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대대적 청소…美 경제 봄바람 부나

헤럴드경제
2009.3.24



주택판매 5.1% 늘고 다우지수 7700 회복

소비감소세 진정등 각종지표 ‘꿈틀’

세계 경제의 위기는 따지고 보면 미국 경제의 위기다.

미국은 씨티그룹과 aig,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본사가 있는 세계 금융의 중심지이자 연간 2조달러 이상을 수입하는 세계 소비의 블랙홀이다.

금융위기와 실물경기 침체의 이중고를 겪고 있는 세계 경제를 살리기 위해서는 미국 경제의 회복이 선행돼야 한다는 의미다.

지난해 이후 바닥 없는 추락을 거듭해온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잿빛이다. 시장 전문가 사이에서는 올해는 물론 내년에도 경기 회복을 자신할 수 없다는 비관론이 다수를 이룬다.



하지만 최근 발표되는 각종 경제지표를 들여다보면 최악의 2008년과는 분명 다른 추이다.

부동산과 금융 그리고 소비 부문에서 바닥을 감지케 하는 긍정적인 신호가 조금씩 들려오고 있다.

▶불황의 뇌관, 부동산이 꿈틀댄다=미국의 2월 기존 주택판매 실적이 예상밖의 호조를 보였다. 미국 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2월 기존 주택판매 실적이 472만채(연율 환산 기준)로 전달보다 5.1% 늘어나 2003년 7월 이후 최고 증가율을 기록했다고 23일 발표했다. 이 수치는 시장 전문가들이 예상했던 445만채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앞서 지난 17일 미국 상무부는 2월 신규주택착공건수가 전월 대비 22.2%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주택착공건수 증가는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아직 팔리지 않은 주택 재고 소진에 9.7개월이 걸릴 것으로 추산되는 등 아직 시장 회복을 속단하기는 이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낮아진 주택가격과 주택구입자에 대한 세제혜택 8000달러, 무엇보다 최근의 저금리 상황이 판매 실적 반등으로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la 한인타운의 부동산 에이전트 전홍철씨는 “지난해와 올해는 좀 다른 면이 있다”며 “특히 은행이자가 낮아지면서 cd 등으로 묶어놓은 돈을 주택시장으로 돌리는 사람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 수술은 시작됐다=23일 다우지수는 7% 가까이 폭등하며 7700선을 단숨에 뛰어넘었다. 미국 재무부가 금융기관 부실자산 처리를 위한 세부방안을 발표한 데 따른 기대감 때문이다. 이로써 마(魔)의 6000대를 헤매던 다우지수는 지난 9일 연중 최저가(6547.05) 대비 19%를 회복하며 바닥 다지기에 성공했다.

쉴라 베어 연방보험공사(fdic) 총재는 “은행 부실자산 매입 프로그램이 대부분의 은행에는 도움을 줄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금융시장 패닉(공황)의 원인 제공자인 씨티그룹과 boa 등 대형 은행이 지난 1~2월 흑자전환했다는 소식도 시장을 진정국면으로 접어들게 만든 호재였다.

▶소비, 지갑이 조금씩 열린다=불황을 모른다는 보석류 전문매장 티파니는 최근까지도 실적 악화를 걱정하는 처지였다.

대공황 이후 최악이라는 경기침체로 인해 미국의 소비시장은 작년 이후 꽁꽁 얼어붙었고, 서민층은 물론 명품족도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4/4분기 실적을 발표한 23일 티파니는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환한 표정이었다. 티파니는 4/4분기 매상 총이익이 늘어나고 있다고 발표했고 이날 주가는 9.1%나 폭등했다.

올 들어서는 소비시장 전반에도 해빙의 기운이 엿보이고 있다. 1월 소매판매가 전월비 1%로 증가한 데 이어 큰 폭의 감소가 예상됐던 2월 소매판매도 전월비 0.1% 하락에 그치는 등 소비 감소세가 진정되고 있는 모습이다.

양춘병 기자/yang@herald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