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탐방] 강남재건축 뜨는데, 가락시영만＂총맞은 것처럼 ...＂

현장탐방

[현장탐방] 강남재건축 뜨는데, 가락시영만＂총맞은 것처럼 ...＂

[부동산뱅크 2009/02/02 - 조회:21593]

서울 내 최대 재건축 규모를 자랑하는 가락시영 재건축 사업이 미로 속을 헤매고 있다. 가락시영 아파트 (범) 비상대책 위원회 (이하 범대위)와 조합간의 치열한 공방이 끝을 맺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락시영 아파트는 재건축 사업은 조합과 범대위 간의 법정 소송으로 중단된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말 이주신청을 한 2,400명 중 이주비를 받고 나갔던 조합원들은 역이주를 하거나 전세를 내놓고 있는 실정이다. 또 일부 조합원들은 조합을 상대로 신탁해지 소송도 신청한 상태다.

정부의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과 서울시의 한강변 초고층 개발 허용 등이 맞물려 강남권 재건축이 다시 반등하고 있는 지금. 가락시영의 재건축 사업은 오히려 혼란에 빠져있는 모습이다. 가락시영에 살고 있는 김모씨(43세 자영업)는 “이곳에 10년 넘게 살고 있지만 어떤 문제로 사업이 정지됐는지 이해가 가질 않는다”며 “다른 재건축 단지들은 집값이 상승하는데, 가락시영만 소송분쟁으로 집값이 떨어지고 있어 요즘 밤잠도 설친다”고 말했다.

이렇듯 가락시영 재건축 사업에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은 조합측에 있다는 평이다. 조합측이 사업결정을 하는 과정에 있어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않고 사업을 무리하게 진행하다가 일부 조합원들의 불만을 샀기 때문이다.

이에 범대위측은 지난해 6월 27일 동부법원에 ‘조합 업무 정지 가처분 신청’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범대위의 손을 들어주면서 재건축 사업은 전면 중단됐다. 조합은 곧바로 업무정지 이의신청과 업무정지가처분 취소 신청을 했지만 그 해 9월 기각 선고를 받음에 따라 현재는 고등법원에 항소를 제기한 상태다.

하지만 고등법원 항소에서도 조합측에게는 험난한 길이 예고되고 있다. 현재 조합은 사업재추진을 위해 주민의 동의를 구하는 사업시행계획변경동의서를 거둬들이고 있다. 이는 기존의 사업방식대로 사업을 추진하되 착공 전까지 정부의 정책완화로 변경된 사항을 적극 검토해 반영할 것을 주민들에게 약속하는 것이다. 그러나 80% 이상 거둬들여져야 할 사업시행계획변경동의서는 현재 60% 가량 만이 동의를 보인 상태라고 주변 중개업자들은 전한다.

이렇듯 저조한 동의률은 사업시행계획변경동의서 대로의 사업진행이 불확실하다는 데 있다. 범대위 측은 조합측이 8ㆍ21대책에 따른 층고제한 완화를 적용할 방침이라면 새로운 설계도나 추가부담금 책정에 따른 분양신청 계획이 세워져야 하는데 그에 대한 언급이 전혀 드러나고 있지 않다는데 의문을 보였다.

이에 조합측은 향후 사업은 주민의 의견과 실익을 따져 추진해야 한다는 반응이다. 가락시영 주택재건축조합의 송해운 이사는 “사업승인이 났더라도 기초공사가 들어가기 전까지는 변경신청이 가능하기 때문에 층수 완화 적용을 적극 검토 중이다”며 “이를 위한 디자인 아파트 설계는 많은 비용을 유발하는 만큼 주민 의견과 수익성을 조율해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범대위는 조합측이 제시한 사업비에도 의혹을 제기했다. 올 4월 사업시행인가 취득 당시는 3조 500억 원이었던 사업비가 2조 1,500억 원으로 9,000억 원 줄어든 것은 조합측이 주민들의 동의를 받기 위해 보상비를 사업비용에서 뺐기 때문이란 의견이다. 범대위 윤창원 위원장은 “보상비 항목에 들어가 있는 이주비의 경우 이자비용이 발생하는 만큼 사업비에 포함되어야 하는 것”이라며 “이는 사업비가 줄어든 것처럼 위장해 주민들에게 동의서를 받으려는 조합의 눈속임이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송 이사는 “당초 사업비에 포함시켰던 이주비는 입주 시 회수되는 비용이기 때문에 뺀 것이다”며 “이주비의 경우 무이자로 내주는 것이기 때문에 사업비에 포함시키지 않아도 된다”고 전했다.

한편, 이같은 조합과 범대위 측의 대립으로 재건축 사업이 지체되면서 주민들에게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가고 있다. 가락시영의 한 원주민은 “현재 이주 나간 사람들에 의한 금융비용이나 조합 간 대립에 의한 법률비용 모두 조합원들에게 돌아올 부담이다”며 “소모적인 논쟁과 사업지체가 사업비를 늘려 원주민들의 재산권만 침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조합과 범대위는 누굴 위한 재건축인지 먼저 생각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이주비를 받고 이사를 나간 주민들의 문제도 시급하다. 사업이 중단돼 이주비를 다시 돌려줘야 하지만, 최근 부동산경기 불황으로 세가 나가지 않아 금융비용 부담만 늘어나게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현지 부동산업계에서는 빠른 사업진행이 시급하다고 의견을 모은다. 가락동 B공인 대표는 “소송이 빨리 끝나 사업이 바로 진행된다고 해도 물가상승률과 부자재값 상승, 그동안 조합원들이 떠안은 금융비용까지 고려하면 추가부담금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며 “조합과 범대위 간의 합의점을 도출해 조금이라도 빨리 사업을 진행시키는 것이 조합원들의 부담을 줄일 수 있는 유일한 길이다”고 말했다.

<부동산뱅크 미디어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