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이란 얼마나 고독하고 힘든자리인가
2등은 다음(희망)이라도 있지만
인생의 최고 절정을 맛본 1등 뒤엔 허무함 뿐인것 같다

지금 살고있는 안양동 주공뜨란채가 나에겐 1등 아파트니
난 여기서 더 이상 갈곳이 없는 셈이다
남들은 평촌이라지만 나한텐 여기 다음이다

난 지금 인생의 허무를 느낀다

예전 산본살때 그래도 나는 행복했던것이
거기 10단지 22평 주공아파트는 2등 아파트였다
그런대로 위치는 좋지만 낡고 약간 비좁았던....

다달이 통장에 잔고가 쌓여갔고
그 통장을 보며 종종 내가 엄청난 행복감에 부풀어 있었던 이유는
1등 아파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작년에 1등아파트 뜨란채를 계약하고
이사하고 집꾸미고 집들이하고 축하받고...
그 행복감은 고작 두어달이었다

여기서도 매일매일 똑같은 일상들이었고
그런 가운데 절실히 느껴졌던건 집은 그냥 집일뿐이었다
늘 평이하고 지루한 생활이 반복되면서
어느 순간 깨달은것이 행복감은 이전 2등시절 보다 되레 못하다는 것이었다

언젠가 조중동이 강남아파트 띄우기 한참 하던 시절
'더 이상 갈곳이 없다'란 문구를 자주 써먹었던 기억이 난다

'더 이상 갈곳이 없다'는 말은 어찌보면 희망이 사라졌다는 말인데
그렇다면 강남 사람들도 한편으론 나와 비슷한 일종의 허무감을 느끼며
살고있지는 않을까 ?

작년 여름휴가는 스페인에서 보냈었다
휴가를 일주일쯤 남겨두었을땐 무척 행복했었지만
막상 스페인에선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던것 같다
기다리던 때가 훨씬 더 행복했었다

막상 그렇게 원하던 뜨란채 아파트에 와서 1년여 살아보니
아파트값이 지나치게 비싸다는 생각뿐이다
내 겨우 이거 할려구...

언제까지 이 가격을 고수할 수 있을지 정말 불안하다
차라리 거품없는 2등 아파트에서 희망을 갖고
맘편하게 살던때가 그립다
그래... 영국속담에도 행복은 중간에 있다 하지 않았는가?


하물며 내가 이런데...
이보다 더 거품낀 비싼 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조마조마 인생의 허무를 느끼며 살고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