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논란이 채 잊혀 지기도 전에

이번에는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를 놓고

정치권이 다시 시끄럽다.



여야간에 입장이 충돌하고 있을뿐더러

당청간에도 불협화음이 예사롭지 않다.



이명박 대통령은 대선후보 시절에 공주와 연기, 대덕 등

충청지역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로 조성해

21세기 새로운 성장엔진으로 육성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서 누구나 세종시와 연계해서

이 지역에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구축될 것으로 보았다.

그런데 청와대 입장이 바뀐 것인지 딴소리가 나왔다.



지난달 15일, 대전을 방문한 임기철 청와대 과학기술비서관이

대통령 공약 사항이라도 변화가 올 수밖에 없는 여건이다.

공약에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말을 하였다.



이 발언을 계기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가 어디로 가느냐를 놓고

정부와 정치권, 각 지방자치단체간에 우려할 정도의

논란이 가열되고 있는 것이다.


자칫 제2의 세종시 사태로 확산되는 것은 아닌지 참으로 우려되는 상황이다.

정부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를

원점으로 돌린 배경을 보면



세종시가 행정중심복합도시로 조성되고 있는 만큼

과학기술중심경제도시(세종시 수정안)와 연계시켜 추진하려던

당초의 기본 조건이 변경됐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래서 더 좋은 입지선정을 위해 이명박 대통령 공약이었던

충청권으로 못박지 않고 다른 지역까지 포함시켜 공모를 통해

다시 원점에서 선정하겠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예산안과 함께 날치기 처리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법에는 구체적인 지역을 명기하지 않은 채

교과부 산하의 과학기술위원회가 입지를 선정한다고만 돼 있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7년간 무려 3조 5천억원이 투입되는

초대형 국가과학프로젝트 사업이며,

기초과학연구원과 중이온가속기를 건설하는 것이 핵심 사업이다.

여기에는 연구 인력만 3000여명이 필요하고



20년동안 213조원의 생산효과와 136만명의 고용유발 효과를 낸다는 것이 사업단측의 설명이다.

그렇다 보니 전국 각 지역에서 서로 유치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


이를테면 방사광가속기가 있는 포항과 양성자가속기연구센터가 있는 경주를 거론하며

경북이 유치경쟁에 뛰어들었고


새만금지역이 최적지라며 전북도 유치경쟁에 나섰다.

여기에 광주와 경남, 경기도까지 가세하면서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를 둘러싼 각 지역 간의 유치경쟁이 점차 본격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각 지역의 주장이나 논거를 들어보면 나름대로 일리가 있을 것이다.

효율성에서 앞서는 곳이 있을 것이고

지역균형발전 측면에서 접근해야 할 지역도 있을 것이다.



과학기술의 선택과 집중을 위한 전략적인 지역도 있을 것이며

게다가 경제적인 시너지 효과도 따지지 않을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그 어떤 정치적 고려나 여론에 좌우될 것이 아니라

철저하게 과학적이고 경제적인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것은 옳은 지적이다.



그러나 정부의 정책결정에서 과학성과 경제성이 매우 중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신뢰성이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제아무리 경제성이 좋다고 하더라도 정부정책의 신뢰가 무너져버리면

정책집행이 제대로 이뤄지기 어려울뿐더러

설사 사업이 추진된다 하더라도

그 후에는 새로운 정치적 역풍을 면하기 어렵다.


정부정책의 신뢰성을 위한 첫 번째 조건은 바로 정책의 일관성이다.

과거 세종시 논란의 근본 원인은

세종시에 대한 정부정책의 신뢰성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행정중심복합도시에서 과학기술경제도시로 바꾸려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이 그들에게 유리한지 아니면 불리한지를 따졌던 것이 아니다.



느닷없이 기본 입장을 바꿔버린 정부정책의 비일관성에 대한 강한 불신,

그것이 정부의 수정안에 반대했던 근본적인 배경이었다.


어쩌면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도

세종시 문제와 닮은꼴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처음부터 충청권을 얘기했다가 다시 입장을 바꾸는 정부정책의 비일관성,



여기서 파생되는 강한 불신이 결국 주민들을 분노케 만드는 그런 위험한 사태 말이다.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을 위한 결단은 빠를수록 좋다.

괜히 시간을 지체하거나 미적미적할 경우 지역민심을 들쑤시면서

심각한 국론분열을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역 간에 반목이 커지면 정치권도 새로운 대결구도가 형성될 것이고,

또 그러면 온 나라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를 놓고

소모적인 대결을 펼치게 될 것이다.


과연 지금 우리가 이런 문제로 국론을 갈라야 할 시점인지

정말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만약 이렇게 되면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4년차인 올 해엔

제대로 된 국정운영을 할 수가 없다.

레임덕이 가속화되는 것은 물론이요,

이명박 정부에 대한 국민적 저항이 폭발할지도 모를 일이다.


정부의 실패를 바라는 국민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정치적 입장은 서로 다를 수 있지만 정부의 실패는

결국 모두의 실패요,

대한민국 국민의 불행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도 예외가 아니다.


국민은 성공한 정부, 그래서 대한민국의 큰 진전을 이룬

그런 대통령으로 역사에 남기를 바라고 있다.

그렇다면 사실상 올 한해가 이명박 정부 5년을 결정하는 마지막 시기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

집권 초기부터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와 촛불시위,

전직 대통령들의 서거, 그리고 천안함 침몰과 연평도 포격도발로 조성된

안보정국 등으로

이명박 대통령은 제대로 된 국정운영에서의 내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런 마당에 집권 4년째인 올해마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문제로

다시 갈등이 촉발되고 국론이 분열된다면

이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의 정권위기로 치닫게 된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제 최종적인 판단은 이명박 대통령의 몫이다.

정부가 세종시 수정안을 제시할 때, 세종시 원안은 자족기능이 부족하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 때의 말이 거짓이 아니라면 세종시의 자족기능 보완을 위해서라도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좋은 장치가 될 것이다.

지금 시점에서 최선의 선택은 약속한대로 가능한 빨리 그 약속을 지키는 것이며,

이도저도 아닌 어정쩡한 자세는 최악의 선택이다.

비판여론이 들불처럼 번졌을 때는 이미 타이밍을 놓친 것이다.

시간이 그리 많지 않다. 당장 내일이라도 서둘러야 한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는 어떤 명분에도 불구하고

충청권으로 가는 것이 맞다.

그것이 순리요, 남은 임기동안 국정수행을 위한 최소한의 신뢰를 회복하는 길이다.




***유방의 ‘과학벨트’


신목민학 2011/02/10 15:32 중도일보



과학벨트 재검토는 ‘지역 보복’

밴댕이속 드러내던 한고조 결국은...

mb“노무현 작품에 내가 들러리?”


인간사가 다 그렇지만 정치에서도 보복이 자주 행해진다.
그러나 그 보복은 정적의 계파나 인물에 한한 것이지
한 지역을 대상으로 삼는 경우는 드물다.
정치는 민심을 얻는 데서 출발하는데
지역 주민 전체를 원수로 삼을 필요까진 없다.

요즘 이명박 대통령의 생각은 이와는 사뭇 달라 보인다.

충청 지역 주민들과 원수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과학비즈니스벨트 약속을 뒤엎고야 말겠다는 심산 같다.

충청 지역 구축을 거듭 약속했던 과학벨트사업이
'백지 재검토'되고 있다.

보복의 냄새가 짙다.
세종시 취소에 반대한 충청 지역에 대한 보복이다.

포용의 리더십으로 평가받는 한고조 유방도 집권 뒤에는
밴댕이속을 드러낸 적이 꽤 있다.

그는 패공을 자처하여 본격 결전에 나섰던 지역인 패현을 방문,
그곳 사람들의 부역과 세금을 대대로 면제시켜주는 선물을 내렸다.

그런데 정작 그가 태어난 패현의 풍읍에는
면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패현 사람들이 유방에게 “풍읍을 가엽게 여겨 세금을 면제해달라”고 간청했다.



유방이 답했다.

“풍읍은 짐이 태어나 자란 곳이지만 전에 옹치로 인하여 나에게 반기를 들고 위나라를 도운 것을 한스럽게 생각하고 있소.”

자신의 부하였던 옹치가 한때 풍읍에서 자신을 배반했던 기억을 잊지 않고 있었다.

당시 유방이 풍읍에 과학벨트를 구축하겠다고 공약했었다면
그도 약속을 뒤집었을 것이다.

포용의 리더십으로 황제에 올랐다는 유방조차 그랬다.

이 대통령의 과학비즈니스벨트(세종시)에 대한 생각은 풍읍에 대한 유방의 감정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유방은 보복 감정을 실천에 옮기지는 않았다.

패현 사람들이 거듭 간청하자
결국 풍읍에 대해서도 요역을 면제해 주었다.

그런 점이 그를 개국의 영웅으로 만들었을 것이다.

이 대통령은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그가 tv에 나와 “과학비즈니스벨트는 선거 공약도 아니었다”는
거짓말까지 하면서

'백지 재검토'입장을 밝힌 것은

그의 속마음을 솔직하게 드러낸 것이다.

이 대통령이 결국엔 관용을 베푼 유방을 좇을지
아니면 과학벨트 약속을 끝내 파기하고 말지는
그 자신의 선택에 달렸다.

세종시 취소 여부는 국회에서 키를 잡고 있었지만

과학벨트는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열쇠를 쥐고 있다.



이 대통령은

고향에 과학벨트를 선물할 수도 있다.


김영삼은 삼성자동차를 부산에 보냈었고,

김대중은 전남도청을 목포 쪽으로 옮겼으며,

노무현은 로봇랜드를 경남으로 가져갔다.

이런 전통을 이어받아

이 대통령도 과학벨트를 경상도에 주려는 계획인가?



과학벨트는 국가의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국책사업이다.

대통령의 고향 선물용으로 맞지 않는다.

오로지 우리나라 최적지가 어디인가를 따져야지

보복적 감정이나 정치적 고려를 앞세우면 안 된다.

이 대통령 입장에서도 하고 싶은 말이 있을 것이다.

“과학벨트는 행정도시(세종시)를 취소하는 조건으로 준비했던 것인데

세종시가 그대로 진행되게 되었으니

과학벨트 계획도 달라지는 게 당연한 것 아닌가?”

또 “세종시는 실패하든 성공하든 전임자(노무현)의
'작품'인데 왜 나까지 거기에 들러리서야 하나?”하는 생각도 없지 않을 것이다.

물론 어느 것도 과학벨트가 재검토될 이유는 못 된다.

과학벨트는 오로지 대한민국의 미래에 맞춰 구축되어야 한다.

과학벨트가 우리나라 과학의 메카 대덕특구와 연계되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다.


세종시 자체로는 도시가 제대로 형성되기 어렵다.


과학벨트 같은 시설이 함께 들어와야 된다.


이 대통령은 정치 보복을 위해 상식을 뒤엎는 대통령이 되어선 안 된다.

제환공은 자신을 죽이려던 관중을 받아들이고

당태종도 자기를 죽이는 편에 섰던 위징을 기용해 천하의 제후로 남았다.


실학자 성호는 이를 두고 “지혜있는 자는 오직 사람을 볼 뿐

전에 있던 애증은 생각지 않는다”고 했다.

사람 쓰는 일도 그러한데 대통령이 최대 국책사업을 뒤집어 보복한다면

후일 역사적 평가를 어떻게 감당하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