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서울 아파트 분양 사실상 '제로'

대형업체 하반기로 미뤄…중소건설사 계획도 못잡아








건설사들이 분양계획을 속속 미루면서 당분간 분양시장이 '개점휴업'에 들어갈 전망이다.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자들로선 아파트 청약 기회가 없어지는 셈이다.

건설업체들이 분양을 하지 않는 것은 경기 침체와 기존 아파트값 하락 등으로 주택 수요자들의 신규 분양 아파트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데다 건설업계 구조조정 등의 여파로 분양시장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분양가상한제 폐지 등의 굵직한 규제완화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규제완화 후로 분양을 미루자는 분위기도 형성되고 있다.

서울에서 2월 분양이 예정된 아파트는 32가구에 불과하고 5807개 중소 건설업체로 구성된 주택건설협회 회원사 가운데 2월에 분양을 앞두고 있는 곳은 단 한 개 업체에 불과하다.

연초 서울 강남 일부 지역 집값이 들썩이고 추가 규제완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지만 분양시장은 여전히 한겨울인 셈이다.

◆ 서울 분양 달랑 32가구

= 30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설 연휴가 포함된 1월 마지막주에 이어 2월 첫째주에도 건설사의 분양계획은 없다. 국토해양부 집계에 따르면 2월 한 달 동안 전국 5657가구, 수도권 2329가구의 분양이 예정돼 있다. 특히 다음달 서울에서 신규 공급하는 분양 예정 물량은 사실상 '제로' 상태다. 서울 광진구 자양동에서 재개발 주택이 분양될 예정이지만 총 가구 수 57가구로 일반분양 32가구의 소규모 단지이기 때문이다.

수도권 전체 분양 예정 물량도 서울 잠실 대규모 아파트 한 개 단지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분양 예정 물량 가운데 50~70%만 실제 분양으로 이어지고 시장 상황에 따라 분양이 미뤄지는 경우도 많아 실제 분양 가구 수는 이보다도 적을 것으로 보인다.

2월이 전통적인 비수기라는 점을 감안해도 이례적으로 적은 물량으로 올해 분양시장이 사상 최악의 '가뭄'에 시달릴 것이라는 예측이 잇따르고 있다.

◆ 대형사도 분양 속속 연기

= 포스코건설은 당초 2월로 예정했던 인천 송도지구 d15블록 543가구(110~199㎡) 분양을 4월께로 미루기로 했다. 포스코건설 관계자는 '인허가 문제, 시장여건 등을 고려해 4월로 연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우건설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하는 서울 마포구 아현뉴타운 3구역 3063가구(일반분양 413가구)와 대우와 삼성이 공동 시공사인 왕십리뉴타운 3구역 2101가구(일반분양 829가구) 역시 분양 시기를 하반기 이후로 조정할 가능성이 있다.

대림산업과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시공하는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뉴타운 3구역 3304가구(일반분양 707가구)의 분양 시기 역시 미정이다. 그나마 대형사들은 '브랜드'를 내세워 아파트를 공급해 왔지만 최근에는 삼성 래미안, 대우 푸르지오, gs 자이, 현대 힐스테이트 등도 거의 시장에서 외면받는 분위기다. 브랜드 프리미엄 자체는 기대할 수도 없는 형편이다.

◆ 분양 감소세 지속될 듯

= 전문가들은 이 같은 분양 감소 현상이 올 한 해 경기 침체와 건설사의 구조조정 등으로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건설사 관계자는 '분양이 예정돼 있더라도 경기가 좋지 않아 대규모 미분양이 예상되면 분양을 미룰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전반적인 불황 여파로 건설사들이 안정적으로 분양계획을 세울 수 없다'고 말했다.

다른 중견 건설사 임원도 '많은 중견 건설사의 올해 목표가 '생존'인 만큼 새로운 사업을 벌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말했다.

이미영 스피드뱅크 분양팀장은 '2월은 비수기이기 때문에 3월 분양 물량이 올해 분양시장을 가늠해볼 수 있는 척도가 될 것 같다'며 '시장 상황이 불투명하고 규제완화 등이 예고돼 있어 건설사들이 분양 시기를 잡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아 기자 / 장용승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