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날은 희망찹니다.
새해 첫날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
새달의 첫날 또한 희망차기는 매 한가집니다.
게다가 이달은 행운의 럭키쎄븐 7월이 아닌가?
희망찬데다 행운까지,
호박이 넝쿨째 굴러온 격입니다.
첫날이 더욱 희망찹니다.
점심식사를 막 끝내고 식곤증에 천근같은 눈꺼풀을 감당할 수가 없어 의자에 기대
꾸벅꾸벅 졸고 있던 참입니다. 아침부터 내리기 시작한 장맛비는 어느새 장대비로 변
해 빗소리가 요란해 졌습니다.
장대비를 뚫고 불쑥 사무실로 들어선 이는 젊은 신사분입니다.
“둔촌주공이 궁금해서요.” 질문은 간단한데 표정은 사뭇 진지합니다.
“재건축 진행은 잘되나요. 나중에 34평 배정을 안정적으로 받으려면 어느 평형을 사
야하나요” 침착하게 캐묻듯 한 질문은 날카로운데 실상은 사전에 공부가 끝난 듯 지
식이 상당해보입니다. “사실은 잠실 트리지움 25평에 살고 있는데요. 둔촌주공으로
갈아타면 어떨까 싶어서요. 아내는 개포주공에 더 관심이 있어 하지만 나는 둔촌주공
이 괜찮다는 생각에서요” 자기는 둔촌주공이 투자효율 면에서 더 나을 거 같다는 얘
깁니다. 카페를 통해서 기본지식은 어느 정도 갖고 있다는 거였습니다. 집값이 많이
떨어 졌지만 지금이 오히려 기회다 싶다는 겁니다.
1단지 18평 급매물가격이 6억6000만원이고 재건축시 34평 배정가능하며 추가 분담
금 없이 1400만 원 가량 환급이 발생한다고 했습니다.
전세가격은 1억3000만 원 정도이나 최근 수요가 많아 오르는 추세이고 오래된 집이
라 거주하기는 불편할 거라 했습니다. 취득세 등 이전비용은 얼마이고 재건축 진행
상태는, 올해 안 사업시행인가에 내년 관리처분이 되면 내년 하반기엔 이주를 시작
할 예정이라는 것, 이주비는 2억8천만 원이 무이자로 책정되어있어 전세금을 반환하
고 입주 때까지는 활용이 가능하다는 것. 완공 시기는 2016년 초 예정이며 지하철 9
호선 완공시기와도 맞물린다는 것, 오래된 아파트라 해도 수요가 많은 것은 꼭 전세
값이 싸서만도 아니라는 것, 명문대 진학률이 강남권 어디에도 뒤지지 않는 학군수
요 때문이라는 것, 올림픽공원과 뒤 일자 산등 천혜의 환경 등으로 쾌적한 고급주거
지의 요건을 갖췄다는 것, 잠실지역이 대규모로 개발되면 편의성이 증대되면서 쾌적
성과 편의성을 갖춘 손꼽히는 명품 주거단지가 틀림없다는 것,
그새 억수 같은 장대비는 그쳤고 갈증이 난 듯 젊은 신사 분은 냉수를 두 컵이나 마
셨습니다. 다시 방문하겠다며 자리를 일어선 것은 사무실을 방문한지 한 시간을 훌
쩍 넘겨섭니다. 상기된 표정에 아내와 상의하고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기고섭니다.
어제 오후의 일입니다.
구체적이지는 않아도 몇 건의 시세를 묻는 전화가 있었고 집을 팔아야 하는데 분위기
가 어떠냐는 집주인의 방문이 있었습니다.
하루 종일가야 문의 전화 한통 없는 날이 태반인 요사이 시장 분위기로 봐선 그 정도
도 꽤나 특별한 편입니다. 그만큼 시장은 썰렁하고 살아날 기색을 찾기도 어려울 지
경입니다.
간혹 갈아타는 이들이 관심을 보이기는 하지만 가뭄의 콩 나듯 드문데다가 요 근래
는 대형평형이 인기가 떨어졌다는 보도가 잇따르면서 그것마저도 뚝 끊긴 상태입니
다.
그러니 어제의 신사 분은 귀한분이 오신 셈입니다.
집값이 떨어졌을 때가 갈아타는 데는 최적기라서 가끔씩 거래가 되던 시장이 이처럼
썰렁한 것은 사태의 심각성을 알고도 남음이 있을 정도입니다.
분양가상한제마저 임시국회에서 물 건너간 탓일까?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제를 싸들고 정부가 불끄기에 나섰습니다.
투자심리위축이 절대적인 침체요인임을 감안하면 제대로 된 카드가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 역시도 국회통과라는 철옹성이 떡 버티고 있으니 그림의 떡이 되지 않을까
우려를 씻을 수가 없습니다.
곁가지로 내 논 분양권전매제한 완화야 강남권재건축시장에 명함도 못 내밀 일일 테
고 말입니다.
설마 생색내자고 하는 건 아닐 테죠?
적당히 두리 뭉실 땜빵으로 넘길 만큼 사태 파악을 못하는 건 아닐 테죠?
쓸 수 있는 카드는 모조리 동원해서라도 극약처방이라도 내놔야 할 때라는 것 정도
는 알겠죠?
어떡하든 이번엔 살릴 각오가 돼 있는 거죠?
지지부진한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 해 민간 분야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게 정답이
라는 거죠?
거봐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폐지가 맞죠?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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