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는 부동산 불황 모른다?

취업준비생등 늘어나 전ㆍ월세 품귀현상…
주변 부동산 문의전화‘빗발’


30일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인근에 위치한 한 부동산에는 실시간으로 칠판에 방 거래 현황을 적어 놓고 있다. 인근 골목에는 빈 방을 알리는 벽보가 빼곡히 붙어 있다. 박세준 인턴기자


미분양, 입주율 저조 등 지속된 경기불황과 건설업계 침체로 부동산시장이 바닥을 헤매고 있는 가운데, 대학가는 이를 비웃듯 ‘부동산 불패 신화’를 이어가고 있다. 3월 개강을 앞둔 대학가 하숙, 전ㆍ월세방은 이미 초만원 사례. 연일 부동산 가격이 떨어지고 있다고 아우성이지만 대학가 전ㆍ월세가격은 불황에도 끄떡없이 계속 고공행진 중이다. 장기취업준비생, 휴학생 등 취업난으로 학교를 떠나지 못하는 학생이 늘어나면서 대학가 부동산 품귀현상도 오히려 심해지고 있다.


30일 서울 성북구 안암동 h부동산 이모(35) 씨는 “평균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 선”이라며 “재작년과 비교해볼 때 평균 10만원 정도 오른 가격”이라고 말했다. 인근 m부동산 관계자 역시 “문의가 매일 쇄도하며 거래도 하루에 2건 이상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 종로구 명륜동 성균관대 인근 월세가격 역시 지난해보다 5만원가량 올라 평균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40만~50만원 선에서 거래되고 있는 실정.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전세는 아예 물량이 나오질 않고 간혹 나오면 나오자마자 대기자들이 구매해버린다”며 “하루에 문의전화만 10통이 넘을 만큼 수요에 비해 방이 크게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신촌지역 모 부동산 관계자도 “매년 2월이 되면 방값이 오르는데 올해는 지난해보다 20%가량 오른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대학가 방값이 상승세를 유지하는 이유는 공급을 크게 웃도는 수요 때문이다. 성균관대 인근 m부동산 이모(45) 씨는 “공급이 수요를 도저히 따라잡지 못하기 때문에 가격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딱 잘라 말했다. 이씨는 “매년 일정한 수의 학생이 입학하기 때문에 고정 수요가 있고 특히 최근에는 취업난 때문에 휴학생, 취업 준비생 등 학교에 머무는 학생도 크게 늘어 공급이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신촌지역 부동산 관계자도 “예전에는 방학시기엔 방이 많이 비고 방값도 떨어졌는데 요즘은 학생들이 방학에도 학교에 머무는 탓에 방학 시기에도 항상 방이 차 있다”며 “방을 원하는 학생이 많다보니 방값이 오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천정부지로 오르는 방값 앞에 학생들의 고민도 깊어만 간다. 2007년 졸업한 임모(27) 씨는 “학교에서 취업 준비를 해야 하기 때문에 학교 인근을 벗어날 수 없다”며 “올해 또다시 방값이 올라 어떻게 한 해를 보내야 할지 걱정이 크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김미정(여ㆍ25) 씨도 “방값이 아무리 비싸도 학생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며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그나마 1만원이라도 싼 방을 찾아 계속 돌아다닐 뿐”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