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 이른 더위니 장마니 할 때가 걱정이지,

이제 와서 새삼 두려울 것도 없습니다.

여름한철 그 모진 심술에도 멀쩡했는데,

태풍 이 아니라 그보다 더한 거라도 까짓 거 올 테면 오라는 얘깁니다.

그래봤자 벌써 팔월이 반 토막에다 낼 모래면 구월인데,

이빨 빠진 호랑이 신세인지는 알고나 계시냐는 얘깁니다.

그 험한 꼴 뒤에 숨은 가을 머리카락이 빠끔히 보인단 말입니다.




장대비를 혹은 뙤약볕을 뚫고 급매물을 사들인 이들이 이룬 시장입니다.

캄캄해서 한치 앞이 보이지 않는다던 그래서 바닥을 가늠할 수 없다던 시장이었습니

다.

하도 팍팍한 탓에 급매물이 하루 한건씩 팔릴 때에도 시기상조니 하며 의심의 눈길부

터 보내던 시장입니다.

그러다 말겠지 하던 시장입니다.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매입을 작정한 건 아닙니다.

그저 “많이 떨어졌구나. 이만하면 됐다.” 싶었습니다.

다른 시장은 몰라도 강남권재건축 시장만큼은 떨어질 만큼 떨어졌지 싶었습니다.

혹시 더 떨어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제 오를 때가 됐다 싶었습니다.




사실 걱정이 없었던 것도 아닙니다.

주변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습니다.

심지어는 더블딥이니 폭락설을 내세우며 극구 만류하는 이들이 태반이었습니다.

부동산은 한물갔다는 소리가 예사고 특히 강남재건축이 한물간 건 오래라는 얘깁니

다.

2008년 미국 발 금융위기 때를 들먹이며 조금 더 기다리면 거저줍는다고도 했습니다.

주변이 그런 식이니 걱정이 태산이라 결정이 쉽지 않았습니다.




강남권 수요에 비해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때문입니다.

공급부족으로 강남권재건축은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는 판단 때문입니다.

부담이 적고 진행이 빠르며 학군과 교통이 편리한 대단지를 택했습니다.

지난여름 저점이 넘어서기를, 근접하기를 기다렸습니다.

전세 값이 계속 오르고 전세금이 매매가의 60%에 근접했다는 보도를 보고 마음먹었습

니다.

수도권의 소형아파트가 조금씩 팔린다는, 전세수요가 매매수요로 전환되는 신호가 보

인다는 보도를 보고 결심을 했습니다.

여름휴가로 모두가 한가한 틈을 타서 말이죠.




재건축 진행이 빠른 것이 장점입니다.

금방이라도 재건축 진행이 될 것처럼 난리지만 사실 조합설립인가조차 되지 않은 단

지가 태반입니다.

심지어는 종상향이나 상업지역으로 변경이 수반되지 않으면 조합원들의 부담이 많아

진행이 어려운데도 마치 내년에 당장 공사라도 시작할 것처럼 호들갑을 떠는 게 예삽

니다.

그런가하면 이런저런 문제로 잡음이 끊이지 않는지도 유심히 살펴봐야합니다.

세세하게 따져보지 않으면 낭패 당하기 십상입니다.




강남재건축이라고 다 똑 같지는 않습니다.

최근, 유일한 걸림돌이었던 상가와 동시 재건축 문제를 해결한 둔촌주공처럼 모두가

순탄하지는 않다는 뜻입니다.

둔촌주공도 종 상향을 원하기는 하지만 종 상향이 되지 않는다 해도 낙담할일이 없습

니다.

종 상향이면 조합원부담이 더욱 줄겠지만 그렇지 않는 다 해도 부담이 늘어날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종 상향이 아니면 재건축 진행이 심각한 강남권 어느 단지와는 처지가 다르다는 얘깁

니다.




다른 시장은 몰라도,

적어도 강남재건축시장은, 오랜 잠에서 기지개를 켰습니다.

강남권재건축시장 다는 몰라도,

진행이 빠르고 조합원들의 부담이 적고 학군과 교통이 편리한 대단지는,

그러다 말겠지. 하지는 않을 조짐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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