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권 호가만 뛴 게 아니다


정 장관 말과 달리 실거래가격 상승

정종환 국토부 장관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강남 주택시장 동향과 관련 “호가만 오르고 있을 뿐 실제 집값은 오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합동으로 조사를 해 봤는데 거래가 안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과연 최근 강남권 주택시장이 꿈쩍거리는 게 호가만일까. 그렇지 않다. 거래가 많지는 않지만 실거래가 뒷받침된 움직임이다. 호가만큼은 못해도 실거래가도 오르고 있다. 강남권 투기지역 해제 이야기가 처음 나온 지난해 11월보다 실거래가가 1억원 이상 오른 곳이 많고 거래도 부쩍 늘었다고 중개업소들은 입을 모은다.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정 장관의 말과는 달리 강남권 재건축 지역에서 눈에 띄게 실거래가가 오른 단지가 많다”며 “거래는 지난해 12월보다 올 들어 다소 줄기는 했지만 그래도 꾸준하다”고 말한다.

실거래가 1억원 이상 올라

지난해 12월 8억5000만원~9억5000만원에 거래된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112㎡는 이달 초 10억~10억3000만원에 거래됐다. 호가는 10억5000만원까지 오른 상태다. 거래건수는 이달 중순까지 6건 정도로 지난해 12월 18건에 비하면 줄었지만 그래도 계속되고 있다.

이 아파트 115㎡는 지난해 12월 9억원 초반에 거래됐고 이달 10일에는 11억3000만원에 거래돼 실거래가가 1억원 이상 올랐다.

압구정동 재건축 단지도 사정은 비슷하다. 지난해 말 9억~9억5000만원에 거래됐던 현대8차 115㎡는 최근 11억에 거래됐고 호가는 11억5000만원까지 올라있다. 거래건수는 늘진 않았지만 업소마다 1주일 동안 평균 1~3건씩 급매물 위주로 거래되는 편이다.

압구정동 대신공인 김명웅 사장은 “실거래가는 1억원 정도가 올랐고 호가는 2억원 가까이 오른 상태”라고 말했다.

개포동 일대는 호가는 많이 올랐지만 실거래가는 보합상태다. 이달 9일 8억3500만원에 거래된 개포주공1단지 49㎡는 지난해 12월 급매물 시세로 실거래가는 변함이 없다. 반면 호가는 9억2000만원까지 올라있는 상태다. 이달 초 5억3000만원에 거래된 36㎡도 호가는 5억7000만원까지 올랐다.

때문에 정 장관의 말에 대해 일부에서 강남권 규제를 푸는 명분을 찾기 위해 강남권 시장 동향을 과소평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온다. 거래 사실을 무시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규제 완화되면 더 꿈틀댈 듯

많지는 않더라도 일부나마 거래되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기대감에 다소 늘어난 거래와 거래가격 상승이 실제로 규제가 완화되면 더할 것이라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설을 맞아 시장이 다소 주춤해졌지만 투기지역 해제 등 규제 해제가 나오면 다시 꿈틀댈 수 있다”고 보는 중개업소들이 적지 않다. 물론 호가가 뛰겠지만 실제 거래도 늘고 거래가격도 상승세를 탈 것이라는 말이다.

하지만 그동안 호가에 규제 완화 기대감이 많이 반영됐고 경기 침체로 매수세가 크게 늘어나기 어려워 거래가 늘고 거래가격이 오르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란 전망도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