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떠민 것은 이른 장마였습니다.

장마가 끝나기 무섭게 기승을 부린 것도 늦은 장마였습니다.

여름 내내 북 치고 장구 치고,

그들만의 잔치는 그칠 날이 없습니다.

툭하면 100미리가 넘는 폭우를 쏟아 부우며 사뭇 신바람이 났습니다.

끝도 없는 욕심에, 열대야에 무더위는 말할 것도 없고 입추고 말복이고 간에 변변한

행색조차 내세울 틈이 없습니다. 덕분에 찌는 듯한 무더위 걱정은 한시름 덜었지만

그깟 일로 생색을 내기에는 도가 지나쳐도 한참을 지나쳤습니다.

그나저나 이제는 방 좀 빼야할 듯싶습니다.

낼 모래가 처서인데, 설마 그때까지 분탕질 할 생각은 아닐 테죠?

이젠 방 좀 빼 주셔야겠습니다.

가을은, 맑고 푸른 하늘을 훨훨 날고 싶거든요?




일단은 지켜보자고 했습니다.

하루 이틀 지켜보는 걸로 시장을 가늠하는 게 가당치도 않은 일인걸 빤히 알면서도

워낙 급작스런데다 휴가까지 겹쳐 섣부른 전망으로 모처럼 살아나는 매수세에 찬물

을 끼얹을까 우려가 컸던 탓입니다. 그렇다고 돼먹지도 않게 알량한 추측으로 태평

한 소리나 해 댈 그런 상황도 아니고 해섭니다. 그래도 휴가라도 끝나고 며칠 시장

이 부대끼고 나면 낌새라도 보일게 아닌가 싶기도 하고 해서 말입니다.




일단은 매수세는 한풀 꺾였습니다.

8월 시작과 함께 호기 좋게 팔린 5건 이외는 아직 팔렸다는 소식을 들은 적은 없습니

다.

급매물이 씨가 마르면서 올렸던 호가는 아직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엉거주춤 시

장에 남아있습니다. 틈새에도 저가 매수를 원하는 매수세가 간간히 저울질을 하지만

그 역시 적극성은 현저히 떨어졌습니다.

아무튼 집주인은 아직 태평하고 매수세의 다급한 마음은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와는 다르다는 게 지배적인 시각이긴 해도 움직임만은 여간 조심스

런 게 아닙니다. 극히 일각의 우려와는 다르게 시장의 충격은 점차 제한적인 모습이

분명해 보여도 섣부르게 나설 때가 아니라는 신중함이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롤러코스트를 타는 주식시장과는 다르게 부동산시장은 어찌 보면 지나치게 차분하고

침착할 정도입니다.




웬만하면 더블딥이니 폭락세라고 부추기는 게 저들입니다.

바늘 보면 막대기 봤다고 침소봉대하는 게 저들의 버릇입니다.

이만한 악재면 벌써 부동산시장을 두어 번은 들었다 놨다 했을 저들입니다.

늘 과장된 보도를 일삼던 저네들의 보도 관행을 보면, 이쯤 되면 풍비박산이 나도 한

참이 났을 땝니다. 2008년은 말할 것도 없고 그 이후에도 더블딥, 폭락장은 침체시장

의 단골 메뉴가 된지 오랩니다.

한데, 그 단골메뉴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우려가 된다는 소리는 있어도 곧 망하게 생겼다는 폭락 부추김은 어디에고 찾을 수

가 없습니다.




오히려, 미국 발 악재로 국내외 증시가 롤러코스트를 타듯 급등락을 거듭하자 투자

처를 찾지 못한 엄청난 규모의 여유 자금이 중장기적으로 부동산 시장으로 옮아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주택 시장의 변동 폭이 작았을 뿐 아니라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저금리 기조가 부동산 가격의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

섭니다. 최근 2~3년간 주택경기 침체로 집값이 대체로 낮게 형성된 점이 투자를 유인

하는 요소라는 것입니다.

시중에 넘쳐나는 부동자금이 부동산 시장에 유입될 가능성이 커 보이는 배경에는 투

자자들의 안전 자산 선호현상이 자리한다는 것입니다. 역사적으로도 주가가 급락할

때 주택가격의 변동 폭은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얘깁니다.




미국 금융위기 여파로 국내 증시가 하락세로 돌아서고 시가 총액이 200조원 넘게

증발 했는데도 급매물이 쌓이거나 호가가 급락하는 모습이 보이지 않고 있는 이유는

충격의 사정권에서 서울 부동산 시장은 벗어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는 것입니다. 수

익형부동산과 대기수요층이 두꺼운 강남권재건축 아파트는 지속적인 관심대상이라는

설명입니다.

올가을 전월세 시세가 더 오르면서 수익형부동산에 대한 관심이 더 커질 것이라며 강

남권재건축 수요도 관심이 늘어날 것이란 얘깁니다.




아직 시장을 가늠하기에는 시기상조입니다.

주식시장이 어떻게 될지 또 다른 변수가 튀어나올지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가 없습니

다.

지금까지 지켜본 봐 로는,

2008년 그것과는 다르다는 것 정도입니다.

최소한 언론보도는, 그 때의 암울한 그것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얘깁니다.

그 때는 희망이라고는 찾을 수 없었지만, 지금은 절망적이지 않다는 것 정도입니다.

의외지만, 오히려 기회가 될 수도 있다는 얘깁니다.

예나지금이나, 이쯤 되면 저들은 반쯤 숨이 넘어가게 마련인데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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