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은 차고 햇살이 눈부십니다.

찬 공기에 머릿속까지 개운합니다.

가을이 깊었습니다.



김여사는 둔촌주공 4단지 34평에 살고 있는 50대 주부입니다.

10년 전에 장만한 집입니다.

전원주택 같은 주변 환경과 애들 학군 때문에 선택한 집입니다.

이곳에서 애들 공부시키고 결혼까지 다 시켰으니 남부러울 것도 없는 처지입니다.

오래된 아파트긴 해도 단지가 쾌적하고 주변이 좋아 정이 들대로 들었습니다.

게다가 재건축이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집값까지 꽤 올라 친구들 간엔 부러움의 대상

입니다.

콧노래가 절로 나옵니다.



그런 김여사가 고민이 생겼습니다.

2년 전 경기도에 분양 받은 아파트 때문입니다.

경춘 고속도로가 생기면서 집값이 오를 것이란 광고를 믿고 과감히 저지른 일입니다.

낡은 아파트가 지긋지긋해서 공기 좋은 교외에 널찍한 새 아파트에 살아 보는 것이

꿈이기도 했습니다.

게다가 집값도 오를 것 이라니 금상첨화입니다.

마석의 50평대 아파틉니다.

분양을 받고는 설레는 마음에 며칠을 잠을 설쳤습니다.



부동산 시장이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입주가 다음 달인데 집값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집니다.

분양가 밑으로 팔려고 내놔도 팔리지를 않습니다.

그렇다고 입주를 하자니 그것도 마땅치 않습니다.

둔촌아파트를 팔든지 전세를 놔야 하는데,

둔촌아파트를 팔면 팔리기야 하겠지만 1억이나 집값이 떨어진 지금은 너무 아까워 도

무지 엄두가 나지 않습니다.

전세를 놓고 가자니 그것도 편치 않습니다.

이래저래 머리가 지끈지끈 아픔입니다.

괜한 짓을 했다고 후회가 막급입니다.



당초의 계획은 이렇습니다.

공기 좋고 넓고 쾌적한 새 아파트에 살아보는 것이 그동안의 꿈입니다.

더구나 전철 개통으로 교통 좋고 집값도 오른다니 금상첨화입니다.

둔촌주공은 재건축이 진행되면서 가격이 오를 터입니다.

집값이 오르면 팔아서 현금 확보를 늘릴 계획입니다. 재건축 후에 입주를 해도 그만

입니다.

그러고 나서 분양받은 아파트를 팔아도 됩니다.

그때 되면 가격도 꽤 오를 테니 말입니다. 분양주택에 대한 세제 특례가 있어 세금

걱정도 안 해도 됩니다.



하지만 순리대로 풀기로 했습니다.

둔촌아파트를 전세를 주고 다음 달 새 아파트로 이사 가는 것으로 결정을 했습니다.

둔촌주공아파트는 재건축이 되면 45평을 배정받고 4000만원 가까이 돌려받는다 했습

니다.

분명 가격이 오를 것으로 판단한 것입니다.

그때 가서 파는 게 훨씬 이득이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새 아파트에 마음 편히 살 생각입니다.

내외가 뚜렷한 직장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불편할 것도 없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경기도 집값도 나아지지 않겠냐는 생각입니다.



행복한 김 여사 얘깁니다.

대출이자로, 고통 받는 이들에겐 행복한 김 여사의 얘깁니다.

재건축이후 미래가치가 탁월한 데도 대출이자에 다른 사정에, 집을 팔아야 할 사람들

에겐 부러운 얘깁니다.

적어도 둔촌주공에서 지금 집을 파는 이들에겐 사정이 있는 사람들입니다.

둔촌주공 집값은 오를 게 뻔하니 말입니다.

실제로 둔촌주공 집값은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대출이자든,

일시적 2주택이든,

갈아타기든,

지금 집을 파는 이들에겐 필히 곡절이 있습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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