벨트는 허리에 매는 것이다
세종시 악몽이 재현되려는 조짐이 보여 답답하다.
2007년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공약이자
18대 총선 한나라당 공약이었던
충청권에 과학벨트 세우기 가 파기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공약 파기를 둘러싼 정당간 정파간 정치공방과
전국 각 지자체의 과학벨트 유치전으로
정치권과 전국 각 지역이 시끄럽다.
공약을 이행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청와대,
다시 정하는 것이 합법 이라는 이재오 특임장관 발언,
원점 재검토 입장이면서 위치선정 위원장을 맡을 교과부 장관,
대구경북 유치를 공언하며
과학벨트는 정치논리로 풀 수 있는 게 아니다 라고 하는
대통령 형님의 발언이 뒤엉키면서
과학벨트는 이미 충청권을 떠나 떠내려가고 있다.
국민에 대한 약속을 지키는 게
정치논리에 치우친 일이라면,
공약을 무시하고
대통령 임기 내에 좋은 것은
모조리 출신지역에 가져다놓고 보자는
막강 형님권력 의 주장은
정치논리가 아니고 철학인가.
지금이 이러고 있을 때인가.
현 정부가 출발 직후부터 2년 가까운 세월을 오로지
세종시 원안을 폐기하려는 수정안 총력전으로 허송한 일이
아직도 우리들 기억에 생생하다.
날이면 날마다 세종시 뉴스가
국정의 전부인듯 뉴스 첫머리를 점령했다.
위에서 아래로 하달된 세종시 원안 무용론,
오직 세종시 수정안을 위해 임명된 듯한
국무총리의 설득 행보, 반발하는 충청권과 수정된 세종시 부지를
헐값에 선점하려는 대기업 등의 혼전도 치열했다.
그러나 우리는 기억한다.
세종시가 원안대로 세워지면
행정중심 유령도시가 될 거라면서
플러스 알파 로
과학벨트 설치를 추가한 것이 현 정부의 수정안이었다.
지자체간 과학벨트 유치전 치열
플러스 알파인 과학벨트를 나라의 중심지역인
충청권에 두지 않고 더 아래 타지역으로 옮겨도
세종시는 자족도시가 될 거라고 보는지,
이쯤해서 충청권에서 떼어다
경북에 선사하려는 건지,
대통령의 의중이 궁금하다.
언제나처럼 국민여론과 무관하게
우선 저질러 놓고 4대강 죽이기 는 살리기 라고,
범세계적 fta가입은 한국이 세계에서 가장 경제영토가 넓은 나라 라고
박박 우기듯이 사후처리를 할까봐 겁부터 난다.
이번만은 그렇게 간단치 않을 것 같아서다.
이명박 대통령 임기로 본다면
잔여기한은 짧고 할 일은 너무 많다.
저질러 놓은 일도 너무 엄청나다.
그런데 이제 그 남은 시간이나마
공약 파기와 내 고장 이권 몰아주기에나 올인한다면
국민이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여당조차 사분오열하고
국회가 과학벨트 유치문제로 산산이 갈라지는 마당에
물가를 잡고 서민경제를 살리고
국제 외교무대에서 동북아 위기국면을
주체적으로 돌파해나갈 여력이 나올 수 있을까.
환상특급 이란 제목으로
한국 tv에서도 방영된 트와일라잇 존 (twilight zone)이 떠오른다.
이 말 뜻은 빛이 도달하는 바닷속 가장 깊은 곳이지만,
경계가 불분명한 중간지대를 암시한다.
선과 악이 불분명한 지역,
인간의 욕망이 그대로 분출되어
기괴한 사건과 현상이 지배하는 곳이기도 하다.
배역들은 미운 차를 성질껏 들이받기도 하고,
매력을 느끼는 이성과 공공장소에서
당장 교접을 하고,
상상의 산물인 이상한 괴물들이 등장하기도 한다.
끔찍하고 공포스러운 sf의 상황도 전개된다.
통치권력과 정치권이 이성을 잃고
다급한 욕망을 분출하는 혼란상이 내게는
상징적으로 트와일라잇 존의 상황처럼 느껴진다.
위치 바꾸려면 확실한 이유 있어야
물론 허리띠를 풀어 목에 걸거나 팔다리를 매는 일은
인간의 상상과 욕망에 의해 할 수 있는 행위다.
패션에 취미가 많은 나도 벨트를 목걸이로 써봤다.
그런데 패션에도 벨트 라인 이란 게 있다.
인체로 보면 중부지방에 해당된다.
벨트를 허리에 매지 않고
허벅지나 다리에 내려 묶어도 죽지는 않는다.
하지만 이미 벨트 선이 마련돼 있고
묶으면 가장 편한 허리에 매는 게 역시 낫다.
오랜 연구와 여론 수렴과 입법을 거쳐
벨트 라인이 설정됐다면
정부가 그 위치를 바꾸는 데도 확실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그에 합당한 국민 설득이 필요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