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 한 달도

무척이나 고달 펐습니다.

툭하면 꽃샘추위며 철모른 폭설 따위로 치도곤을 내기가 일쑤이고,

봄은커녕 늦장부리는 겨울 뒤치닥꺼리에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었으니까요.

삼월이면 봄이 온다는 순박한 마음만,

속 끓고 애태우다 시퍼렇게 멍이 들었습니다.



차라리 기대를 조금 늦출걸 그랬습니다.

하도 유난스럽고 고달픈 겨우살이에 낙이라고는 오직 그거 하나라 다급한 마음에 어

쩔 수 없다 손쳐도, 조금 늦췄으면, 조금 느긋하게, 삼월보다 사월을 기다렸으면, 그

런 수모는 당하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그까짓 한 달 땜에 가슴에 시퍼렇게 멍드는 일도 없었을 테고, 우아하고 폼 나게 봄

맞이 할 수 있었을 테니 말입니다.

괜한 조급증으로 상처만 입은 셈입니다.

어련히, 때가되면 제 발로 턱하니 눈앞에 설 텐데 말입니다.

눈이 부시게 화려한 4월의 봄이 말입니다.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취득세 때문인가 싶었지만 똑 부러진 정답도 아닌 모양입니다.

3월 22일로 소급적용한다는 취득세 인하가 확정적인데도 꿀 먹은 벙어리 마냥 도통

움직일 기미가 없으니 말입니다.

분양가상한제 폐지가 도움이 될 듯도 싶은데 하는 꼴이 물 건너가기가 십상입니다.

개포지구단위계획이 통과되고 고덕시영 사업시행인가로 이주를 앞둔 시점인데도 시

장은 묵묵부답이고 요지부동입니다.

값싼 보금자리주택을 기다리던 수요가 소형주택 수요로 전환되면서 주택 순환구조의

숨통을 틔울 것이란 전망이 있지만 아직까지도 감감 무소식이니 착잡하기가 이를 데

가 없습니다.



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기 싸움이 치열합니다.

하는 일마다 국민을 위한다는 공치사가 입에 밴 그들이지만 요즘엔 그 정도가 극에

달합니다.

머릿속은 표계산으로 계산기 두드리는 소리가 생생한데도 공치사에 입에 침이 마를

날이 없습니다.

3.22 대책으로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약속한 한나라당이 상정조차 하지 않은 것도 그

때문입니다.

부동산을 살려 민생문제를 해결하겠다고 큰소리 뻥뻥 치던 그들이 꼬리를 슬쩍 내린

것입니다.

상한제 폐지가 서민층을 자극할 수 있다며 눈치를 살살 보던 끝입니다.

이리저리 표계산을 해보니 아무래도 발을 빼는 게 낫겠다는 판단일 테지요.

국민들과의 약속은 뒷전이고 말입니다.

이젠 하도 봐온 일이라 새삼스럽게 분통을 터트리고 뭐고 할 것도 없을 지경입니다.



도대체 어떻게 할 심사인지 되묻고 싶을 따름입니다.

부동산시장은 쑥대밭인데 지네들 표계산만하고 쌈 박질만하면 어쩔 거냐는 얘깁니다.

서민들이 죽겠다고 하면 하다못해 살리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냔 얘깁니

다.

이럴 땐 꿀 먹은 벙어리 마냥 아무말 않고 있는 게 상책이라며 입만 꽉 다물면 어떡

하냐는 것입니다.

일단 선거나 치르고 보자는 심사인 모양인데, 그렇게 배 째라하면 애꿎은 서민들은

누굴 믿고 살라는 거냔 얘깁니다.

어디 생각이 있으면 말이나 해보란 말입니다.



복잡하고 답답한 저들의 처지를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한 봄은 둔촌주공을 꽃 대궐로 만들며 중턱에 섰습니다.

개나리꽃이 길게 늘어선 둔촌주공 옆길과 보훈병원으로 가는 뒷길은 차선을 막고 지

하철9호선 공사로 여념이 없습니다.

니들은 그래라 나는 내 갈길 간다며 말입니다.

시장이 썰렁하고 그래서 죽을 맛이라 그렇지 둔촌주공 재건축 진행은 순풍에 돛단듯

하고 매끄럽기만 합니다.

툭하면 삐치고 소침해지기가 일쑤인데 일일이 맞대응할 필요 없다는 듯 담담하고 의

연할 뿐입니다.

그러다 금 새 헤헤하며 반색 할 걸 빤히 안다면서 말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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