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벽두부터 시작된 것이
반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살을 애 는 추위를 가르며 시작된 전쟁은
비질 땀나는 여름에 왔습니다.
우여곡절, 천신만고 끝에 다 은 정상에서
아 뿔 싸 헛발을 디뎌 원점에 섰습니다.
 
 그날 그곳에 모인 사람은 2,851명입니다.
호기심과 열망에 가득 찬 눈동자는
둔촌주공 재건축을 바라는 조합원들입니다.
시공사 선정 불가라는 법원 결정에도 불구하고 과반이 넘는 조합원들이 운집했습니다.
수천 명의 열기로, 뜨거운 열망으로 외칩니다.
'재건축 빨리합시다. 둔촌주공 명품으로 만듭시다. 새집에 살아 봅시다'라고 말입니다.
 
 아침 일찍 한통의 전화가 걸려옵니다.
지난 5월 2단지 25평을 산 조합원입니다.
법원의 결정 내용을 알고도 총회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어디선가 총회 불참을 강요하는 문자메시지도 있었지만 개의치 않고 참석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재건축을 열망하는지 몰랐어요. 걱정 반 기대 반 참석을 했는데 열기가 대단했어요. 잘 될 거 같아요'라고 했습니다.
 
  둔촌주공은 사업비가 3조원에 달하는 강남권 최대의 재건축 단지입니다.
반년이상 사생결단을 내듯 쌈 박질하던 시공사 선정전이 원점으로 돌아 섰습니다.
건설사 입장에서 보면 공든 탑이 한순간에 무너진 것입니다.
'모로 가도 서울만 가면된다'는 식으로 절차를 무시하고 결과적으로 조합원들은 무시한 결과라는 평가입니다.
조합집행부와 입찰참여건설사의 잘못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특히 조합집행부의 책임론이 급격히 확산 되가는 양상입니다.
 
 둔촌주공에서 재건축보다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따라서 시공사 선정 문제도 이 시점에선 가장 중요한 이슈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만큼 원점 회귀된 시공사 선정전에 말들이 많습니다.
조합원들의 걱정도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하지만 걱정만하고 불만만하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다행히 잃은 것만 있는 게 아닙니다.
아픔을 겪으면서 너무나 소중한 것 들을 배웠습니다.
절차를, 과정을 무시하면 안 된다는 것,
조합원들의 의견을 존중해야한다는 것,
진정성이 있는 제안이라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는 것,
무리수는 또 다른 무리수를 낳는다는 것.
소중한 배움으로 다시 시작하는 마음이 희망찹니다.
더욱 잘 될 것 같은 자신감이 솟아오릅니다.
결단코, 두 번은 실수하지 않을 것입니다.
 
 먹구름이 잠시 햇살을 가립니다.
먹구름 뒤의 햇살이 더욱 눈부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