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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은 누가 움직이는가?

예전에는 시장(市場)이 움직였다. 곧, 수요와 공급의 힘겨루기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었다. 자본주의 시장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 시장에 의리의 돌쇠가 나타나다

그러던 어느날, 시장에 의리의 돌쇠를 자처한 정부가 나타났다. 집값이 너무 올라 내집 마련하려는 서민들의 꿈을 앗아간다는 이유였다.

집값을 잡기 위해서 먼저 갓 태어날 신규 아파트의 거래부터 못하게 막았다. 2003년 5월 ‘분양권 전매금지’가 그것이다. 자본주의 시장의 자유거래를 부정한 것이다.

돌쇠가 가만히 보니 집값을 올리는 놈들 곧 건설사들이 주로 공급하는게 중대형 아파트였다. 또 그것을 넙죽 넙죽 받아 사는 다주택자들이 문제였다.

그해 9월 돌쇠는 ‘재건축 중소형 60% 건설 의무화’와 ‘1인1가구 양도세 비과세요건 강화’를 발표한다.

그리고 또 돌쇠가 생각해보니 이참에 재개발, 재건축으로 돈 벌겠다는 놈들의 꿈을 박살내야 할 것 같았다. 그는 연이어 10월에 ‘재건축 개발이익 환수’와 ‘주택거래허가제’를 발표한다.

그럼에도 아파트를 분양받아 돈 버는 놈들이 있었다. 이를 그냥 눈 감아줄 돌쇠가 아니었다. 2005년 2월 이른바 ‘채권입찰제’를 도입해 판교신도시 분양부터 적용하였다. 아파트 분양받아 조금이라도 돈을 버는 꼴을 더 이상 눈뜨고 볼 수 없다는 것이었다.

돌쇠는 아예 공산주의식 발상을 하게된다. 아파트 분양가격을 시장의 한 축인 공급업자가 정하는 게 아닌 정부가 정하도록 했다. 시장(市場)을 몰아내고 그 자리에 정부가 들어섰다. 명색이 자본주의를 지향하는 나라에서.


2005년 3월, 먼저 공공택지에 분양가상한제가 실시되었다. 민간택지는 2007년 12월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돌쇠가 보기에 근원적인 악의 무리는 다주택자들이었다. 징벌적 과세가 필요했다. 2005년 5월 ‘부동산 보유세율 단계적 강화’와 ‘1가구 2주택자 양도소득세 실가과세’를 채택했다. 그리고 6월에는 ‘부동산 거래시 실거래가 신고 의무화’를 실시했다.

그 정도로는 양이 차지 않았다. 그래서 2005년 8월에는 종합부동산세 과세를 강화하고 1가구 2주택 양도세 50% 중과를 결정했다.

노무현 정부는 2003년 2월 출범 이후 2005년 5월까지 2년 여에 걸쳐 무려 40여 차례에 걸쳐 집값 안정대책 곧 부동산규제책을 내놓았다. 노무현 정부의 주택정책은 시장원리를 철저하게 배제한 채 규제와 무거운 조세부과로 일관한 반시장적 정책이었다.

징벌적 과세에도 불구하고 부동산 가격이 잡히지 않았다. 이번에는 아예 돈 줄을 막았다. LTV(주택담보태출비율) 규제에 이어 2006년 3월 투기지역 DTI(총부채상환비율)을 40%로 규제했다.

이는 수도권 부동산으로 흘러가는 돈 줄만 막은게 아니라 아예 내수시장 자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국내 유동성 흐름이 현저히 줄어든 것이다. 우리 국민들의 자산 80% 이상이 부동산에 묻어 있기 때문이다. 수출이 호황임에도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을 태우는 꼴이다.

* 외국 돌쇠들의 실패사례

그런데 경제사에서 의리의 돌쇠가 부동산 시장에 개입해 성공한 적이 거의 없었다. 돌쇠는 시장에 개입할 게 아니라 공급자의 한 축을 맡으며 서민용 임대주택 공급에 충실했어야 했다.

국가가 나서 ‘시장 실패’를 바로잡으려던 대규모의 시도는 이미 1920년대와 1970년대에 거듭 실패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임대료 규제였다.

1920년대 오스트리아의 수도 빈에서 시행된 주택 임대료 통제 정책이 어떤 결과를 가져왔는지 보자. 당시 집권당은 무주택 서민들의 임대료 부담을 줄여 주기 위해서, 즉 ‘다함께 사는 따뜻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 거의 공짜와 다른 없는 수준에서 주택 임대료를 동결했다.

집주인들은 주택을 수리하고 개선해도 임대료를 올려 받기 힘들어서 주택 수리와 보수를 중단했다. 그 결과 주택의 질은 점점 나빠졌다. 게다가 과거 세입자들은 임대료가 낮아지면서 오랜기간 집을 여유있게 사용했다. 그 바람에 임대 주택은 더욱 모자라게 되었다.

게다가 임대료 통제 정책은 사람들로 하여금 이사를 가지 못하게 만들었다. 새로 임대 계약을 하는 경우에 한해서만 임대료를 올릴 수가 있었기 때문이다. 빈의 노동자들은 빈에서 떨어진 외곽에 일자리가 생겨도 이사가면 집값이 너무 오르기에 새로운 일자리를 포기하거나, 많은 교통비를 부담하게 되었다. 그 바람에 실업률이 올라갔다.

집주인들은 임대료 수입에서 새로운 투자 재원을 조달했는데, 임대료 수입이 줄자 새집을 지을 수가 없었고, 주식에 투자할 돈도 없어서 자본주의 성장에 필요한 투자 자원이 막혔다. 집주인이 더 이상 집을 짓지 않자 정부가 대신해서 공공 임대 주택을 건설해야 했고, 이에 소모되는 자원의 규모는 천문학적 수준이었다.

1970년대 미국도 임대료규제법을 시행한 적이 있었다. 일부 정치가들은 주택소유주가 임대료를 마음대로 인상하지 못하도록 규제함으로써 세입자를 보호하려 했다. 임대료가 낮으면 낮을수록 주택수요는 늘어나 주택공급이 늘어날 것이라 판단해 임대료규제법을 통과시킨 것이다.

그러나 임대주들은 돈벌이가 되지않자 공급을 줄였다. 결과적으로 주택부지용 공터는 60만달러인데, 임대아파트 건물은 20만달러도 되지않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돌쇠의 의도는 좋았지만 결과론적으로 가난한 서민을 돕기보다 도시를 황폐화시킬 뿐이었다.

* ‘시장의 실패’ 보다 무서운 ‘정부의 실패’

정부가 민간 경제 활동에 간섭하는 이론적 근거는 시장실패론이다. 자유방임 상태의 경제활동은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정부가 개입해서 바로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해서는 안 되는 대표적 일이 자원 배분에 개입하는 일이다.

하이에크와 프리드먼은 시장의 실패보다는 정부의 실패를 더욱 문제로 본다. 정부가 자신의 역할을 넘어 이것저것 개입할 때 사태는 더욱 악화된다고 보는 것이다. 정부의 역할은 정당한 경쟁이 일어날 수 있도록 룰을 제정하는 역할에 머물러야 한다.

정부의 실패로 시장이 제대로 작동을 못하니 가장 먼저 공급이 줄었다. 민간건설사들이 아파트를 지어봤자 제값을 받지 못하니 아예 건설을 포기한 것이다. 그리고 다주택자들이 더 이상 집을 사지 않으니 임대주택이 줄어들어 전세대란이 발생했다. 게다가 전세끼고 집을 사봐야 더 이상 수익이 나지 않으니 월세 집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되었다.

자원 배분의 달콤함에 도취된 나머지 시장 기능을 무시하고 자원 배분에 개입한 대표적인 결과가 작금의 보금자리주택이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민간 공급주체들이 자기 역할을 전혀 못하고 있다. 그들의 잘못이 아니다.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도 있지만 그간 정부가 분양가상한제 등 너무 규제 일변도로 묶어놓아 시장이 죽었기 때문이다. 공급이 이렇게 부족해지면 향후 시장에 어떤 재앙이 닥칠지 아무도 모른다.

* 뉴타운과 재개발구역 주민들 한숨으로 지새워

‘정부의 실패’로 가장 고통받고 있는 사람들이 현재 뉴타운과 재개발 지역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다. 분양가상한제와 DTI 규제 등으로 부동산 시장이 완전 얼어붙어 사업추진이 안되기 때문이다. 성남 재개발의 경우 처음 계획이 발표된지 10년이 넘었다. 원주민들이 너무 오랜시간 사업중단에 갇혀 있다보니 허탈과 분노 속에 남은 건 악뿐이다.

강남 3구 등 있는 자들을 겨냥한 징벌적 부동산 정책이 애꿎은 구도심 재개발 서민들을 울리고 있는 것이다.

현재 뉴타운과 재개발을 공약으로 내걸어 당선된 서울시 국회의원이 48개 지역구 가운데 28명이나 되며 그 중 한나라당 국회의원이 23명으로 수도권 전체로는 약 40명이 넘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들이 현재 지지부진한 수도권 뉴타운과 재개발 문제를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 본인의 당락뿐 아니라 정권 재창출도 기대하기 어렵다. 분당 선거가 좋은 예이다. 전통적인 여당지지세력이었던 분당에서조차 부동산 경기침체로 집값이 떨어지자 민심이 한나라당에 등을 돌린 것이다.

하지만 요새 뉴타운과 재개발지역 주민들은 ‘재개발지역 분양가상한제 폐지’를 반대하는 민주당을 더 원망하고 있다.

하여튼 결자해지의 자세로 정부와 국회가 이를 풀어줘야 한다. 시장을 살려야 한다. 정부와 국회는 재개발 분양가상한제와 각종 규제를 폐지하고 지자체는 재개발구역 용적률을 올려주어 사업성을 개선시켜 주어야 한다. 그들의 피눈물과 한숨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면 다음번 선거에서 여야를 가리지 않고 고배의 쓴잔을 마시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