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정보포털에서 거래포털로!

단풍잎에 쓰고 낙엽

갈색으로 겹겹이 수놓은 낙엽을 이불삼아 누워있는 대지는 어제 온 비를 품고서 더욱 폭신한 촉감을 나그네의 발끝에 전해주고 쌓여진 낙엽들이 풍겨주는 가을 내음에 찬란한 계절도 깊어가고 있습니다.

빨갛고 노란 잎들로 온몸을 두른 단풍잎 사이로 간간이 불어오는 바람 끝에는 때 이른 겨울 맛이 묻어나오고 아직도 철모르는 단풍나무 한 그루는 푸른 잎사귀로 몸을 두른 체 생뚱맞은 모습으로 서 있습니다.

찬서리 긴 겨울에도 자신을 매달고 온몸으로 버텨낸 단풍나무는 봄이 되면 자신의 몸통에다 새 동그라미를 그리며 마디마다 새 생명을 잉태합니다.

열심히 키운 싹들은 단풍나무의 수고를 알기라도 하듯이 한여름 뙤약볕에 몸을 가려주고 쏟아지는 장맛비에는 우산이 되어주며 가늘게 부는 바람에도 짙푸른 나뭇잎은 수백 개의 부채가 되어 시원한 여름을 보내게 해줍니다.

하늘을 가릴 만큼 크고 언제까지나 몸을 덮을 것 같든 잎사귀에도 귀뚜라미 울음소리가 담장을 넘기 시작하면 단풍나무는 저 멀리 북쪽에서 겨울이 오고 있음을 알고 있습니다.

마디를 잉태하여 싹을 낳고 그 싹을 틔워 잎을 만들어 한 계절을 보호받은 자식들과 이별을 준비해야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음을 단풍나무는 잘 알고 있습니다.

우리들은 누구나 새끼일 때와 자식일 때가 있었습니다.

엄마 없는 잠자리를 누울 때 혼자된 외로움에 잠옷이루고 무서운 꿈자리로 선잠이 깨일 때면 옆에서 들리는 고단한 엄마의 숨소리가 달콤하고 깊은 새벽잠으로 우리를 데리고 가곤 했지요.........

어머니는 우리를 보담아 자식으로 만들었고 우리도 다시 새싹을 키워 자식으로 만들어 그 들을 보낼 준비를 합니다.

단풍나무도 자식들과 이별할 준비를 하고 자신을 키워준 부모님께 인사라도 하듯 고운 잎들은 단풍으로 변하여 가지에서 춤을 추고 있네요.

곱디고운 색동치마가 바람결에 나부끼며 어머니에게 인사를 하고 우리들에겐 일 년을 지어온 가을 옷을 봐달라고 손짓을 하네요.......

은행나무네 자식들은 노랑 옷을 입었고 떡갈나무네 는 갈색 옷을 장만 했네요…….

길 건너 상수리네 는 옷이 아직 덜 된 것 같고 그 옆집 소나무네 는 단풍 옷이 무언지도 알지 못한 체 늘 푸른색으로 서있습니다.

가지에 매달린 나뭇잎들이 온 색깔로 힘겹게 매달려 가늘게 떨고 있을 때 우리의 마음은 나그네 되어 길을 떠납니다.

제멋대로 자란 雜木(잡목)들이 군락을 이루어 형형의 색깔로 열병을 이루는 오솔길도 걷고 싶고 바람소리 요란하든 대나무 길도 가고 싶고 저녁놀을 등에 지고 깨를 터는 아낙네의 손길도 보고 싶습니다.

아무도 가지 않는 산길을 걷노라면 흰 들국화 한 송이가 잡풀 속에서 얼굴을 내밀고 볼이 터지게 도토리를 입에 문 다람쥐는 낯선 이의 방문에 놀란 눈을 반짝입니다.

산길을 돌아 한참을 걷다보면 작은 옹달샘을 만나고 누군가가 놓아둔 쪽 바가지로 목을 축입니다.

낡은 암자에는 적막감을 깨뜨리는 풍경소리가 나그네를 맞이하고 법당 문설주에 흰 고무신 한 짝이 가지런히 놓여있고 문틈사이로 들리는 스님의 염불소리가 나지막이 퍼집니다.

툇마루에 걸터앉은 나그네의 눈에는 걸어온 산길이 희미하게 보이고 온 산을 물들인 단풍들의 잔치가 눈앞에 펼쳐집니다.

갈색을 풀어놓은 건 참나무 단풍이고 빨강, 노랑을 버무린 건 단풍나무 이며 온갖 색으로 입혀진 가을의 신비 앞에 자연에게 감사함과 마음의 무거움을 내려놓아 봅니다.

하얀 머리카락을 바람에 풀어헤친 억새풀을 헤치고 작고 보드라운 노란 아카시아 낙엽들을 밟으며 자신이 길을 내며 내려옵니다.

인생이 삶이 각자 자기만의 길을 내듯이........

동구 밖 느티나무에는 동네를 지키든 한 무리의 까치들은 뒷마당에 남겨 논 홍시를 쫓으며 늦은 점심을 즐기고 곱게 썩은 초가집 지붕위엔 크고 작은 조롱박이 지붕을 베게 삼아 가을 햇살에 몸을 키우고 마당 한쪽에는 누런 호박들이 뱃살을 드러내고 늙어가고 있습니다.

농부의 도리깨가 파란 하늘에서 돌 때 마다 콩알들이 흩어지고 참깨를 터는 아낙네의 막대소리가 마당에 퍼집니다.

가을은 이렇게 깊어가고 있습니다.

가을은 눈으로 왔다가 가슴에서 가고 있네요....

이 가을이 가고나면 빈 가슴은 무엇으로 채울까요?

주신 것에 감사하고 가진 것에 만족하며 살아가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