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줄기가 신났습니다.

빳빳한 줄기가 힘이 넘칩니다.

여름내 들락거리던 게 아닙니다.

더위가 싸악 가십니다.

속이 다 후련합니다.

억수 같은 빗 새로 흐릿하게 가을이 스칩니다.



태풍의 위력이 대단합니다.

시작도 전에 전초전 찬비로, 한칼에 찌든 여름을 평정했으니 말입니다.

시원한 빗줄기에 고단한 속이 다 후련합니다.

여름이 끝나기라도 한양 신났습니다.

모처럼 웃음소리를 냅니다.



한 달을 꼬박해서 채 10건도 팔리지 않는 지독한 불황입니다.

마흔 개가 훨씬 넘는 중개업소를 통틀어 말입니다.

웃을 래야 웃을 기력도 자취를 감춰 버렸습니다.

속은 다 새까맣게 타버렸습니다.

요샌 '손가락 빨다'라는 농담도 쑥 들어 간지 오랩니다.

다소간 형편이 나은데 라는 게 이 꼴입니다.

그래도 시원한 빗줄기에 모처럼 표정이 환합니다.



아마도 이 비를 앞세운 태풍을 기다리는 지도 모릅니다.

보다 더 정확히는 태풍을 앞세운 가을을 기다릴 가능성이 있습니다.

더 더 정확히는 찬바람과 함께 찾아올 분주한 발걸음을 기다리는 것이 정답입니다.

태풍이 불건 그래서 가을이 오건 그래서 찬바람이 불건, 아니면 정부가 나서건 이젠

시장이 살아나야합니다.

이유 없이, 시장을 살려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야 서민들이 산다는 것입니다.

정말도 마음 놓고 웃고 싶다는 것입니다.

허탈한 웃음 말고 진짜로 기분 좋은 웃음 말입니다.

그것이 언제인지 까마득하기만 합니다.



비가 오니 푸념을 합니다.

어쨌든 시원해져서 좋고,

억수 같은 빗줄기에 속이 후련해졌습니다.

환한 웃음엔 허탈함이 반입니다.



철면피 정부가 더 이상 뻔뻔하기도 지친 모습입니다.

여론에 떠밀리듯 대책발표를 약속합니다.

추락할래야 추락할 곳이 없는 시장에선 바닥이 아니라는 반론이 오히려 더 어려운 지

경입니다.

태풍 뒤로 꼭꼭 숨은 가을의 머리카락이 보입니다.

이번 태풍이 지나면 몸통이 보일지 모릅니다.



하하 호호 마음 놓고 활짝 웃는 날은 다가옵니다.



[둔촌주공 헌줄 동향 스케치]



둔촌주공 하나공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