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을 장만한 뿌듯함이 이렇게 클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가을이든 겨울이든 서두는 법이 없습니다.
천천히 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집니다.
어쩌다 철모르게 서둘 때도 없진 않지만,
늘 뒤끝은 야물지 않습니다.
반짝 그러다 제풀에 슬그머니 꼬리를 내리기 일쑵니다.
거울 속 주름살, 흰 머리칼 늘듯, 계절은 서두는 법이 없습니다.
천천히 왔다가 슬그머니 사라집니다.
시나브로, 가을이 가고 겨울이 옵니다.
억척 살림꾼이란 알뜰살뜰 절약해가며 사는 알뜰주부를 일컫는 말입니다.
요즘 들어 가사를 전담하는 남성들도 있지만 가사는 대부분 주부들 차집니다.
딴 세상 살듯, 흥청망청 물 쓰듯 돈을 쓰는 극히 일부를 빼고, 소득이 많고 적고를
떠나 절약은 주부의 덕목이 된지 오랩니다.
더구나 억척 살림꾼 소리를 듣는 정도라면 그 정도가 상상을 초월하고도 남습니다.
가급적 동네 시장을 이용하고, 필요한 물건은 인터넷에서 가격 비교를 해가며 구입합
니다. 백화점은 안가는 게 원칙이지만 꼭 필요한 물건은 바겐세일을 이용합니다.
쇼핑은 좋아하지만 결정은 망설입니다. 가격을 비교하고 한 푼이라도 싸게 사는 게
당연하다는 듯 푼돈(?)에 목숨을 걸기도 합니다.
생필품을 사는데도 이렇듯 준비가 철저하고 신중합니다.
이런 실력(?)을 집을 사는데 유감없이 발휘합니다.
집을 사는 데는 준비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아 걱정입니다.
집값은 어디로 튈지를 모르기 때문입니다.
'바닥에 사고 상투에 판다'는 허울 좋은 말이 있지만 현실은 도무지 감을 잡기 조차
힘들 뿐입니다.
인터넷을 뒤져 오만가지 자료를 스크랩했지만 명확한 정리가 안 됩니다.
집을 살려니 집값이 폭락한다는 기사에 망설입니다.
기다리기로 마음먹고 나니 집값이 폭등한다는 기사가 괜시리 불안케합니다.
김영숙씨가 집을 사기로 마음먹은 것은 지난해 요맘땝니다.
현재는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34평에 전세 살고 있습니다.
2006년에 집을 팔고 아직까지 전세를 살고 있습니다.
억척살림꾼이란 소리를 들어가며 돈을 모아 제법 알부자라는 소리도 들어오던 터입니
다.
2006년 집값이 한창 오를 때 집을 팔아 남들로부터 부럽다는 소리를 두고두고 듣고
있습니다.
올림픽선수촌 옆 둔촌주공이 재건축 진행 중이라 둔촌주공을 살 계획입니다.
재건축 이후엔 지금 살고 있는 올림픽 선수촌아파트는 물론 잠실보다도 나을 것 같
기 때문에 결정한 일입니다.
그동안 몇 번의 기회가 있었지만 망설인 끝에 아직까지도 그대로입니다.
집값이 떨어지면 폭락한다는 기사에, 오를 땐 때늦은 후회에, 마음고생을 하면서 말
입니다.
둔촌주공 34평을 9억에 사기로 했습니다.
지난 1월에는 9억6000만원까지 거래가 됐던 평형입니다.
지난 7월, 8억5천 할 때 사지 못한 게 아쉽기는 해도 과감히 결정하기로 했습니다.
이정도면 됐다는 판단이 섰습니다.
전세가 1억8000만원이 들어 있어 7억2000만원의 자금이 필요합니다.
살고 있는 전세를 빼면 자금은 충분하고 남음이 있지만 모자란 것은 대출을 조금 내
기로 했습니다.
내년부터는 9억 초과 아파트의 취 등록세 부담이 더 늘어난다는 것도 결정을 서두른
이유 중 하나입니다.
재건축이후엔 지하철9호선과 5호선 더블역세권에 45평 아파트를 배정 받을 수 있다
고 했습니다.
추가 분담금은커녕 오히려 3800만원이나 돌려준다 했습니다.
현대힐스테이트, 현대i-park,대우푸르지오,롯데케슬 브랜드를 달고 9000세대 이상의
대단지가 들어선다는 것입니다.
몇 년을 두고 벼르고 벼르던 일입니다.
그동안 집값이 오르고 내리면서 마음고생과 함께 공부도 많이 했습니다.
둔촌주공은 철저히 파악이 됐습니다. 부동산시장의 흐름도 충분히 숙지한 상태입니
다.
인생 공부도 같이 말입니다.
이제, 걱정은 접기로 했습니다.
결정에 후회는 없습니다.
집값이 오르든 내리든 신경 쓰지 않기로 했습니다.
근심걱정은 그동안 마음 고생한 것으로도 충분합니다.
짐작 컨데 생각보다는 훨씬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습니다.
벌써부터 가슴이 두근거립니다.
명품을 장만한 뿌듯함이 이렇게 클 줄은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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