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친걸음을 멈추는 법이 없습니다.

한번 작정하면 끝을 봐야 직성이 풀린다는 듯,

거침없이 내닫습니다.

처음엔 멈칫거리다 날이 갈수록 가속도가 붙는 그런 식입니다.

봄이, 미련 때문에 떨떠름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주섬주섬 옷가지를 챙기는 저만치

엔,

허우대 멀쩡한 여름이 벌써부터 가부좌를 틀고 앉았습니다.

때가 되면 어련히 물러갈 텐데 고새를 못 참고 그토록 안달을 내다니,

하여튼 그 눔의 급한 성미는 아무도 못 말린다니까.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기대감이야 늘 갖는 거지만 갑자기 그럴 줄은 몰랐습니다.

6월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고는 하지만 느닷없이 문 열자마자 초하룻날부터 들이닥

칠 걸로는 예상치 못했던 입니다.

워낙 드믄 드문 한데다 5월 한 달 내내 팔린 게 기껏해야 16건이니,

6월 초하룻날 팔린 4건에 눈이 휘둥그레질 만도 합니다.

고작 4건 팔린 것을 두고 호들갑을 떠는 것은 그런 이유에섭니다.




그래봤자 그동안 쌓인 급매물중 몇 건이 팔린 것뿐입니다.

일각의 기대처럼 시장의 팔자가 확 핀 것도 아니고 상승장을 예고하는 시그널은 더더

욱 아닙니다.

단지 그동안 누적된 급매물 몇 건 팔린 것 이상의 확대 해석은 경계해야 한다는 얘깁

니다. 지난 거래가 대비 500만원 전후 낮거나 높은 가격의 급매물을 노리는 소수의

신중한 매수세가 움직였다는 것으로 더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다는 게 지론

입니다.




하지만 시장은 들떴습니다.

일순 화색이 돕니다.

확대해석은 경계하면서도 향후 추이에는 바짝 긴장감을 늦추지 않습니다.

느슨하고 허탈한 시장은 긴장감이 살아나고 눈빛이 반짝이기 시작했습니다.

팔린 4건이 시장에 나와 있던 급매물의 거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급매물

이 귀한 시장에 추가로 매물이 나올지, 다소 높은 가격의 매물이 팔려나갈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이 역력합니다.

시름이 깊어져 무기력하던 시장에 생동감은 불어 넣은 셈입니다.




보금자리가 교란시켜 논 부동산시장이 다시 살아날 것이란 전망이 끊이지 않는 것

은 주택 수급 불안 때문입니다.

전문가들은 2008년 이후 주택경기 침체 여파로 민간 건설사들이 공급을 크게 줄이면

서 최근 3년간 주택 수요보다 매년 4만~7만 가구씩 적게 지었다는 것이고 그 때문에

올 연말부터 2년간 주택 수급 불안이 심화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반면 신규 주택

의 수요는 매년 늘어나고 있는 추세여서 2012년부터 주택 부족현상이 현실화될 것으

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지방 집값이 오른 것도 같은 이유에섭니다. 2008년 말 미분양주택이 14만 가구에 달

하여서 공급이 끊겼던 지방은 작년 말부터 집값이 오르고 새 아파트 청약 열풍이 확

산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지방은 대출규제가 없고 취득세 50% 감면, 양도세 2

년 면제 등 각종 부양 정책이 뒷받침 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분양가상한제의 조속한 폐지로 시장의 불확실성을 걷어내야 한다는 것입니다.

민영주택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재건축 초과이익환수제 폐지로 재건축시장에 상승 모멘텀을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

다.

더욱이 그것을 통해 소득상승에 따른 강남권 수요를 흡수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금자리주택의 전면적인 수정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민간주택 공급의 위축이 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시장상황에 맞춰 공급 속도를 조절해

야 한다는 것입니다.

보금자리 때문에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정확히 판단해야 할 것

입니다.




시장이 살아나려면 실수요자뿐만 아니라 투자수요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강남3구 투기지역 완화, 대출규제 완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

지 등을 과감하게 없애 투자수요에 불을 지펴야 할 것입니다.

부동산 시장을 살리고 싶다면요.

그래서 인정받고 싶다면요.




더 이상 늦기 전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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