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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대 정권으로 가늠해 보는 집값전망

글: 부동산뱅크  장재현 팀장 

대통령선거의 계절이다. 대권을 누가 잡을 것인가에 전 국민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주택시장도 새 정권에 대한 기대로 부풀어 있다. 주택시장은 금융 위기와 국내외 불황, 주택 공급 과잉 등으로 인해 지난 2년 동안 침체의 늪에서 허덕이는 상황이어서 새로운 활력이 절실한 입장이다.

현 정부도 주택시장을 살리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분양 주택 매입자에 대한 5년 간 양도소득세 100% 면제, 취득세 50% 감면,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 2년간 면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등 다양한 규제 완화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시장은 여전히 시큰둥하다.

주택시장을 살려 내려면 어떤 방법들이 있을까? 과거로부터 미래를 본다는 말이 있듯이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주택시장도 과거의 정책들을 되짚어 본다면 적어도 해결의 실마리쯤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역대 정권의 집값과 주택공급량 및 부동산정책을 살펴보자.

노태우 정부 

노태우 정부(1988년 2월~1993년 2월) 시절의 집값 상승률은 ▲수도권 65.25%(3.3m2당 274만 원→ 453만 원) ▲서울 95.94%(281만 원→ 551만 원) ▲경기도 55.51%(218만 원→ 339만 원) ▲인천 79.86%(152만 원→ 273만 원)을 각각 기록했다.

당시는 올림픽 특수로 인해 시중의 부동자금이 부동산에 몰린 시기로 집값이 강세였다. 하지만 서민을 위한 주택 공급은 턱없이 부족해 주택 200만 호, 영구임대주택, 소형주택 의무비율제도 등 공급 위주의 정책을 펼쳤다.

대표적인 예가 신도시 건설이다. 하지만 노태우 정부 때 실제로 공급된 입주 물량은 수도권 51만4천95가구, 지방 55만4천28가구로 100만 가구를 조금 웃돌았을 뿐이다. 역대 정권 중 가장 적은 수준이다. 또 당시에 공급된 신도시 주택은 대부분 ‘떴다방’ 등에 의한 분양권 투기의 온상이 됐을 뿐 서민들의 주거 복지 향상에는 별로 기여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김영상 정부

김영삼 정부(1993년 2월~1998년 2월) 때의 집값 상승률은 ▲수도권 13.49%(456만 원→ 517만 원) ▲서울 17.06%(555만 원→ 650만 원) ▲경기도 25.77%(340만 원→ 428만 원) ▲인천 22.74%(274만 원→ 336만 원) ▲신도시 34.02%(430만 원→576만 원) ▲5대 광역시 7.32%(309만 원→331만 원) ▲지방 21.66%(242만 원→294만 원)를 각각 나타냈다.

김영삼 정권은 신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임기 말까지 300만 호의 아파트 공급을 약속했다. 이를 위해 준농림지역제도를 도입해 도시지역, 준도시지역, 준농림지역 등 아파트로 개발 가능한 곳을 전체 토지의 15%에서 42%로 대폭 늘려 주택 공급을 독려했다. 또 투기를 막기 위해 분양권 전매 제한과 부동산실명제 도입 등의 규제 정책을 동시에 시행했다.

신도시와 같은 방식의 도시계획 개발이 아닌 난개발이 성행하다 보니 많은 부작용이 초래되기도 했지만 그래도 수도권 88만7천474가구와 지방 102만309가구라는 비교적 많은 물량을 공급하면서 집값 상승률을 전 정권보다 낮출 수 있었다. 임기 말에 불어 닥친 IMF 위기도 집값하락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김대중 정부

김대중 정부(1998년 2월~2003년 2월) 때에는 ▲수도권 0.90%(501만 원→ 505만 원) ▲서울 48.54%(633만 원→ 941만 원) ▲경기도 20.56%(418만 원→ 504만 원), ▲인천 33.05%(327만 원→ 435만 원), ▲신도시 29.80%(561만 원→728만 원) ▲5대 광역시 4.78%(318만 원→334만 원)의 집값 상승률을 보였으나 지방은 -14.04%(284만 원→244만 원) 하락했다.

김대중 정부는 ‘부동산 규제 완화의 시대’였다. 1997년 11월에 발생한 IMF 위기를 해결하느라 경기 부양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온 것이 토지보유세 완화, 분양권 전매 제한 폐지, 분양가 자율화 등이고 부동산시장 전면 개방을 통해 외국인 투자도 쉽게 했다. 주택 공급은 수도권 106만4천762가구, 지방 77만546가구에 각각 달했고 특히 임대 물량을 전 정권의 2배 이상으로 늘린 것이 특징이다.

그러나 임기 말에는 서울 강남권 아파트와 재건축 아파트를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했다. 정부의 규제 완화 정책에 편승해 시중의 부동자금이 주택시장으로 대거 유입되면서 이 같은 후유증을 남긴 것으로 분석된다.

노무현 정부

노무현 정부(2003년 2월~2007년 2월)에서는 전국적으로 집값이 크게 올랐다. 지역별 상승률은 ▲수도권 61.46%(506만 원→ 818만 원) ▲서울 78.68%(940만 원→ 1천 680만 원) ▲경기도 67.33%(505만 원→ 844만 원) ▲인천 56.74%(432만 원→ 676만 원) ▲신도시 85.51%(729만 원→1천352만 원) ▲5대 광역시 30.95%(337만 원→442만 원) ▲지방 40.42%(245만 원→344만 원)다.
노무현 정부는 ‘부동산 규제의 시대’, ‘지방 균형 발전의 시대’로 불린다. 행정수도 이전, 혁신도시 건설, 경제자유구역 신설 등을 통해 주요 관공서와 공기업을 지방으로 옮기는 방식의 균형 발전을 꾀했다.

또 분양권 전매 금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종합부동산세 신설, 담보인정비율(LTV)와 총부채상환비율(DTI) 시행,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도입, 분양가 원가 공개, 분양가 상한제 실시 등 강력한 규제 정책을 동시다발적으로 시행하면서 수도권에 몰리는 부동산 투기를 막으려 했다.

여기에 공급량도 수도권 136만8천621가구, 지방 95만9천682가구로 역대 정권 중 가장 많았다. 파주, 김포, 판교, 송파 위례, 별내, 동탄으로 이뤄지는 2기 신도시 건설과 대규모 택지 공급으로 강남권과 1기 신도시로 몰리는 수요를 분산하고자 했다.

하지만 강력한 규제는 되레 역풍을 불러왔다. 혁신도시 건설과 행정수도 이전 등을 위해 엄청나게 풀린 돈이 수도권 부동산으로 역류하면서 집값이 폭등하고 ‘버블 세븐’이란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투기 광풍’이 몰아쳤으며 지방 땅값까지 급등하는 부작용을 낳았다.

이명박 정부

이명박 정부(2008년 2월~2013년 2월)의 집값 상승률은 올해 11월 현재 ▲수도권 6.29%(822만 원→ 873만 원) ▲서울 -3.38%(1천691만 원→ 1천634만 원) ▲경기도 -1.03%(850만 원→ 841만 원) ▲인천 8.01%(681만 원→ 736만 원) ▲신도시 -12.32%(1천353만 원→1천186만 원) ▲5대 광역시 37.86%(443만 원→611만 원) ▲지방 42.82%(346만→494만 원)의 들쭉날쭉한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세계 금융 위기와 내수 경기 침체 등으로 주택시장의 불황이 IMF 위기 때보다도 오래 지속되는 가운데 공급량도 수도권 85만5천845가구, 지방 65만9천635가구로 크게 줄었다. 이명박 정부는 이에 따라 ‘규제 완화의 시대’로 다시 돌아섰다. 미분양 주택 매입 시 5년간 양도세 100% 면제(2012년 12월까지), 취득세 50% 감면(2012년 12월까지), 2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제 폐지, 재건축 초과이익환수금 2년간 면제, 주택담보대출 금리 인하, DTI 완화 등 빗장을 잇따라 풀고 있지만 주택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정권별 집값 흐름

역대 정권은 그 동안 집값 상승→규제→집값 하락→규제 완화→집값 상승의 흐름에 맞춰 정책을 쳇바퀴 돌기식으로 운용해 왔다. 하지만 최근의 분위기는 조금 다르다. 지난 10년 동안 수도권에만 300만 호 이상의 ‘물량 폭탄’이 투하됐고 보금자리 등 앞으로 공급될 저가 아파트도 32만 호나 된다. 여기에 국내외 경기 침체는 내년에도 지속될 전망이어서 주택시장의 불황이 한동안 이어지리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과거 정권과 비교해 보면 부동산 규제가 대부분 완화되고 내수 경기 진작을 위해 시중에 돈을 계속 푸는 모양새는 김대중 정권 때와 비슷하다. 인천아시아게임 등의 국제 행사가 수도권에서 치러지는 것도 2002년 월드컵 때와 닮았다. 내수 경기가 살아나고 주택시장으로 자금이 몰리면 과거와 같이 주택시장이 다시 한 번 호황을 맞을 가능성도 높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해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