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미꽃과 소년이 쓰는 목동편지
희뿌옇게 날이 새는 새벽이 창호지 방문을 밝히면 늘 소년은 눈을 떠서 옆자리에 누워있는 어머니를 확인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목까지 이불을 끌어올리며 달콤한 아침잠에 다시 빠져듭니다.
이렇게 포근한 아침 단잠도 봄바람이 불고 개울가 버들강아지가 피기 시작하면 끝이 나고 맙니다.
늘 하던데로 새벽이 방문을 밝히면, 실눈으로 옆자리를 돌아보곤 했답니다. 그럴 때마다 어머니는 안 계시고 넓은 방바닥에 덩그라니 혼자 누운 자신을 발견하고 “너는 다리 밑에서 너희 엄마가 주워와 키웠다” 는 옆집 아저씨의 말이 불현듯 생각나기 시작해 두려움이 밀려왔답니다.
소년은 세상에 혼자된 외로움과 허전함이 무서움으로 밀려와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쓰고는 어머니에 대한 원망으로 아침잠을 설칩니다.
잔설들이 응달진 곳곳에 아직 남았고 겨울 끝의 새벽바람이 매섭게 옷깃을 파고들 때,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누렁이 암소와 갓 걸음마를 배우기 시작한 송아지. 이렇게 네 식구는 제일 먼저 봄을 맞으러 새벽길을 나섭니다.
봄이 오는 새벽들판은 하얀 안개들이 나지막이 깔려있고 들판을 적시는 도랑물 소리는 논가에 붙어있는 얼음들 사이로 초롱초롱한 아침소리를 내며 안개가 내려앉은 들판 속으로 흘러갑니다.
하얀 뭉게구름이 내려앉은 안개사이로 끊어질듯 가느다란 논길을 지나고 개울물을 건너면 아침 이슬을 머금은 진달래꽃 봉오리들이 머리를 흔들며 새벽 방문객들을 맞이합니다.
봄비를 머금은 산등성이 텃밭은 흙 내음이 물씬 풍겨오고 농부의 쟁기질을 기다리고 있는 듯 황토빛 뱃살로 가지런히 누워있습니다.
아버지는 지개에 매고 온 쟁기를 땅에 내려놓고는, 누렁이 등위에 안장을 얹으면 아버지만의 멋진 “트랙터”가 되어 밭을 갈기 시작합니다. 노련한 누렁이는 줄자를 댄 듯이 반듯한 선을 그리며 걸어가 며는 걸음마의 송아지도 밭을 갑니다.
쟁기질은 인간과 동물의 교감.
소와 농부가 호흡을 맞추고 서로를 배려하는 마음이 없으면 서로가 힘들어 밭을 갈 수가 없기 때문이죠.
농부가 소를 배려하지 않고 쟁기를 깊게 박으면 소가 힘들어지고 소가 농부를 생각하지 않고 빨리 걸으면 쟁기를 들고 따라가는 농부가 힘들어져 쟁기방향이 반듯하지 않아 골고루 밭을 갈수가 없게 됩니다.
그래서 소는 농부가 걷는 속도에 맞춰주고 농부는 소가 밭을 골고루 갈 수 있도록 힘을 조절해줘야 합니다.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며 흙을 뒤집어 주고 새 둔덕을 만들어 씨앗들이 잘 자랄 수 있게 새로운 흙으로 이불을 덮어주고, 새로운 고랑을 만들어 풍성한 가을을 준비하는 첫 단추가 쟁기질입니다.
아버지가 밭고랑을 만들어 나가면 어머니는 집에서 가져온 씨앗들을 엄지손가락만큼 깊이에 몇알씩 묻기 시작합니다.
새벽녘에 시작해 아침이 자리를 잡으면 어머니는 아침밥을 짓기 위해 집으로 가십니다.
어머니의 아침을 가장 반갑게 맞는 식구들은 밤새 새끼들에게 젖을 물린 누렁이가 새끼들을 데리고 어머니께 인사를 드리고, 어머니의 귀가에 아침밥 먹을 시간이란 걸 알아챈 돼지는 목청을 돋우며 아침을 재촉하죠. 외양간 한 쪽에 더부살이하는 염소 한쌍은 까만 눈망울을 반짝이며 여물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소년은 어머니가 돌아오신 것을 알면서도 아침까지 혼 자둔 어머니에 대한 원망으로 그리고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확인해 보고픈 마음으로 어머니가 불러도 대답도 않은 채 이불속으로 파고듭니다.
막내가 깊은 잠자리에 들은 줄 아는 어머니는 막내 엉덩이 속으로 손을 집어넣으면 소년은 찬 손을 뿌리치며 어머니의 사랑을 확인하곤 했지요.
밭일로 시작된 어머니의 새벽일은 식구들의 아침상과 동물 식구들의 아침밥을 챙겨주고서야 한숨을 돌리십니다. 다시 아침이 오면 광주리 가득 빨래를 이고 빨래터를 향하면서 아침일과가 다시 시작되곤 했죠.
아버지는 언제부턴가 신경통과 천식으로 아침만 되면 유난히 기침소리가 심하고 허리를 곧게 펴지 못할 만큼 신경통이 해마다 반복되곤 하셨습니다.
봄이 시작되는 이맘 때만 되면 아버지는 늘 소년에게 활짝 핀 할미꽃보다는 꽃봉오리를 맺은 할미꽃 뿌리를 캐 오라고 하였습니다.
활짝 핀 뿌리보다는 꽃봉오리 뿌리가 약효에 좋다 하시면서.......
소년은 학교가 파하면 짚으로 만든 망태를 어깨에 메고 호미를 들고 할미꽃을 찾아 산으로 향합니다.
소년은 몇 년째 이른 봄 할미꽃 뿌리를 찾아 나선 경험으로 할미꽃이 많이 피는 산과 장소를 알고 있습니다.
할미꽃은 햇볕이 잘드는 나지막한 산에 잔디들이 잘 자라는 양지바른 곳에 무리지어 피어 있습니다.
응달진 곳이나 바람이 지나가는 길목이나 흙이 메마르고 잡초들과 나무들이 우거진 곳에는 할미꽃은 피지 않습니다. 할미꽃은 여기저기 흩어져 살아가지 않고 무리를 지어 살아가는 아름다운 야생화입니다.
양지바른 곳 잡풀과 나무가 없고 잔디가 곱게 깔려 있는 곳은 산에서는 딱 한 곳 밖에 없답니다.
그곳은 무덤이요. 한 삶의 마지막의 마침표를 찍은 공간이지요. 할미꽃은 그곳 잔디밭에 무리를 지어 함께 피어있답니다.
사람들은 봄이 오면 가장 먼저 피는 꽃으로 매화나 진달래를 생각하지만 눈발이 날리는 이맘 때에도 가장 먼저 피는 꽃은 할미꽃입니다.
할미꽃은 빨간색 꽃 수술을 보랏빛 꽃잎이 감싸고, 꽃봉오리는 늘 땅을 향해 고개를 숙이고 자그마한 키에 금방이라도 고개가 부러질 것 같은 약한 모습으로 무덤가를 지키고 있는 꽃이랍니다.
아무도 찾는 이가 없는 무덤가에는 더 많은 할미꽃들이 피어있는 꽃이기도 하지요.
겨우내 잔디 속에 묻혀 있다가 봄이 오면 잔디가 새싹을 내기 전에 잎을 피우고 꽃을 피우면서 찬 겨울을 이겨낸 외로운 영혼에게 봄이 왔음을 알려주는 한국의 야생화 '할미꽃' 그 의로움이 할미꽃의 아름다움이겠지요.
잡초로 인식 받아 사람들에게 짓 밝히고 뽑히기도 하지만 강인한 생명으로 처음 그 자리에 다시 꽃을 피우로 하얀 수염으로 변해 씨앗을 날려 또 다른 무덤가를 지켜주는 '할미꽃'
그 의로움과 의연함, 강인한 생명력이 할미꽃의 아름다움이겠지요.
소년은 할미꽃이 많이 모여 있을 무덤가 몇 군데를 다니며 할미꽃 뿌리들을 망태에 담아서 산을 내려오면 서산으로 넘어가는 햇살은 소년의 키를 몇 배나 키워주는 그림자를 만들고 망태기에 담은 할미꽃 뿌리가 아버지 기침을 멎게 해주길 바라며 집으로 향합니다.
이렇게 소년은 아무도 꽃으로 여기지 않는 할미꽃의 추억을 간직하며 지금쯤 피어있을 할미꽃 생각으로 이 글을 씁니다.
아침에 혼자두고 어디론가 사라진 어머니에 대한 원망은 어느덧 그리움으로 변해, 얼음보다 더 차고 모래보다 더 거칠게 느껴지든 어머니의 손길이 그리워지고 놀지도 못하고 춥기만 하던 이맘 때에 피어 밉기만 하던 할미꽃은 가장 아름다운 꽃이자 다시 돌아가지 못할 추억으로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네요.
봄만 되면 심해지는 기침소리를 애써 외면하고, 신경통으로 다리를 펼 때마다 아파하던 아버지의 아픔을 알지 못했고, 망태기와 호미를 몇 번씩 내동댕이치며 투정을 부렸던 소년은 할미꽃이 무척 그립습니다.
할미꽃이 피는 이맘 때가 되면 작년에도 올해도 그리고 내년, 내후년에도 장년의 소년이 되어 할미꽃 이야기를 쓰게 될 것 같네요. 할미꽃은 나의 유년이요, 아버지요, 어머니요, 고향인 아련한 추억이자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올해도 어김없이 양천구청 화단에는 할미꽃이 피었네요.
할미꽃 꽃봉오리는 아직도 무엇을 찾는지 땅만 쳐다보고 있네요.......
할미꽃을 아시는 모든 분들께
쟁기질을 기억하시는 모든분들께 이 글을 바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빌면서........
♣나그네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박 목 월--
♣ 추신) 오늘(3/22일) 매경에 나온 “목동재건축관련기사”에 대한 건은 2009년2월에 “양천구청”이 발표한 “목동재정비기본구상안”을 좀 더 구체화하고 “목동단지‘를 재건축 시장으로 데뷔 시키겠다는 것입니다.
♣“목동재정비기본구상안”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과 분석 그리고 투자성에 대한 자료는 이 글의 제목 옆에 있는 “박세관님의다른글 찾기”에서 72번글 2010년12월16일 “목동재건축 진행사항과 앞으로의 전망”에11 page 로 요약을 해놓았사오니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목동편지는 오늘 매경신문에 나온 목동 재건축 관련 소식을 중심으로 목동 재건축 투자 분석과 수익성에 대한 글로 3/27일 날 부뱅사이트 우리아파트게시판 올릴 예정이며 “세계경제분석과 집값전망(3)편은 총선결과가 나온후 4/16일 국내 집값의 향후 전망을 중심으로 부뱅사이트 내집마련노하우에 올릴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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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2012/03/22 | 조회 189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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