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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샘추위에 봄이 멈칫 섰습니다.

아무래도 성큼성큼 잘나가는 봄날이 눈꼴시었든가 봅니다.

이대로 봄에게 자리를 내주기에는 웬 지 아쉽고 서운한 감이 들었든 게죠.

내친김에 골탕이라도 한번 먹여보자는 못된 심사가 슬슬 발동한 거죠.

사나운 추위가 한겨울이 무색할 정돕니다.

그래봤자 다시 겨울로 되돌릴 일 따윈 감히 엄두조차 내지 못할 거면서 말이죠.

고작 며칠, 장롱 속 외투를 두어 차례 꺼냈다 넣는 수고 정도면,

당찬 연둣빛 봄날에 밀려 꽁지 빠지게 줄행랑을 칠거면서 말입니다.




좀처럼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나아지기는커녕 갈수록 태산입니다.

자고나면 집값 떨어진다는 소리에 귀에 딱지가 앉을 지경입니다.

강남권재건축 집값 떨어진다는 소리가 일 년 넘게 이어지면서 최근엔 강남권재건축아

파트가 집값하락을 부추긴다는 소리까지 떠돌 정돕니다.

투자자들이 북새통을 이루면서 주택시장을 이끌던 강남권재건축시장이 애물단지로까

지 내몰린 셈입니다.

한치 앞을 분간하기 어렵고 어디가 바닥인지 가늠하기조차 불가능할 정돕니다.




집값이 2006년 금융위기 수준에 이를 정도로 떨어졌습니다.

최근 서울시의 소형평형 확대 방침에 반발하고 있는 개포주공은 집값하락의 최선봉

에 섰습니다. 2006년 금융위기 직후인 그해 12월 바닥을 찍고 2009년 말에서 2010년

초에 고점을 찍다가 최근 다시 금융위기 수준까지 떨어졌습니다.

은마아파트 잠실주공5단지가 크게 다르지 않고, 고점과 저점의 차이가 무려 2억을 훌

쩍 뛰어 넘는다는 것입니다. 그야말로 강남권재건축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집값하락

을 주도한 셈입니다.




지난해 3종 상향으로 사업시행인가를 받은 가락시영이 일부 시세 회복이 됐고 비슷

한 여건으로 4월로 예정된 종 상향에 대한 기대가 높은 둔촌주공이 그나마 선방을 한

다는 평가지만 이역시도 그다지 녹록한 편이 아닙니다. 고점대비 2억에 근접할 정도

로 하락한 수준으로 금융위기 때 가격을 겨우 수천만 원 상회하면서 체면치레 수준

을 면했을 뿐입니다. 2월까지 나 홀로 기세가 좋던 둔촌주공도 3월 들어 지친 기색

이 역력합니다. 거래가 부쩍 줄었습니다. 거래가 줄다보니 지난 주말부터는 1천만 가

량 가격을 낮춘 급매물까지 슬그머니 얼굴을 디 밉니다.




궁금합니다.

사태가 이지경인데도 강 건너 불구경하는 식으로 뒷짐만 지고 있는 저들의 머릿속이

궁금합니다. 한쪽은 오로지 어깃장과 몽니에 골몰하고 한쪽은 다가온 선거에 표계산

만으로도 머리가 쪼개질 것 같다 면서도 정작 표밭에는 관심조차 보이지 않는 저들

의 후안무치가 도대체 궁금합니다.




주택시장의 안정은 집값이 무작정 떨어지고 거래가 뚝 끊기는 식물인간 상태를 의미

하지는 않습니다. 물가상승률만큼의 상승과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질 때를 진정한

의미의 주택시장의 안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주택시장은 안정되어야합니다.

물가상승률만큼의 상승과 정상적인 거래가 활발하게 이루어져야합니다.

자기편이라고 일컫는 1%를 위해서도, 자기편이 아닌 99%를 위해서도 주택시장 안정

은 절대적입니다. 하지만 자기편 1%를 위한다면서 99%가 겪는 고통과 경제적 손실은

외면해서는 안 됩니다. 1%의 이익을 위해 99%에게 손해를 감수하기를 강요하는 것도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말로는 주택시장안정을 표방하면서 실상은 다수의 희생을 강요하는 것은 1%를 위하

는 일도, 주택시장을 안정시키는 일도 아닌, 그저 몽니이고 권력의 횡포일 뿐입니다.

진정한 시민을 위한 길이라면 주택시장의 안정을 통해 고통과 손실이 없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강남권재건축을 희생해서라도 소수에게 혜택을 주는 것이 마치 바람직한 주택정책으

로 잘못 인식된 게 아닌지 의심이 들어서 하는 말입니다.

주택시장이 이지경이 된 것이 마치 강남을 위하는 정책 때문으로 오해가 있지 않나

하는 노파심서 하는 얘깁니다.

서민주택과 고급주택 구분을 없애고 이들의 집값이 비슷해져야 주택시장안정이고 서

민들 위한다는 생각인지 궁금합니다. 그래서 주어진 법 한도를 넘겨가면서 소형주택

을 그렇게 강조한 게 아닌지, 혹시 과대망상이 아닌지 염려가 될 정돕니다.




본인이 60평이 넘는 아파트에 살아보니 불필요한 낭비가 많은데다 노구를 이끌고 청

소하기가 벅차 사랑하는 시민들에게는 소형평형을 적극 권해야겠다는 애틋한 마음의

발로가 아닐까 싶기도 하고 말입니다.




대궐 같은 집에 살다보니 잘 모르시겠지만 원래 좁은 집에서 살다보면 넓은 집에서

도 살고 싶은 법입니다.

평생 벌어 마련한 집 한 채가 아이들 결혼자금이고 늘그막의 유일한 생계수단입니다.

재건축이 정상적으로 돼서 집값이 물가 상승률 정도는 올라줘야 그나마도 근근이 쓸

모가 있습니다.

서민들 위한다는 취지야 나무랄게 없지만 달랑 한 채를 이리 쪼개고 저리 쪼개서는

늘그막에 생고생하기가 십상입니다.

집값이 거꾸로 가면 그마저도 말짱 꽝입니다.

거래가 되고 집값이 올라야 노후대책이 되는 셈입니다.

사실 집이 아니라 목숨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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