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른 5월이 움찔합니다.

황사가 푸르른 5월을 뿌옇게 덮었습니다.

첫날부터 설쳐대는 꼴이 뭔가를 염두에 둔 행색입니다.

싱그러운 5월을 시샘하는 건 의심의 여지가 없긴 한데,

설마 눈부신 5월과 한바탕 맞장 뜨자는 건 아닐 테지요.

만약 그런 거라면 상대를 잘못 골라도 한참은 잘못 골랐습니다.

5월이 계절의 여왕이라는, 세상이 다 아는 얘기조차 들은바가 없다면 혹시 몰라도,

그까짓 황사 따위가 계절의 여왕 앞이 감히 어디라고 함부로 까부느냔 얘깁니다.

요즘 잘난 척 까불다 큰코다친 여당 꼴 나고 싶지 않으면 조신하게 몸가짐 하란 얘깁

니다.

삶에 지쳐 고단한 이들에게 새 희망 불어 넣어 주기도 턱없이 짧기만 한,

눈이 부시게 환한 5월 인데 말입니다.



정신이 바짝 들기는 든 모양입니다.

천당 다음이라는 분당이 무너지는걸 보고서야 심상치 않다는 낌새를 눈치 챈 모양입

니다.

며칠 새 고민한 흔적이 역력합니다.

그렇지 않으면야 이처럼 허겁지겁 하지는 않을 텁니다.

저들이 아쉽지 않은데 자청해서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나설 턱이 없을 거란 얘깁니다.

서민들이야 속이 썩어 문드러지든 말든 제 할일 다하고 나서야 마지못해 나서는 게

저들의 속성인 때문입니다.

내용이야 어떻든 뭔가 느낀 게 있긴 있는 모양입니다.



그야말로 뜬금없습니다.

충격요법이라도 쓸 요량 이었던지 느닷없습니다.

주말을 택한 것이 그렇고, 내용 또한 그렇습니다.

분양가상한제폐지와 dti규제 완화 논란 속에 불쑥 양도세 거주요건 폐지와 재건축 층

고 완화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건설사 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 부실을 잠재우고 주택거래와 공급을 활성화해 시장침

체를 막겠다는 것입니다.

4.27 재보선을 통해 표출된 민심이 규제 완화를 얻어낸 셈입니다.



오전 10시도 전에 방문한 젊은 부부는 사전에 약속이 있었습니다.

지난주초 처음 방문해서는 재건축이후 34평 배정 가능한 걸 사고 싶다고 했습니다.

때(살)가 온 것 갔다는 말도 했습니다.

16평은 6억4000만원이고, 18평은 6억9000만이라고 소개했습니다.

재건축시 16평은 5000만원 추가 분담금이 들고, 18평은 1400만원 환급이 가능하다고

설명 했습니다.

2013년 착공, 2015년 완공 계획이라는 얘기를 했고 다소 늦게 되면 2016년 지하철 9

호선 개통 시기와 맞물릴 가능성도 있다고 했습니다.

지하철 9호선 공사는 이미 시작한지 오래라는 설명도 했습니다.

지난해 1월에는 각기 6억8000만원, 7억5000만원 넘게 거래된 물건으로 지난해 여름에

는 6억 초반과 6억5000만원까지 가격이 하락했다가 올 1월에는 6억7000만원과 7억

2000만원까지 가격이 회복됐었다는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조금만 더 지켜보다 사겠다고 했습니다.

조금만 더 가격이 떨어지면 연락을 달라는 말을 남기고 간 게 정확히 일주일 전입니

다.



일주일은 무료했고, 무기력했습니다.

거래는커녕 문의조차 실종된 시장은 참담할 지경입니다.

무료함을 견디지 못하고 1000만원, 큰 평형은 2000만원 가격을 낮춘 매물이 한두건

눈에 띄기 시작합니다.

16평 6억3000만원을 전화로 소개한건 금요일입니다.

직장관계로 다음 주 월요일에나 방문 한다 했습니다.

느닷없는 양도세 거주요건 폐지를 비롯한 대책이 나온 건 토요일이고 일요일 인터넷

을 통해 세상에 다 알려졌습니다.

일요일 산행 길에 걸려온 몇 통의 전화문의도 그 내용입니다.

뜬금없지만 무기력한 시장에 단비가 될 가능성은 다분합니다.

월요일 출근길의 설레 임은 마땅히 그 이유에섭니다.



6억3000만원에 가격을 낮췄던 집주인은 조금 더 기다렸다 팔겠다며 슬그머니 매물

을 걷었습니다.

몇 건의 매물이 가격을 더 받겠다며 슬그머니 1000만원 올립니다.

지난주와는 분위기가 생판 달라졌습니다.

금방이라도 집값이 춤출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던지 지난주 무기력하고 풀죽은 모습

은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애석하게도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커녕 문의조차 늘어나는 기색이 없는데 말입니다.

하루 종일 씨름한끝에 계약을 하게 된 것은 저녁 8시가 넘어섭니다.

하나같이 1000만 원 이상 가격을 올리거나 매물을 걷어 들이는데, 내 논 가격에 한푼

도 깎지 않는 조건을 다짐받고 난 뒤의 일입니다.

4단지 31평 7억7000만원이 당사잡니다.

재건축 시 34평 배정받고 1억1700만원 환급이 가능한 물건으로 이주 시 3억4500만원

의 이주비 등을 감안하면 현재시점에서 둔촌주공을 통틀어 가장 매력 있는 물건에 틀

림없습니다.

새벽이 올 것 같다는 기대만 있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은 캄캄한 새벽에, 용감하

고 부지런한 새가 좋은 먹이를 차지한 꼴입니다.



설레 임은 충분히 보상받은 셈이지만 실상은 꼭 그렇지 않습니다.

설레 임의 밑바닥인 기대감만 무색해 졌습니다.

옳다구나 하며 앞 다퉈 1000만원씩 집값을 올린 집주인들도 함께 말입니다.

시장은 여전히 무료하고 무기력합니다.

아니, 납작 엎드려 귀를 쫑긋 합니다.



하지만 아직 실망하기에는 이른감이 있습니다.

워낙 급작스런 일이라 뭐가 뭔지 구분이 안 된 탓도 있지만 대책의 내용이야 나무랄

데가 없이 도움이 될 거란 얘깁니다.

그동안 하도 시달림을 받아온 터라 저들의 속내를 파악하느라 머리를 굴려봐야 는 하

겠지만 여느 때 보다도 시장을 살리겠다는 진정성이 엿보이는 때문입니다. 어떤 이유

에서건 말입니다.

매물이 쏟아지기보다는 점차 투자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높습니다.

무엇보다 정권 말기 다급한 저들의 행간이 보이는 때문입니다.

옆구리 찔러 절 받는 꼴이라 찜찜한 구석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보다는 건방떨다 혼

찌검 난 뒤끝이라 다소간이나마 정신 차린 흔적이 보이니 다행이라는 얘깁니다.

상황이 여기까지 온건 내 책임이라고 해도 부족할 판이긴 해도 일단 수습의 우선순위

는 감을 잡은 듯 해서 하는 말입니다.

죽겠다는 서민들 비명소리를 외면해서는 저네들 설자리 가 없다는 걸 이제는 알아차

렸을 거기 때문입니다.

어차피 저네들이 사는 일보다 더 중요한 일은 없을 테고 말입니다.



해는 저물고 갈 길은 멀고, 다급한건 저네들 이라는 얘깁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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