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된 겨우살이 끝에

겨우 얻은 새봄이

소중합니다.

하도 시달린 탓에,

이른 봄날이 날아갈듯 상큼합니다.



직장 상사는 아파트를 팔기로 했습니다.

2천만 원도 채 안되게 분양 받은 아파트값이 5천만 원을 훌쩍 넘겼기 때문입니다.

'이제 집값은 꼭대기야. 더 이상 집값이 오를 일은 없을 거야'라며 말입니다.

70년대 후반 분양받아 줄곧 살던 집입니다.

당시 부실시공이니 하며 악성루머 때문에 미분양의 고초를 겪던 곳으로 한때는 분양

받은 것을 후회한 적도 있습니다.

그러던 것이 어엿하게 3천만 원 이상 올라 두 배 반이나 오른 셈이니 여부가 있을 리

가 없습니다.

때는 80년대 말이고 대치동 은마아파트 얘깁니다.



하지만 그게 시작입니다.

더 이상 오를 일이 없다던 집값이 천정(天井)모르게 치솟기 시작한 것은 그때부텁니

다.

90년 초 반 1억 원을 돌파하더니 금 새 1억5천만 원까지 숨도 쉬지 않고 올랐습니다.

급기야 직장 상사는 낙심한 나머지 우울증 증세까지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재산이라고는 집한 채 달랑인 것이 그 지경에 이르렀으니 그 상실감은 능히 짐작하

고 남음이 있을 정도입니다.

다행히 90년대 중반 분당 신도시에 분양을 받아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습니다.

하나를 잃고 하나를 얻었으니 크게 손해 본 일은 아니라며 자위합니다.

그때만 해도, 분당이 한참 떠오를 때이기도 하니 말입니다.



이후, imf를 겪고 정권이 몇 번 바뀌면서 세상이 많이 변했습니다.

경제가 발전하고 투자의 패턴에도 많은 변화가 있습니다.

지하철이 대중교통수단으로 자리매김하면서 지하철 역세권은 투자의 지침이 돼버린

지 오랩니다.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학군과 편의성을 찾는 수요가 늘어나고 이에 따라 강남의 수

요도 폭발적으로 늘어났습니다.

늘어나는 수요를 충당할 신규 주택을 지을 택지가 부족한 강남은 재건축 외는 별다

른 공급대책이 없습니다.

강남진입을 원하는 수요자는 보다 싼 가격에 강남입성이라는 꿈을 실현하기위해 너도

나도 재건축 아파트에 줄을 섭니다.

한때는 '황금알을 낳은 거위'라며 인기가 식을 줄을 모릅니다.

비록 한풀 꺾였다고는 해도 강남의 지하철 역세권 대단지 재건축아파트는 아직도 부

동산 시장을 쥐락펴락하는 거물입니다.

세상이 변했다지만 강남의 인기만은 변함이 없습니다.

오히려 더할 뿐입니다.



과거 부동산 시장은 하나의 패턴으로 움직였습니다.

오를 때는 같이 오르고 내릴 땐 같이 내리는 그런 패턴입니다.

그러한 패턴은 오랫동안 시장의 질서처럼 여겨져 왔을 정도입니다.

하지만 최근 동향을 보면 꼭 그렇지가 않습니다.

강남재건축은 활발한데 강북은 그저 그렇고 지방은 썰렁하다는 것입니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과 강남 아파트 시장도 들쑥날쑥 하며 다르게 움직이는 게 허다하

다는 것입니다.

하나의 잣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해석입니다.



달라진 것은 시장의 패턴뿐만이 아닙니다.

입지의 변화는 더욱 놀랍습니다.

고급아파트단지 하면 대치동 도곡동등 강남구가 중심이었습니다.

지하철 2호선 강남 역세권이 대표적입니다.

그러던 것이 잠실주공과 반포주공 2,3단지 재건축으로 중심축의 이동이 시작됩니다.

잠실역을 중심으로 고급아파트들이 숲을 이루고 반포래미안퍼스티지와 반포자이가 들

어서면서 고급아파트 시장의 판도에 변화가 일기 시작합니다. 용산과 뚝섬에 대규모

공원이 들어서고 대형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서 고분양가 논란에도 불구하고 고가

의 아파트들이 날개 돋친 듯 팔려 나갑니다.

수년전만 해도 강남과 비교는 언강생심(焉敢生心)이라던 곳들이 속속 강남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형국입니다.

대개는 대규모 공원주변의 지하철 역세권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강남과의 접근성이 양

호하고 주변의 환경으로 뛰어난 쾌적성을 확보한 지역의 대단지 아파틉니다.

쾌적성을 추구하는 수요자들의 의식이 반영된 결과로, 이러한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

으로 예상되기도 합니다.

올림픽공원에 지하철9호선 역세권 9090세대의 재건축 아파트는 강남과 어깨를 견줄

또 하나의 신성(新星)입니다.



한 채를 팔고 한 채를 얻었으니 손해 볼 것이 없다지만

큰 것을 잃고 작은 것을 얻었으니,

그게 그리 간단치는 않습니다.

다 부동산에 무지해서 생긴 일입니다.

'옛날에는 다 그렇게 살았습니다.'하면 될 것이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미래가치를 보고,

시기를 저울질 하는 것은 주택투자의 기초중의 기초입니다.

요새는 이정도 상식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입니다.

모름지기 요즘 직장상사 중에는 이런 사람,

그리 흔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달라질 것이 보인다면, 지금은 살 때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네이버 카페 둔촌주공 하나공인

둔촌주공 하나공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