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가 밤을 새웠습니다.

억장이 무너진 사람 속 털어내 듯

퍼붓듯이 빗줄기를 쏟아냅니다.

새벽녘에야 가쁜 숨을 고릅니다.



어제와 오늘은 천당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합니다.

무난한 시공사 선정 주민총회가 예상됐습니다.

이런 저런 의혹 속에서도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사는 결정 될 것이었습니다.

이미 총회장으로 향한 마음은 장밋빛 천당입니다.



그러던 것이 오후 5시를 전후해서 급전직하 반전이 됩니다.

일부 조합원들이 제소한 '총회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받아 들여진 것입니다.

법원이 총회 자체를 금지한 것은 아니지만 총회의 핵심 안건인 시공사 선정을 금지

한 것입니다.

둔촌주공 재건축조합은 3일 오후 2시 장충체육관에서 시공사 선정을 위한 조합원 총

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습니다.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에 제동이 걸렸습니다.

입찰에 참여한 현대사업단도 시공권 확보가 좌절됐습니다.

장밋빛 마음은 졸지에 지옥입니다.



오늘 시공사 선정이 될 것을 기대한 사람들의 표정은 허탈합니다.

'이러다가 자꾸 늦어지면 어쩌나' 하며 걱정이 태산입니다.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조

합원 부담만 늘어나는데...'하면서 말입니다.

반면에 축제 분위기도 있습니다.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에서 이겼다'면서 흡사 싸움터에서 승리한 장수 표정입니다.

그런가하면 조합의 무능을 탓하는 목소리도 거셉니다.

하나에서 열까지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고 벌겋게 열들을 냅니다.

현대사업단에게 화살을 돌리는 목소리도 거셉니다.

입찰시 제출한 참여제안서의 내용의 부실함을 지적합니다.

특히 수정 보완한 내용을 제안서에 포함 시켜 달라는 조합원들의 요구를 간과해서 자

초한 결과라는 분노 섞인 지적도 있습니다.



그동안 조합의 행태나 입찰과정을 보면 위태위태했습니다.

조합원들을 무시하고 일방적인 행보를 보인적이 한 두 번이 아닙니다.

지금의 사태는 자업자득입니다.



엎질러진 물입니다.

그러나 오히려 잘 됐습니다.

맞아야 할 매라면 먼저 맞는 게 났습니다.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안타까운 마음 한켠에,

새로운 기대가 싹틉니다.

그동안 찜찜한 부분이 있었는데 이참에 깔끔하게 털고 가자고 생각합니다.

다행이 공공관리제 시행도 10월 1일로, 3개월 늦춰졌습니다.

새로운 입찰을 하기에도 충분한 시간입니다.



시공사 선정으로 시끄런 요 몇 달 사이,

둔촌주공 조합원들도 많이 달라졌습니다.

입찰마감에 대해,

입찰제안서에 대해,

평형 배정에 대해,

무상지분율에 대해,

너무 많은 것을, 충분히, 학습했습니다.

다시 하면 더 잘 할 자신도 생겼습니다.



오히려 잘 됐습니다.

꼼꼼히 따져보고 다시 할 시간도 있습니다.

이런걸,

전화위복{轉禍爲福)이라고 하나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 스케치]

둔촌주공 하나공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