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물에 씻긴 봄날이 싱그럽습니다.

황사 섞인 빗물이 분탕질한 자동차가 입을 삐쭉대긴 해도,

초록은 더욱 선명하고 삽상한 바람은 상쾌하기만 합니다.



'은행이 도둑질 하는 동안 정부가 보초를 섰다. 국가가 원망스럽다.'

금감원과 저축은행이 온 나라를 홀딱 뒤집어 놨습니다.

캐면 캘수록 대추나무 연 걸리듯 주렁주렁 비리가 잇따르며 악취가 천지를 진동합니

다.

나라를 골병들게 하고 서민들 피눈물을 흘리게 만들었다며 화를 삭이지 못하고 막말

을 쏟아냅니다.

나라꼴이 어째 이지경이 됐냐며 속이 답답하다며 가슴을 주먹으로 탕탕 내려칩니다.

부산저축은행의 한 피해자 얘깁니다.



아파트하면 당연히 서울, 서울하면 강남, 강남하면 재건축이 공식처럼 여겨졌습니

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랬습니다.

강남재건축투자라면 누구나 1순위로 꼽기를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자금여력이 떨어져서 감히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선호하는 투자 대상

1순위는 이론이 없을 정도로 따 논 당상이었습니다.

그만큼 수익성이 탁월한 때문입니다.

3~4년 전처럼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불릴 때의 화려한 명성은 아니라도 아직까지

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독보적인 존재임은 틀림이 없습니다. 교통과 학군 등 편의

시설이 양호한 강남권의 입지에 짭짤한 시세차익을 노릴 수 있으니 일거양득의 횡재

(?)를 마다하는 게 이상할 정도입니다. 몇 년간 기다리는 수고 정도는 당연히 감수해

도 좋다는 것이고 대출을 내서라도 기꺼이 투자를 하겠다는 투자자들로 끊임없이 발

길이 이어지던 곳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공식이 바뀔지도 모르게 생겼습니다.

안타깝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다소 충격적인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다가오는 느낌을

숨길수가 없다는 얘깁니다.

사실은 이러한 현상은 이미 참여정부 때부터 예견된 일이기도 합니다.

재건축시장에 대못을 박겠다고 재건축의 규제를 첩첩이 옭아 맨 때문입니다.

소형평형의무비율, 초과이익환수 제, 임대아파트의무비율, 분양가상한제, 조합원지위

양도금지 등 셀 수도 없이 많은 규제에다 종합부동산세, 양도세 중과와 세제 등으로

수요와 공급의 진입로를 이중삼중으로 차단시켜 놨으니 그나마 이정도 버틴 것이 다

행일 정도입니다.



철옹성도 시장원리 앞에서 백기를 들었습니다.

소득이 늘면서 보다나은 환경을 추구하는 수요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오히려 공급부족을 초래하며 희소가치가 증대하면서 수요가 몰린 것입니다.

명문학군등 양호한 거주환경을 추구하는 수요가 고사 직전의 강남재건축을 회생시킨

셈입니다.

예전의 명성까지는 아니라도 시장의 선두를 회복했으니 말입니다.

이를 두고 '닭 모가지를 비틀어도 새벽은 온다.'며 참여정부의 무자비한 강남재건축

죽이기를 비아냥대는 소리가 아직까지도 회자될 할 정도이니 그 참상은 능히 짐작하

고도 남을 지경입니다.



mb정권 들어 부동산시장을 살리겠다며 제일먼저 나선 것은 대못 빼는 일입니다.

수요가 있는 곳은 공급을 늘려야 한다는 논리로 다소 집값이 오르는 부작용이 있더라

도 거시적인 측면에서 당연히 그래야 된다며 서둘듯 대못을 빼냈습니다.

강남재건축시장은 기대감에 봄기운이 완연했습니다.

슬금슬금 빼기 시작한 대못도, 분양가상한제와 초과이익환수제와 대출규제 말고는 모

조리 뺐습니다.

이제 강남재건축시장은 덩실덩실 춤출 일만 남은 셈입니다.



호사다마일까?

정작 문제는 생각지도 못한데서 터졌습니다.

서울과 수도권뿐만 아니라 강남에 강남재건축까지 꽁꽁 얼어붙었습니다.

반면에 지방 부동산시장은 듬성듬성 이긴 해도 회생의 소식이 곳곳에서 터져 나옵니

다.

서울과 수도권까지 한방에 날려 보낸 장본인은 보금자리 주택입니다.

설마하며 미심쩍어 하는 눈치지만 그들의 위력은 실로 엄청납니다.

이미 전세 값 폭등의 위력을 보여줬고 거래실종이 풀리기 위해서는 이들에게 물어봐

야할 정도가 돼버렸습니다.

보금자리만을 바라보며 전세살기를 포기하지 않는 수요 때문에 전세 값 하락도 초기

매입수요도 기대하기 어려운 지경이 돼버렸습니다.

전세시장에 이어 매매시장까지 쑥대밭을 만들어 논 꼴입니다.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시장만 말입니다.



금감원과 저축은행만 나라를 홀딱 뒤집어 놓은 게 아닙니다.

부동산 정책이 부동산 시장을 난장판을 만들었습니다.

적어도 서울과 수도권과 강남과 강남권재건축시장을 말입니다.

살리겠다고 대못을 뽑아놓고는 보금자리를 내놓아 상황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었습니

다.

서울과 수도권과 강남과 강남권재건축시장만 혹 떼려다 혹 붙인 꼴입니다.

얼르고 뺨맞은 격입니다.



왜들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따지고 보면 금감원과 저축은행 문제나, 부동산 문제나 한 치도 틀림이 없습니다.

진정으로 서민들을 위한다면, 진정으로 서민들의 아픔을 원치 않는다면 있을 수도 없

는 일입니다.

그저 저네들 배부르면 최고이고, 저네들 발 뻗고 잘 자면 최고라는 생각 때문입니다.

말로는 천지개벽이라도 해줄 것 같이 생색을 내면서도 정작 저네들 밥그릇 말고는 안

중에도 없는 저네들 속 좁은 처신 때문입니다.

서민들 하는 일엔 시시콜콜 간섭하며 감 나라 대추나라 참견을 밥 먹듯 하면서도 저

네들 실수 따윈 못 본채 눈감아주기가 예사인 몹쓸 지네 편 챙기기 때문입니다.

시장이 물 흐르듯 잘 가게 막힌 물꼬만 터주고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만 봐줘도 이

보다는 나을 것 같아 하는 말입니다.

제발, 시장이 알아서 가도록 냅두면 안 되겠냐는 애깁니다.



어차피 시장에 맡겨두면 될 텐데, 그 꼴을 못 보니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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