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부신 3월의 햇살에,

꽃샘추위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춥니다.

매섭던 바람 끝은 알싸한 아이스크림 맛입니다.



봄이 왔습니다.

연두색 희망을 가득안고

먼 길을 돌아 어김없이 곁에 왔습니다.

환한 웃음 띠며 온천지에 꽃향기 뿌리며...



김 사장은 기분이 좋습니다.

평소 봐오던 상가 주택을 산 때문입니다.

건물은 오래돼 썩 마음에 들지 않지만 대지가 넓어 내심 만족합니다.

오랜 꿈인, 훗날 조그만 노인 요양시설을 하기에는 안성맞춤입니다.

많지는 않아도 월세가 200여만 원 나와 생활비 걱정도 없게 돼, 덤까지 챙긴 격입니

다.

노후 대비를 위해 오랫동안 생각해 오던 것을 마땅한 물건이 나와 과감히 결정한 일

입니다.

일이 술술 잘 풀릴 것 같아 절로 기분이 좋아집니다.



당초는 집을 팔고 살 계획 이었습니다.

하지만 먼저 샀습니다.

집값 전망이 좋은 터라 둔촌주공아파트 파는 거야 하등에 문제 될 일이 없습니다.

가격만 맞으면 언제든지 살 사람이 줄을 선 때문입니다.

게다가 만사 불여튼튼이라고 혹시 모를 마음에 잔금까지 기간도 넉넉하게 잡아 논 텁

니다.

20년 넘게 살아와서 정이 들대로 들고, 재건축으로 더욱 가치가 높아질 터지만 노후

대비를 위해 결정한 일에는 일말의 후회도 없습니다.

이제 적당한 가격에 팔기만 하면 됩니다.



생각지도 않은 일입니다.

시장이 갑자기 썰렁해질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집값전망이 하도 좋은 탓에, 못해도 1000만원만 낮추면 팔리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으

로 알았습니다.

특히 9억 초과되는 아파트의 매수세가 그렇게 위축될 줄은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더구나 날이 갈수록 조급해지는 마음은 뭐란 말입니까? 본인은 그래도 다소 나은데

아내의 조바심은 극에 달합니다.

어제 오후, 종일을 줄다리기 끝에 계약은 겨우 성사 됐습니다.

당초 목표 치 보다는 2000만원이나 낮은 가격입니다.

의외의 결과가 당혹스럽습니다.

상가주택을 살 때의 상쾌한 기분은 이미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잠깐의 판단 착오의 대가 치고는 혹독합니다.

누구를 탓할 수도 없는 일이지만 말입니다.

그저 씁쓸할 뿐입니다.



하지만 잊기로 했습니다.

버젓한 상가주택을 시세보다 싸게 샀고 목표에는 미달하지만 아파트도 팔아 잔금 걱

정은 끝났고, 노후대비도 잘 됐으니 말입니다.

덕분에 또 한 번 좋은 공부도 한 셈입니다.

갈아타는 것은 동시에 해야 한다는 그 공부 말입니다.



3일에도 팔렸습니다.

3단지 34평이 9억 원입니다.

시세보다 2000만원이 싼, 김 사장 집입니다.

어쨌든 매일 한건씩 팔린 셈입니다.



주춤한 틈새를 참지 못합니다.

대부분은 요지부동이지만, 이럴 때 조바심 내는 이들은 있게 마련입니다.

길게 보면 잠시 그러다 말일인데도 처해진 상황이 어쩔 수 없는 이들에겐 조바심을

안낼 재간이 없습니다.

혹시 더 떨어질까, 안 팔릴까 안절부절 안타깝기가 이를 데 없습니다.

갈아타는 물건을 먼저 잡았거나, 일시적 2주택 시한이 다 돼 가거나 하는 그런 이들

얘깁니다.

오를게 빤한 시장에, 잠시 주춤한 게 무슨 대수냐는 게 대부분이지만,

그 새를 참지 못하고 급매물을 자처하는 이유, 다 그것 때문입니다.



그들을 기다려온 이들에겐 절호의 기회가 온 셈입니다.

이들은 빠르고 민첩합니다.

3월 들어 3건의 급매물도 모두 그들 차집니다.

이것저것 계산은 하면서도 우물쭈물 망설이는 기색은 보이지 않습니다.



집값전망이 하도 좋아,

어영부영 대다가 그나마 기회를 놓칠까 무섭다며 말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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