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더 깊어지기 전에.

아니 봄이 다 가기 전에,

이 마음 꼭 전하고 싶습니다.

미안해요.

사랑해요.

시리게 좋은날을 함께 해줘서 고마워요.

더 잘할게요.



부동산시장이라 해서 집사는 사람 파는 사람 얘기만 있는 건 아닙니다.

산수화에 사람도 있고 소도 있고 새도 있는 것처럼 말입니다.

사람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고, 사람 속이 다 고만고만하다는 얘깁니다.



잘나갈 땐 윤기가 반지르르하고 입가의 미소가 떠날 날이 없지만,

시름이 깊어진 시장은 팍팍해진 심사에 얼굴까지 푸석푸석 한 게 말이 아닙니다.

잘나갈 땐 구름을 밟은 듯 새털같이 가뿐하지만

썰렁해져 찬바람이 쌩쌩 불 때면 고단한 속내를 드러내며 어깨를 축 늘어뜨립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올 1월까지는 잘나갔습니다.

기세가 좋아 윤기가 반지르르하고 입가의 미소가 떠날 날이 없을 땝니다.

언론이고 전문가고 부동산시장이 살아났다고, 더 좋아질 거라고, 북 치고 장구 치고

할 땝니다.

설을 기다린다며 며칠 썰렁할 때도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때만 해도 설이 지나면 더 좋아질 거라는 전망이 그리 낯설지 않을 때니 말입니다.



그 기대가 보기 좋게 깨지고 정신이 번쩍 난건 설이 지나고 얼마가지 않아섭니다.

이제나저제나 설이지나 좋은 시절이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언론이고 전문가고 그때면 좋아진다니 며칠 썰렁한 거야 대수롭지도 않을 땝니다.

시장도 설은 쇠야 하지 않겠냐며 인심 좋은 이웃집 아저씨 표정입니다.

일말의 불안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지난해 그렇게 치도곤을 냈으면 됐지 설마 또 그

러기야 하겠냐는 생각에섭니다.

설마가 사람 잡을 줄은 꿈에도 모르고 말입니다.



벌써 3개월쨉니다.

그 새 3월말 일몰시한인 8.29대책 후속으로 3.22대책을 내놨지만 도통 좋아질 기색

이 없습니다.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킨 꼴로 그렇지 않아도 팍팍한 심사가 속이 문드러 터질 지경

입니다.

뒤늦게, 기대나 하지 말걸 하는, 별 소용도 없고 후회 같지도 않은 소리만 공허하게

입속을 맴돌 뿐입니다.

더 좋아질 거라고 북 치고 장구 치며 오두방정 떨 때 알아봤어야 했는데 하며 애꿎

은 언론이며 전문가 타박만 할뿐입니다.

그래봤자 별 뾰쪽한 수가 있을 턱이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뒤틀린 심사에 정부에

대고 욕지거리 몇 마디로 끓는 속을 달래볼 따름입니다.



이젠 이골이 날대로 났습니다.

3개월이 아니라 3년을 팔을 비틀어도 눈 하나 꿈쩍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한 달이 길면 한 달이 짧고, 골이 깊으면 산이 높을 테니 말입니다.

바짝 조였다 아쉬우면 허겁지겁 풀며 부추기를 밥 먹듯 하는 저네들 수법쯤은 이미

초등학생도 다 아는 일이니 말입니다.

딴에는 수위 조절을 한다며 몽매한 서민들 목줄만 쥐었다 풀었다 하는 고전쯤은 유리

창 들여다보듯 속속들이 꽤 뚫고 있다는 얘깁니다.

요즘 그런 거에 겁먹는 사람 어디에고 없다는 것입니다.

빈대 잡는다며 초가삼간 태운다고 괜한 속 터지고 애꿎은 피해자가 늘어나서 그렇지

살고 싶어 안달이난 아파트야 때가되면 제 발로 찾아온다는 얘깁니다.

이것저것 걸릴 것도 없는 둔촌주공이야 걱정할 일이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 속을 홀딱 뒤집어 놔 그렇지.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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