 절단 나는 게 아닐까 걱정이 되기도 하고 말입니

다.




솔직히 모처럼 살아난 부동산시장이 어찌될까가 가장 큰 걱정꺼립니다.

최악의 경우 2008년 꼴 난다해도 어차피 살아날게 빤한 이치라 그저 그렇기는 해도

당분간은 마음고생으로 집주인들이 힘들 일을 생각하니 지레 걱정이 돼서 하는 소립

니다.

3분의1 토막이든 반 토막이든 어김없이 살아나는 강남권재건축시장이라 투자자에겐

오히려 기회가 될 테지만 말입니다.




우려했던 거 보다는 훨씬, 심각한 기색은 찾을 수 없습니다.

주식시장이나 외환시장의 움직임도 급격히 안정을 찾아가는 모습입니다.

속으로야 어떨지 모르지만 표면적인 모습은 의외로 차분하게 제자리를 찾아가는 모습

입니다. 다소간의 우려만 있어도 최악의 경우를 가정하며 속을 뒤집어 놓기가 일쑤

인 언론보도도 어쩐 연유인지 다소곳하기만 한 게 의구심이 날 정도입니다. 설마 그

옛날 독재정권 때처럼 보도지침으로 언론 통제를 할리는 만무일 테고 말입니다.

오늘은, 오히려 7월 회복장세가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장밋빛 전망을 내놓는 보도까

지 등장했습니다. 친절하게도 금융시장 불안 여부에 따라서 변수가 있을 것이란 조심

스런 꼬리를 달았지만 말입니다.




웬만하면 이만한 악재에 2주가 가깝도록 거래가 실종됐으면 1000만원이라도 가격

을 낮춘 매물이 등장할 법도 한데 급매물이 도통 눈에 띄지 않습니다.

7월, 북새통까지는 아니라도 급매물이 바닥을 드러내며 모처럼 생기를 찾은 시장에

서 2000만~3000만원 호가를 높인 매물은 한동안 어리둥절하던 표정이 점차 제정신을

찾는 모습입니다. 매수가 거의 실종된 상황인데도 그다지 급할 것도 없다는 표정으

로 당분간은 지켜봐도 나쁠 게 없다는 태돕니다. 보도도 보도지만 분위기를 보아하

니 2008년 그것과는 달라도 한참을 다르다는 생각입니다.




급할 게 없다는 게 집주인들의 생각이나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투자자의 생각이

나 딱 부러지게 누구한편의 손을 들어주지 못하는 맘이 답답할 지경입니다.

한쪽은 시장이 좋아진다는 것이고 한쪽은 더 나빠진다는 것이니 어느 한편을 일방적

으로 편들기에는 참 어정쩡한 상황이라는 얘깁니다.

하지만 굳이 옥석을 가리자면 그럴듯한 방법이 없는 건 아닙니다.

어느 누구도 백과사전처럼 명쾌하게 답을 주지는 않아도 징후를 보고 판단하는 방법

말입니다. 과거를 반추해서 유추해내는 그런 방법 말입니다.




부동산시장의 동향을 보고,

언론보도와 전문가들의 전망을 귀담아 듣고,

무엇보다도 현장의 느낌을 가지고 감을 잡는 방법입니다.

최소한 바닥은 아니라도 무릎은,

상투는 아니라도 어깨는 잡을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적어도 강남권 재건축시장에서는 통하는 방법입니다.

왜냐하면, 반드시 살아나는 시장에서만 통하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집주인의 손을 들어줘야 백번 맞겠고요.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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