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재촉하는 비는 밤을 샜습니다.

소슬바람을 앞세운 가을이,

아침저녁 슬며시 자리 잡습니다.

한낮 무더위는 아직도 두 눈이 시퍼렇습니다.



8월 28일은 둔촌주공 시공사 선정 조합원 총회일입니다.

4조원에 달하는 사업비로 국내 최대 규모의 재건축단지인 둔촌주공 시공사 선정에 관

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이미 두 차례 시공사 선정이 무산된 뒤라 28일로 예정된 총회

에서도 시공사선정을 하지 못하면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공공관리제를 적용받아 재건

축을 추진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3일 입찰에는 현대 사업단을 비롯한 3개 팀이 참여 했습니다.

조합 측은 입찰공고에 앞선 대의원회에서 삼성, 대림, gs 등 3개사를 입찰에 제외키

로 결정했습니다.

결국 조합의 의도대로 현대 사업단과 한양, 금호 컨소시엄 등 3개 팀이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



이를 두고 말들이 많습니다.

일부 조합원들은 현대 사업단을 밀어주기 위한 속셈이라고 조합 측을 강하게 비판합

니다.

현대 사업단을 제외한 두개 팀에 대해서는 세 살짜리가 봐도 명백한 들러리라고 빈축

을 삽니다.

조합 측의 농간으로 조합원들의 선택권이 심각하게 침해 받았다며 울분을 토합니다.

이번 입찰은 현대 사업단 단독 참여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막다른 골목에 몰린 격'이 된 조합원들이 분통을 터트립니다.

머릿속으로는 손익 계산에 분주합니다.

와중에 온갖 유언비어가 난무합니다.

입찰직전엔 배제를 당한 삼성 등이 삼성 사업단으로 '입찰에 참여 할 것'이라고 조합

원들과 접촉을 하면서 한동안 혼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결국 해프닝으로 끝났습니다.

누구하나 조합원을 위한 것은 없습니다. 모두가 지가 옳고 지가 잘났다며 제 이익만

을 찾습니다.

따져보면 그것은 다 똑같습니다.

생각해 주는 척 하지만 기실 목적은 다른데 있습니다.

반대하는 쪽도 그것은 마찬가집니다.

그래서 조합원들은 더욱 혼란스럽습니다.



지금 이 시점은 냉철한 판단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냉철한 판단이 어렵기는 하지만 방법은 있습니다.

역으로 생각해 보는 방법입니다.



이 시점에 조합원에게 주어진 숙제는 시공사 선정을 하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시공사 선정을 한다면 현대 사업단을 선택한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만약 선택을 하지 않는다면,

공공관리제는 불가피한 선택입니다.

조합측은 결정타를 맞게 됩니다. 결국 집행부는 살아남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현대 사업단도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꼴'입니다. '게임 끝'인 것입니다.

그동안 하는 처사를 보면 통쾌한 일입니다.

반대하는 쪽에서 보면 경사가 났습니다.



하지만 잠시 기분 좋은 게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고민은 더욱 깊어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공공관리제로 가기 위해서는 일단 시간이 더 소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아직 공공관리제로 인한 폐해도 검증된 바가 없습니다.

어떤 돌발 변수가 있을지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게 있습니다.

건설사는 영리를 최우선으로 하는 기업입니다.

공공관리제가 된다 해서 기업 이념이 바뀔 가능성은 없습니다.

공공관리제라 해서 갑자기 기업이 조합원들의 이익을 최우선하는 식의 변화는 기대

할 수 없다는 말입니다.

하늘이 두 쪽이 나도 불가능한 일입니다.



작금의 최대 이슈는 조합원들에게 이익이 되는 재건축입니다.

즉 명품 둔촌주공 탄생으로 조합원들의 꿈을 실현시키는 것입니다.

차근차근 모든 문제를 해결한 뒤 투명하게 사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그것이 맞는 말

입니다.

그러나 이상과 현실은 괴리가 있습니다.

그 최상의 가치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자기이익을 앞세우고 그것을 쉽게 포기하지 못합니다.

세월이 흐른다고,

그렇게 기다린다고,

자기 이익을 포기하면서 타인의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기업이나 사람이나 똑같습니다.

현실은 그렇습니다.



지금 이 순간이 소중한 이유입니다.





[둔촌주공 한줄 동향 스케치]



둔촌주공 하나공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