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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가 터진지 어느새 5년이라는 세월이 경과했다. 많은 사람들이 서브프라임사태가 무엇인지도 그것이 미칠 파장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자기만의 투자방식을 고집하고 있다. 미국에서 1년이상 살아보고 수차례 출장을 다녀본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서브프라임사태가 터진후 우리나라의 부동산시장에 미칠 향배를 적잖이 우려해왔다. 2000년대 초반 미국에서 경험한 미국인들의 부동산 구입광풍, 모기지를 이용해 90%이상의 레버리지를 활용해 손쉽게 집을 살 수 있는 사회풍토와 이를 지원하는 정치사회적 분위기. 외국인인 나로서도 머지않아 버블의 붕괴가 올 것임을 직감했다.

무엇이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를 촉발시켰는가? 사람들은 흔히 월가의 탐욕을 지적한다. 또는 미국인들의 과소비와 부동산에 대한 맹종을 말한다. 물론, 이 모든 것이 사태의 원인일 수가 있다. 그러나, 나는 이러한 요인외에 가장 원인으로 정부의 잘못된 정책을 지적하고 싶다.

집이란 무엇인가? 인간이 살아가야할 가장 기본적인 삶의 보금자리이다. 단순히 잠을 자고 밥을 먹고 TV를 보는 가족간의 공동 생활공간이다. 여기에 더해 한국에서는 신분을 의미한다. 수천년간을 신분제를 경험해본 한국인으로서는 신분상승욕구가 어느 민족보다도 강한 족속이다. 조선시대 초반을 보라. 신진사대부와 이성계 일파의 무신집단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농민이었다. 80% 이상의 백성들은 새로운 정권이 미칠 사회적 파장을 이해하지 못했다. 성리학적 질서의식을 강조하는 정도전을 위시한 신진사대부의 철학은 이후 서서히 조선시대를 사농공상의 틀속에 가두어놓았다. 중국에서 수입한 성리학적 철학으로 무장한 소수의 엘리트가 지배하는 사회, 80%의 무지한 농민들은 그들이 만들어논 틀속에 양반 - 상놈의 틀속에 재편되어간 것이다. 농민들중 일부 깨인 자들은 다행히 과거라는 틀속에서 지배계층으로 편입되었고, 이마저도 조선중기로 오면서 과거를 볼 기회조차 박탈당하고 다수의 하류로 전락하고만 것이다. 불행중 다행이라고나 할까? 일제시대와 6.25를 거쳐 요행히 한국인들은 잘못하면 인도처럼 수천년을 이어올 카스트제도의 사슬에서 벗어난 것이다. 자본주의를 도입한지 5~60여년이 경과한 지금, 한국사회의 모습도 다시 서서히 신분제 사회로 일부나마 회귀할 조짐을 보이고있다. (사회학에서는 이를 Social Crystalization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곤한다. 서서히 망을 거르면 층이 나누어진다는 것이다.) 시골에서 올라와 대학교에 갓 입학한 신입생시절, 과외자리를 소개받으려한 교수가 나에게 어디에 사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다. 나는 순진하게 '서울이요'라고 우답을 한적이 있었다. 교수의 의도는 사회적 신분을 나타내는 집이 어디인지를 물어본 것이다. 몇년전 광고에 데이트하는 젊은 연인들이 집이 어디냐?는 질문에 '레미안'이라고 답변하는 장면이 떠오른다. 소위 강남아파트란 단순히 거주의 의미가 아니라 한국에서는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와 결혼시 상대방에게 굴리지 않는 최소한의 신분을 대변하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에서는 '강남아파트의 굴욕'이니, 하우스푸어라는 용어가 심상치않게 회자되고 있다. 과연 그러할까?

그렇다면 영미권에서는 집의 의미는 무엇인가? 부동산에 대한 인식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않다. Mortgage의 의미가 무엇인지 아는가? Mort(죽을때까지)+engage(계약에 따른 봉사)의 합성어로 중세 유럽을 연상하면 된다. (잘못하면 농노처럼 30년이상 장기간 국가와 은행에 죽도록 일해서 대출금을 갚아야한다.) 중세시대이후 유럽인들은 일부 상류층들에게만 집을 소유할 특권이 부여되었다. 소수의 상류계급은 토지권리증과 이를 배경으로한 정치적 특권을 후손들에게 물려주며 '그들만의 리그'를 지켜온 것이다. 부동산이 없는 사람들은 영주에게 평생동안 자신의 노동력을 제공하며 선거권도 없이 농노로 살아간 것이다. 이마저도 영국상원의 개혁으로 세습귀족의 정치적 영향력은 약화되었고 일반 시민들의 투표권도 확대되면서 신분제가 와해되어온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서구인들의 기본 바탕에 유주택자가 중산층이라는 믿음은 불변이다. 이를 영미권 사회에서 'Ownership Democracy(재산소유 민주주의)'라고 한다. 모든 시민이 집을 소유해 정치,경제적 삶의 주체로 거듭나야한다는 논리다.

나는 서브프라임사태의 발단이 클린턴정부의 정책에서부터 비롯되었다고 본다. 1992년 LA 흑인폭동을 경험하고 집권한 클린턴 민주당 정권으로서는 '인종의 용광로' 미국 사회를 차별없이 안정시켜야하는 정책적 과제에 직면한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NHS(National Home Ownership Strategy)다. 보다 많은 국민이 집을 소유할때, 즉 유주택자가 많아질때 국가에 대한 충성심, 사회에 대한 헌신이 많아지고 사회가 보다 안정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정책적 판단아래 금융기관의 파격적 지원과 정부 규제완화가 본격화되었다. 은행들로 하여금 신용도가 낮은 서브프라임급 서민들에게 대출하도록 지역재투자법(Community Reinvestment Act)을 개정했다. 또한 모기지담보회사인 '패니매'와 '프레디맥'을 정부가 전폭적으로 보증해주고, 1999년 상업은행과 투자은행의 겸업을 제한한 글래스-스티걸법도 폐지하게된다. 이로인해 은행들이 저마다 고수익 위험상품을 개발하는 등 수익을 찾아나서면서 버블이 확산된 것이다. 리먼브라더스, 골드만삭스 등 투자사들이 천재성을 발휘해 부동산에서도 고수익 파생상품을 개발했다. MBS(Mortgage backed Security)니 CDO니 '매치닌'이니 각종 파생상품을 개발해 부동산부문에 천문학적 유동성이 넘쳐나게된다.

정부정책에 따른 FRB의 저금리정책도 마찬가지다. 물론, IT버블 붕괴와 이라크,아프간전 등 천문학적 전비소요, 엄청난 쌍둥이 재정적자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그린스펀 의장이 0%에 가까운 저금리정책을 고수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다. 부시정부 들어와서도 바껴진 것이 없다. 부시대통령은 1기 취임사에서 'Ownership Society'를 역설했다. 유주택자들이 국가에 대한 충성심이 높고 안정된가정을 이끌기 때문에 이들을 지원해야한다는 논리다. 적어도 부동산정책면에서는 클린턴정부나 부시정부나 궤도를 같이했다고 볼수있다. 이로인해 근 10여년동안 미국내 유주택자비율이 60%대에서 2006년 70%대까지 육박했다고 한다. 사회적 버블이 시작된 것이다. prime급도, Alt a도 아닌 Subprime급 서민들이 중산층에 편입되기위해 너나없이 불나방처럼 100%이상의 대출을 받아 집을 사기 시작한 것이다. 그 이후의 사태는 말안해도 알 것이다. 경기호황기에 개인과 기업들은 개인의 부채한도를 넘어서 신용을 확장한다. 이로인해 주식시장과 부동산은 버블양상에 다다르며, 어느 순간 이를 감지한 불안을 느낀 금융기관들은 신용대출을 줄이게 되고, 과도한 레버리지를 쓴 가계와 기업들은 급격한 신용경색에 처하게된다. 이를 경제학적 용어로 'Minsky Moment'라 한다.

한국은 어떠할 까? 신분제 사회로 변해가는 한국도 이와 다르지않다. 전세계적 버블국면에서 수도권 아파트시장에서부터 부동산 버블이 시작되었으며, 지금의 양상은 미국의 Subprime 2기 사태와 유사하다고 본다. 불과 7~8년전만 하더라도 강남아파트는 1주일에 1억씩 오르곤했고, 직장이든 모임이든 모든 이들이 부동산 얘기만 했다. 모든 이들이 부동산을 공부했고, 공인중개사 열풍이 몰아쳤다. 급등하고 있는 부동산시장에 당황한 참여정부는 각종 규제책을 남발했다. 많은 이들은 수많은 하우스푸어의 원인으로 개인과 가계의 탐욕을 든다. 과연 이들만 탓할 수 있을까? 내가 보기에 한국에서 'Minsky Moment'를 촉발시킨 원인중 하나로 MB정부의 잘못된 부동산정책도 무시할 수 없다고 본다. 부동산을 급등시키지 않으며서 폭락도 바라지않는 어정쩡한 대책들, 부자들에게 약간의 규제완화라는 당근을 제시해 주며 서민들에게는 보금자리정책을 통해 모두가 지지해주면서 자연스레 정권재연장으로 이어지는 달콤한 환상을 꿈꾸었을 것이다. 한국은 가계들의 자산이 80%이상 부동산에 투자된 아파트공화국이다. 주식이나 각 종 선물에 분산투자하는 미국민들이나 저축율이 높은 일본인들과는 달리 한국인들은 작전세력이 판치는 주식보다 안정된 부동산 시장을 선호한다. 더구나 남들 시선을 의식하고 신분제사회로 변하고 있는 한국에서 한국민들의 아파트 올인 근성은 유난하다. 이러한 와중에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경색과 MB정부의 보금자리 정책은 이 모든 판도를 깨버린 것이다. 불과 몇년 전만해도 핵심지역 역세권 중대형 아파트를 핵심 투자처라고 목메어 외치던 전문가들도, 메이져 신문사들도 더이상 아무도 집 살 것을 강권하지 않는다. 하루에 10건씩 거래를 했다던 강남의 부동산들이 어느새 1년에 1건도 거래하기 힘들다고 하소연이다.

강남보금자리주택이란 서민들도 최소한의 자본으로 강남이라는 제1신분에 편입될 수 있는 특권이다. 하지만 보금자리주택의 후폭풍이 사회전반에 더한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 같다. 2007년 서브프라임사태이후 미국을 비롯한 전세계 정부들이 자금을 풀어 유동성을 확대하는 국면에서 현 정부는 부동산 규제완화보다 거꾸로가는 정책을 편 것이다. 150만호 보금자리주택 공약을 내걸었으니, 이제와서 국민들과의 약속을 철회할 수도 없고, 수도권 아파트건설시장에 올인한 건설사들은 대부분 자금경색에 취해진지 오래고, 이로인해 일용직 노동자까지 이어지는 하도급 업체들의 연쇄도산, 저축은행 등 금융기관의 부실과 불나방처럼 아파트 시장에 뛰어들었던 가계들의 눈물. 이어지는 끝도없는 경기침체. 학원, 식당 등 서민 자영업자의 눈물 등 순환의 악고리속에 어떤 부동산대책을 내놓아도 언감생심일 뿐이다. 정책기조가 바뀌지않는 이상. 웅진홀딩스 사태에서 보듯이 아파트시장에 발을 들여논 중견기업들도 부동산 불황에 더이상 안전하지만은 않다. 금융기관들도 신용대출에 인색하다. PF에 발묶인 저축은행들이 각종 자구책과 정치권 로비를 통해 생존하려(미래저축은행이 생존하기 위해 벌인 이상득의원 로비사건을 보아도 잘못된 정책의 부메랑이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해도 저축은행의 저축만 들어도 진저리치는 일반 국민들로부터 관심권 밖에 벗어난지 오래다. 가계,기업에 대한 신용대출을 꺼려하는 은행들, 사회 트랜드 변화로 더 이상 팔리지않는 아파트들과 동네부동산들의 연쇄 폐업, 수도권 외곽지역의 신규입주아파트 시행사들과 입주자들간 끝없이 계속되는 소송분쟁들. 갈길 몰라 헤매이는 유동 자금과 일본식 장기불황을 경고하고 나선 언론들. 한국에서도 'Minsky Moment'가 시작되고있는 것이다.

향후 전개될 Subprime 3기의 총구는 개인들을 겨냥하고 있다. 미국의 대출구조는 30년이상의 원리금상환식 장기대출인 'Mortgage'에 근거하고 있다. 반면 한국은 대부분의 부동산 대출이 3년이하의 이자만 갚는 단기대출이다.(다행히 집값의 50%이상을 차지하는 전세금 제도가 완충역할을 하고 있다.) 이자상환식에서 원리금상환식 대출구조로 바뀌게 되고, 집값이 일본처럼 지속 하락하게되면 '가계부채'문제가 최대 현안으로 부상할 것이다. 아니 이미 다리를 건넜을 것이다. 대선을 얼마 앞둔 현시점, 민심은 돌아선지 오래다. 차기정권에서 과연 현 경제상황을 어떻게 쾌도난마처럼 풀어갈 것인가? 지켜봐야할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