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볕에 무성해진 나뭇잎은 초록빛이 완연합니다.

초록 잎 새들이 바람결에 살랑살랑 고갯짓을 합니다.




설레며 기다려온 날이 얼마인데,

그나마 자리 잡은 게 얼마나 된다고.

벌써부터 눈치를 주면 어떻게 하냔 얘깁니다.

5월은 그냥 봄날에 취하게 내버려두면 안 되나요?

이제 겨우 남은 일주일 남짓이라도 맘 편하게요.

아직 때도 아닌데 벌써부터 얼굴이 불콰해서 괜 시리 불편하게하지 말고요.

여린 마음 멋쩍게 어설픈 고갯짓하게 하지 말고요.

서둘 필요 없다니까요.

천천히 오는 게 더 좋다니까요.

여름 말이에요.




문의전화래야 하루 종일 고작 너 댓 통을 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것도 집주인들의 궁금증 내는 게 두셋이고, 매수문의는 많아야 한둘이 전붑니다.

물론 방문객은 있을 턱이 없습니다.

그렇다고 집이 전혀 팔리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많지는 않아도 하루걸러 씩 팔린 게 5월 들어서도 12건인가 13건이나 되니 말입니다.

가격이 많이 떨어져서 그렇지 급매물이면 누가 채가도 채가는 꼴입니다.

매수문의도 뜸하고 방문객도 뜸한 시장에서도 급매물은 꾸준히 팔린다는 얘깁니다.

가격만 싸다면 가뭄에 콩 나듯 하긴 해도 매기가 끊긴 건 아니라는 얘깁니다.




어제 오후 늦게 뒷짐을 진채 나선 이는 집을 사겠다고 했습니다.

다들 집값 전망이 좋지 않다며 잔뜩 몸을 사리는 때지만 오히려 지금이 살 때라고 했

습니다. 가격만 맞으면 당장이라도 사겠다며 어깨에 힘이 잔뜩 들어가긴 했어도 사

뭇 진지한 태돕니다. 급매물 가격에 추가로 조정이 된다면 오늘 오전에 나와 바로 계

약하겠다는 것입니다. 시장 상황은 빤히 안다면서 추호도 망설임이 없습니다. 소신투

자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듯 당당하게 말입니다.




지방 부동산시장이 살아난다는 소식이 그나마 가뭄의 단비격인 세상이 돼버렸습니

다.

서울이며 수도권 부동산시장이 쑥대밭이 된 건 차치하고서라도 지방부동산시장이라

도 살아난다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오락가락하며 실책을 밥 먹듯 하는 저들의 행태를 보면 그나마도 다행이라 싶기도 하

면서도, 부동산대책을 시도 때도 쏟아 부으면서도 시장을 살리기는커녕 점점 더 수렁

으로 밀어 넣는 저들이 미덥지 않아 하는 소립니다.

부동산시장을 살리겠다고 온갖 잔머리는 다부려놓고는 정작 서울과 수도권시장은 묵

사발을 만들어 놨으니 말입니다.

결국 부동산시장 살린다고 서울과 수도권시장만 때려잡은 셈입니다.




혹자는 분양가상한제 때문이라고도 하고, 대출규제 때문이라고도 합니다.

그런가하면 재건축 초과이익환수 제라고도 하고, 정부의 들쑥날쑥한 정책 때문이라고

도 합니다.

그런가 하면 저 잘난 이들의 소통문제 때문이라는 날카로운 지적도 있습니다.

어느 것 하나 틀린 말이 아니지만 특히 정부의 들쑥날쑥한 정책이나 소통의 문제만큼

은 그 책임을 피할 레야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늘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변죽만 울리다가, 그것도 부족해서 저네들 밥그릇 싸움만하다 애꿎은 서민들만 들러

리 세우기가 일쑤였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정작 주범은 따로 있습니다.

물론 그 주범이라는 것도 실상 알고 보면 저들이 만들어 놓은 작품에 불과하지만 말

입니다.

서울과 수도권 부동산시장을 홀딱 뒤집어 논 주범은 보금자리주택이라는 것입니다.

전세 값 폭등도 그들이고 서울과 수도권의 거래 실종도 그들입니다.

강남아파트도 강남권재건축도 역시 그들의 짓입니다.

그들이 서울과 수도권과 강남권재건축시장을 단칼에 날려버린 셈입니다.




무주택기간이 길면 길수록 당첨에 유리한데 전세로 살면 살았지 비싼 집을 살 이유

가 없을 텁니다. 전세 값을 올려줘도 로또 한방이면 팔자를 고치는 형국인데 전세살

기를 마다할 이유가 있을 턱이 없습니다.

작은집을 팔아야, 큰집으로 옮기든 강남의 집을 사든 해야 할 텐데 집이 팔리지 않으

니 강남이고 뭐고 일단은 뒷전으로 물려 놀 수밖에 다른 뾰쪽한 수가 없습니다.

대출금이 버거워 집을 팔려 해도 살 사람이 없으니 느는 이 한숨이고 가격만 하염없

이 낮출 뿐입니다. 강남권재건축과는 엄연히 다른 시장이 분명하긴 해도 보금자리주

택이랍시고 강남권에 짓는다니 심리적으로 잔뜩 위축된 터에 냉큼냉큼 집을 사기에

도 썩 내키지 않을 것입니다.

보금자리가 시장을 홀딱 뒤집어 놨습니다.




또 대규모로 보금자리주택을 짓겠다는 발표가 있었습니다.

비록 서울의 끝자락이라 해도 강동이고 강남이고 블루세븐에 속한 지역이라 준 강남

이라고 호들갑스럽게 자랑 일색입니다. 인근의 재건축단지가 머쓱해서 코가 댓 발이

나 쭉 빠졌습니다. 집값이 몇 천만 원이나 떨어졌다며 울상입니다.

엎친 데 덮친 꼴이라며 누굴 죽 일려고 작정을 한 게 아니라면 제정신이냐고 눈에 쌍

심지를 켭니다. 결사적으로 반대시위라도 해야겠다며 부글부글 끓는 소리가 하늘에

다 을 지경입니다.




둔촌주공을 사겠다고 어제 오후 방문한 이는 오전에 다시 찾아왔습니다.

대출문제를 확인하고는 곧바로 계약을 하기로 했습니다.

보금자리며 시장의 돌아가는 것쯤은 이미 다 알고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더라도 지금이 때가 맞다 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 아니면 언제 사냐고 오히려 반문을 할 정도입니다.

재건축에 박아 놓은 대못도 다 빠졌다고 했습니다.

그나마 남은 초과이익환수제도 유명무실해 질 거라 했습니다.

어차피 민심이 이렇게는 저들도 절대 선거를 치를 수 없을 거라 했습니다.

서울과 수도권과 강남권재건축을 죽이고 부동산시장이 살기를 바라겠냐는 것입니다.

부동산이 만사인데 말입니다.

부동산이 민심인데 말입니다.




보금자리시장과 강남권재건축시장은 다른 시장이고 말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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