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칼럼] 부동산정책 완결편은 서울 주택 공급








우리나라 부동산정책은 냉탕ㆍ온탕 식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참여정부가 펴낸 `실록 부동산정책 40년`이라는 책자에 따르면 1967년부터 2006년까지 부동산 경기 부양 정책이 17건, 투기 억제 정책이 31건 시행되었다고 한다. 이처럼 역대 정부 부동산정책이 시장 상황과 가격 동향에 좌우되어왔다.

미국에서 집값 거품 논쟁이 한창이고 집값 폭락이 머지않았다는 책이 나오는 등 집값에 관한 관심이 고조되었던 2003년 봄이었다. 당시 안식년을 맞아 미국에 있던 필자는 미국 주택시장 동향과 정책에 관한 전문가 인터뷰를 위해 방문한 국내 언론사 기자의 취재에 동행했다.

기자는 먼저 미국 집값이 많이 올랐다는 사실을 미국 교수에게 확인한 후 본격적인 인터뷰에 들어갔다. 그리고는 집값 안정을 위해 미국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펴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러자 저명한 부동산 경제학자이자 민주당 정부에서 주택정책 관련 고위 관료로 일한 경험이 있는 이 교수는 미국 연방정부 주택정책 목표에 집값 안정은 들어 있지 않다고 대답했다. 기자는 구체적인 정책들에 대해 미리 준비한 후속 질문들을 바꿔야 했다.

미국 등 선진국들이 주택가격 자체를 정부 정책 대상으로 삼지 않는 것은 집값이 중요하지 않아서가 아니다. 가격은 시장에서 결정된 결과이고, 주택 가격은 지역에 따라 큰 차이가 있으며 정부 정책이 특정 지역 집값에 영향을 미치기가 어렵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미국 주택정책의 기본 틀은 세제와 금융을 통해 주택 구매력을 제고하고 저가주택 공급을 유도하여 국민에게 내 집 마련 기회를 확대해 주는 한편, 임대료 보조 등을 통해 저소득층 주거비 부담을 낮추는 것이다. 공급 관련 규제 권한을 지닌 지방정부들은 해당 지역 집값 유지나 상승에 도움이 되는 정책을 선호하기도 한다.

참여정부 뒤를 이어 출범한 현 정부는 인위적인 수요 억제가 아닌 수요와 공급간 균형을 통해 주택가격 안정을 추구한다는 정책 기조를 천명하였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1년여 동안 여러 가지 규제를 폐지하거나 완화했고 부동산 세제 정상화를 추진하였다.

그러나 그 과정은 일관된 논리를 토대로 정책 기조를 구현하기보다는 정치적 부담이 작은 것부터 시작해 시장 상황 전개에 따라 시기와 강도를 조절하는 방식에 가까웠다.

선진국들에 비해 우리나라 집값은 상대적으로 덜 올랐고 지금까지 하락폭도 완만한 편이다. 정책 대응에서도 미국 등이 특단의 수요 부양책을 내놓은 반면, 우리 정부가 한 일은 대부분 우리나라 특유의 규제와 세제를 정상화한 것이다. 예컨대 논란이 된 양도소득세도 보유 주택 수에 무관하게 양도 차익에 비례하여 과세하고 임대소득에 대해 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정상이다. 다만 전세제도 아래에서 임대소득에 대한 합리적 과세 방안은 숙제로 남아 있다.

정부는 서울 강남 지역에 대한 투기지역ㆍ투기과열지구 해제 여부를 놓고 작년 후반부터 고민을 거듭해왔다. 시장 관심이 집중된 상징성과 규제 완화가 시장 과열을 초래하지 않을까 하는 염려 때문으로 보인다. 규제가 풀렸을 때 거래가 얼마나 활성화할지, 그 결과 집값이 어떻게 반응할지는 잠재적인 구매자, 대출회사, 기존 주택 보유자들 결정에 달려 있다. 그러나 시장 참여자들이 보다 자유로운 거래를 통해 자신들 형편에 따라 주택 보유 형태나 주택 규모를 조절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것이 제도 정상화의 의미다.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정부가 주목할 것은 작년부터 주택건설 허가와 착공이 급격히 줄고 있다는 사실이다. 경제가 회복된 후 집값이 상승하면 그때 가서 거래규제로 대응하기보다는 서울과 수도권에 주택이 원활하게 공급될 수 있는 기틀을 미리 정비하여 대비하는 것이 옳다.

단기적인 집값 변동에 대한 집착에서 벗어나야 장기적인 안목에서 주택정책을 펼 수 있고 국민 주거 수준 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ㆍ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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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3.17 17:06:36 입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