뭔가 맺힌 게 있나 봅니다.

억수 같은 장대비를 시도 때도 없이 분풀이 하듯 쏟아 부우니 말입니다.

가을은 왔는데,

모두들 난감하게 말입니다.



김 부장와 이 부장은 친구 사이입니다.

두 사람은 둔촌주공 34평 소유자입니다.

직장도 빵빵하고 남부러울 것이 없습니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늘그막에 같이 살자며 같은 동네에 집을 장만한 것입니다.

각기 살던 집을 팔고 면밀한 시장조사 끝에 결정한 일입니다.



둔촌주공을 사기로 마음먹은 것은 2006년 초입니다.

2005년 8.31 조치로 몇 개월 째 집값이 떨어지며 침체가 길어지던 때입니다.

정부가 뭔가 대책을 내놔야 한다며 불만이 여기저기서 터져 나올 그 시기입니다.

부동산 중개업소에 나온 급매물 두건을 사기로 했습니다. 둘 다 7억 9천만 원입니다.

김 부장은 집을 샀습니다. 2백만 원을 덤으로 깎고서.



이 부장이 주춤거립니다. 집값이 더 떨어질 것 같다는 생각입니다. 결국 하루만 더

생각 하기로 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한 달이 휙 지났습니다. 그 새 가격은 슬금 슬금 8억 2~3천 까지 올랐

습니다.

그러다가 추석이 지나고 가격 상승폭이 빨라집니다. 11월이 되자 걷잡을 수 없이 춤

을 춥니다. 너도 나도 집을 삽니다. 매물이 없어 하루 사이에도 몇 천만 원이 오르

곤 합니다. 집값이 뛰어 올라 지금 집을 사지 않으면 다시는 집을 살 수 없을 것만

같습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사려는 사람들로 은행 대출 창구가 북적댑니다.

이부장도 다급해 졌습니다. 집값이 10억을 넘겼습니다. 이제는 사야할 것 같습니다.

부랴부랴, 생색을 내다시피 거드름을 피 는 집주인과 계약을 할 수 있었습니다. 10

억 1천만 원. 물론 한 푼도 깎을 수는 없었습니다.

대출 2억 5천만 원을 얻었습니다.

2006년 11월 입니다.

12월엔 11억이 넘었습니다. 역대 최고가 경신입니다.

이부장이 가슴을 쓸어내립니다. 그래도 잘했다는 생각입니다.



2010년 9월, 34평 가격이 9억입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는 6억 중반 까지 떨어 졌다가 지난 1월엔 10억까지 오르

기도 했습니다.

이 부장 입장에선 가슴 아픈 시간들이지만 앞을 생각하면 꼭 그렇지만은 않습니다.

우여곡절을 겪던 시공사선정이 마무리 되면서 재건축 진행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습니

다.

평형배정도 45평이나 52평을 골라잡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45평은 7천만 원을 돌려주고 52평은 4천만 원만 추가 분담금을 내면 된다는 것입니

다.

그만하면 기다린 보람은 있습니다.

지하철9호선 역세권으로 잠실 수준은 된다는 것이니 손해 본 장사는 아닙니다.

욕심을 부리다 김 부장보다 손해 본 것이 배 아프지만 말입니다.



'그때 욕심을 부리지 말았어야하는데...'



한참을 지난 후에 알 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김 부장과 이 부장은 우리의 흔한 이웃입니다.

순간의 판단에 따라 얻어진 결과입니다.

그 차이는 작지 않습니다.



남보다 나은 결과를 얻는다는 것은, 남다른 용기가필요합니다.

남보다 앞서야 한다는 것입니다.



요즘 집을 사는 사람들, 또 다른 김 부장입니다.



[둔촌주공 한줄 동향 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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