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뒤틀린 심사가 있는지,

밤새 열대야로 잠을 설치게 하던 날이

토악질 하듯,

억수같은 소낙비를 쏟아냅니다.

설친 잠 탓에 뿌옇기만 한 머릿속이

덕분에 한결 개운해 졌습니다.

날씨가 병 주고 약 주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요즘 조합원들이 하는 질문입니다. 전화로 아니면 사무실에 찾아와 똑같은 질문을 합

니다.

'총회에 가야 하느냐? 현대사업단의 수정보완 약속이 법적 효력이 있느냐?'라면

서 '총회가 무산되면 또 얼마나 기다려야 하나? 어차피 반대하는 사람들은 새로운 시

공사를 선정한다 해도 또 그럴 텐데 결국 공공관리제로 가야하느냐?'

전화를 하거나 사무실에 찾아온 조합원들 열의 아홉이 하는 질문 내용입니다.

표현은 결정을 못해서 조언을 구하는 형식이지만 행간을 보면 답은 나와 있습니다.

총회에 참석해서 재건축이 빨리 진행됐으면 하는 마음이 굴뚝 같습니다.

은근히 생각에 맞장구를 쳐주기를 바라는 눈칩니다.

그래서 슬쩍 편들어 주면 '그렇죠? 그렇게 해야겠죠?'하며 눈가엔 희망의 빛이 스칩

니다. 그리고는 자기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듯 사무실을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습

니다.



'믿어주세요. 그리고 총회엔 꼭 참석 하세요'

내일로 다가선 총회를 앞두고 현대사업단 사람들이 비질 땀을 흘립니다.

입찰제안서 상의 의혹 부분에 대해 수정 보완한 내용을 사장단이 공증을 통해 조합원

들에게 제시했지만 법적 효력 문제가 대두되면서 다시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입니

다. 조합원들은 수정 보완된 내용을 제안서에 삽입해서 확실하게 가자고 요구합니다.

하지만 현대사업단측은 문제될 게 없다고 말합니다.

회사의 대표가 약속한 문서를 공증한 것이니 법적 효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더구나 수정 보완된 내용이 둔촌주공 재건축 사업의 핵심적인 내용이 포함된 사안이

라 더욱 그렇다는 것입니다.

수정 보완된 내용이 없으면 조합원들은 절대로 동의를 하지 않을 것이 명백한 사안이

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명쾌한 법 논리를 앞세워 믿어도 좋다고 강변합니다.



지금 둔촌주공은 긴장감이 팽팽합니다.

가히 전쟁터를 방불케 합니다.

총칼 없는 전쟁터 말입니다.

조합원들과 현대사업단 말고도 또 다른 움직임도 있습니다.

재건축을 반대하는 측으로, 세력은 미약하지만 필사적입니다.

'총회금지 가처분 신청'을 내면서 전면으로 맞서고 있는 형국입니다.

오늘 오후 가처분 신청에 대한 결과가 나올 예정이지만,

대세를 가르기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있습니다.

5930세대에 달하는 대형 재건축 사업의 '총회금지 가처분 신청'에,

신청인이 18명으로, 지나치게 소수인 점이 불리할 것이라는 판단에 따른 분석입니다.



내일이면 둔촌주공 재건축 시공사 선정전은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아니,

둔촌주공의 재건축은 날개를 달게 됩니다.

둔촌주공인의 숙원인 '명품둔촌주공'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냅니다.



초조함 뒤에 숨겨진 둔촌공의 꿈은,

아직은 덜 핀 꽃입니다.

내일이면 꿈이 활짝 필지도 모릅니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 스케치]

둔촌주공 하나공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