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훨씬 노골적입니다.

새벽은 이미 영상을 찾았고

한낮은 봄기운이 완연합니다.

어슴푸레하던 봄 비린내가 한결 자극적입니다.

내친김에 서둘러 꽃망울을 터트릴지도 모릅니다.

절로 의욕이 샘솟는 아침입니다.



지금 시장은 관망중입니다.

아니, 숨 고르는 중이라 해도 좋습니다.

쉬거나 숨 고르거나 탐색중이거나.

하지만 그냥 넋 놓고 사색에 잠긴 모습은 아닙니다.

꼭 할 것은 거르지 않고 해내고 맙니다.

쉬거나 숨 고르거나 탐색중이라면서 이달 들어 10건이나 팔렸으니 말입니다.

다소라도 싼 매물은 여지없이 팔립니다.

게다가 뜸한 새 가격이 떨어질 만도 한데, 떨어지기는커녕 슬금슬금 오를 궁리만 하

니 오히려 힘을 비축중인 줄도 모르겠습니다.

개구리가 더 멀리 뛰기 위해 바짝 웅크리는 그것처럼 말입니다.



들쑥날쑥 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설 전, 그러니까 1월 하순은 관망세가 뚜렷했습니다.

설을 앞두고, 의례적인 현상이라는 분석도 있었고 때마침 전세 값 담합을 단속하겠다

며 중개업소를 쥐 잡듯 하던 국토부와 서울시의 쓸데없는 짓 때문이라는 설(說)도 있

었습니다.

어쨌든 설을 낀 2~3주가 썰렁했고 잇 달은 주는 부산했습니다.

화들짝 놀란 토끼마냥 갑자기 활기를 찾은 시장에서 밀린 숙제하듯 8건이 팔려나갔으

니 말입니다.

그러고는 이번 주 들어서 팔린 게 아직 한건입니다.

냉탕 온탕을 왔다 갔다 합니다.



들쑥날쑥하고 냉탕온탕을 왔다 갔다 하는데도 기가 죽거나 난망한 표정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의례 그렇다는 듯, 담담하고 느긋합니다.

부동산전문가들의 전망을 찰떡 같이 믿는 눈칩니다.

뜸할 때도 가격을 낮추는 법이 없는 것은 다 그 이유 때문입니다.

다소 급하게 팔 생각인 소유자도 고작 거래된 가격대에 내놓고 배를 쑥 내밉니다.

가격을 낮춰서는 어림도 없다는 표정입니다.

호락호락하지는 않겠다는 뜻입니다.



여전한 것도 있습니다.

매수문의 말입니다.

크게 늘지도 그렇다고 줄지도 않은 문의는, 여전합니다.

다른 지역의 집을 팔아야한다는 이도 있고, 집을 팔았거나 해서 여유자금을 가진 이

도 있습니다.

시세나 진행상황만 물어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경우도 상당

합니다.

며칠 썰렁하다가도 화들짝 놀라듯이 화색이 도는 것도 다 그들 때문입니다.

며칠 뜸한 새를 참지 못한 그들이 밀린 숙제하듯 한바탕 난리를 칠 것이 뻔하기 때문

입니다.



'이만한데 없다'며 말입니다.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며 말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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