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오락가락,

후 텁 지근 까지.

할 건 다합니다.

며칠 맑은 날에,

올핸 그렇게 간단하게 끝내나 보다,

웬 횡재인가 했더니만

그 꼴은 못 보겠는가봅니다

그까짓 거,

한번쯤 대충 가도 나쁠 게 없는데.



몰라도 한참을 모릅니다.

5,930명 조합원들은 둔촌주공 재건축을 학수고대합니다.

그 열망은 넘치고 불타오릅니다.

저마다 나서지 않아 그렇지 속내는 똑같습니다.



조합설립인가가 날 때 만해도 모두들 그렇게 좋아할 수가 없었습니다.

제대로 위용을 갖춘 조합이 나서서 일사천리 진행해 줄 것으로 믿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일각의 부정적인 평가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진심으로 성원하고 축하했습니

다.

국내에서 내 노라 하는 건설사들이 하나 둘 둔촌주공에 모여 들기 시작 할 때도 그

런 마음은 여전했습니다.

오히려 기대감이 더해갔습니다.



이사회와 대의원회를 번갈아 가며 정신없이 바빠졌습니다.

건설사들의 활동이 본격화되자 금전과 관련된 갖은 루머가 난무 할 때도, 이사회와

대의원회에서 특정 건설사에 편파적이라는 소문에도, 설 마 설마 하면서도 조합집행

부에 대한 믿음에 변함이 없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입찰마감을 하고 총회를 하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위 태 위태 하던 것이 총회 전날 터진 것입니다.

절차상의 하자로 인한 요인으로 법원에서 '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진 것

입니다.

총회에서 시공사를 선정하려던 계획이 물거품이 된 것입니다.

하루 전 법원의 결정이 발표된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날 총회에 참석한 인원은 과

반이 넘었습니다.

수천 명의 순진한 조합원들은 그 순간에도 조합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보낸 것입니

다.

그런데 그것은 결국 짝사랑 이었습니다.

그것은 조합원에 대한 배신행위입니다.

이미 예견됐던 일이긴 하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이후 조합의 발표문은 더욱 가관입니다.

'조합은 추호의 잘못이 없다. 일부 불순한 세력의 방해 공작에 의한 것이다'라는 뻔

뻔한 말 뿐입니다.

일말의 뉘우침은 찾아 볼 수가 없습니다.

오만 불손하기가 이를 대가 없습니다.

몰라도 한참을 모릅니다.



원점회귀한 시공사 선정문제로 다시 북적입니다.

어차피 늦어져서 손해는 났습니다.

이번에 제대로 하면 그야말로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습니다.

조합집행부도 추락한 신뢰를 회복할 기회입니다.



그런데 어째 불안 불안합니다.

대의원회를 거치면서 몇 개 사를 배제 시킨 것에 대해 논란이 있습니다.

흑막이 있다 없다 말들이 많습니다.

제발 제대로 좀 했으면 좋겠다고 볼멘소리가 가득합니다.

이러다가 지난번처럼 되면 어떡하냐고 걱정이 하늘같습니다.

늦어지면 다 조합원 부담인데 라며 혀를 끌끌 찹니다.

몰라도 한참을 모릅니다.



공공관리제를 피하고 싶은 게 조합의 생각인건 분명합니다.

그렇다면 그렇게 많은 시간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삐꺽하면 기회를 영영 잃을지도 모릅니다.

이번엔 꼭 성공해야합니다.

그 점에선 조합도 조합원도 똑 같은 생각입니다.

그러나 이번에도 최대 이슈는 절차상의 하자 여부일 가능성이 큽니다.

해봐야 될 일이지만,

아무리 좋은 조건의 건설사가 참여를 해도 절차상의 하자로 인해 치명타를 먹을 수

있습니다.

요 며칠간의 불안한 행보에서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지금부터라도 중심을 잡으면 됩니다.



기회는 다시 오지 않습니다.

조합원들은 조금 늦더라도, 조금 늦어서 손해가 되더라도 공공관리제로 가도 됩니다.

하지만 조합은 잘못하면 끝입니다.



다른 것은 몰라도 그 점은 명확히 알아야 합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 스케치]

둔촌주공 하나공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