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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보다 더할 수는 없다.

 푸르른 날은 새털처럼 가볍고,

산소처럼 맑고 상큼한 날은 초록 꿈을 영글기에 한 점 더할 게 없다.

 콧대가 한껏 높아진 날,

우아하게 날개를 활짝 편 날이다.

 한없이 나른하지만 결코 지치는 법이 없는 날,

가슴 떨리게 시린 날이다.

 넘치게 계절의 여왕이다.

 경기활성화가 목표라 했다.

4·1 부동산활성화 대책은 그렇게 탄생했다. 유독 보따리가 튼실한 것도 그 때문이다. 서둘듯 17조 3000억원

규모의 추경예산을 편성한 것은 사실상 그것에 대한 반증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한국은행도 힘을 보탰다.

장장 7개월의 금리 인하 압력에도 꿋꿋이 버티던 한국은행이 전격 금리 인하 조치를 단행했다.

 장기 침체에 허덕이던 일본은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 2년 연속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반면 한국은 3년째

저성장 늪에 빠져있다. 일본주식시장이 6개월 새 70%나 오르고 미국의 북적거리는 활황세에 비해 형편없는

한국 경제 회복세는 아직 피부로 느낄 틈이 없다. 부자들이 지갑을 꽉 닫아 소비가 죽어있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지난 2년 새 5.5% 떨어졌다. 올해 들어서 아시아국 가운데 유일하게 하락세다. 주택 가격은 더 심

하면 심했지 한 치도 나을 게 없다. 집값이 반 토막이 나다시피 한 부동산시장은 하우스푸어 렌트푸어가 지


천이다. 이 때문에 가계소비는 움츠러들 대로 움츠러들어 경제 전반에서 활력이 사라져 온통 허리띠를 질끈

동여매는 소리뿐이다.

 부동산시장을 살려 경기에 활력을 불어 넣자는 복안이다. 부자들을 부동산시장으로 되돌아 오게 만들어 돈

이 돌게 만들자는 취지다. 세수가 부족한 판인데도 과감하게 양도세를 면제해줘서라도 주택에 대한 투자심

리를 살리겠다는 의도다. 집사기를 거부하고 전세를 고집하는 젊은 층들을 집을 사도록 만들어 부동산 시장

을 북적대게 만들겠다는 것이다.

 집값이 살아나지 않는 한 경기활성화라는 당초 목표는 한낱 공염불이 십상이다. 가계부채 문제와 고용불안

문제까지 모두가 굴비 엮듯 한통속인 때문이다. 양도세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것도 물불을 가리지 않고 쏟

아 부어야할 까닭이다.

 무릇 경기부양이란 거시경제 전반적인 부양책과 더불어 부자들 지갑을 열어 소비 촉진을 병행시키는 정책

을 함께 써야 성공하는 법이다. 임기 내 안정된 국정운영을 위해서도 새 정부 출범 초기 과감한 정부의 의지

를 보여줄 필요가 있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국민들에게 주는 심리적인 안정이라는 부수적인 효과까지 감안

하면 이번 대책에 대한 평가는 결코 평가 절하할 이유를 찾을 수 없을 터다.

 금리는 역대 최저 수준이고, 양도세는 5년간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지난 2년간의 침체로 집값은 형편

없이 떨어졌다. 다소 회복됐다고는 하나 이제 겨우 발목을 차올랐을 뿐이다. 소형 평형에 대한 쏠림이 심화

되고 수익 형 부동산 쪽으로 방향 선회가 뚜렷해지기는 했어도 입지가 양호하고 가치상승의 여지가 있는 대

단지 아파트는 실수요 차원뿐만 아니라 투자목적으로도 적극 고려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게다가 6월말

까지는 취득세를 반으로 절감하는 덤도 있다.

 강남재건축은 사뭇 신바람이 났다. 개포주공, 둔촌주공 가락시영 등 강남권 대표적인 저층 재건축 단지들

이 서울시와 매듭을 풀고 사업진행이 빨라지게 됐다. 내년 말까지 관리처분인가 신청으로 초과이익 환수법

안을 비껴 갈 가능성까지 열려 시공사들의 행보가 부쩍 빨라진 탓이다.

 특히 둔촌주공은 지난 1월 부분 3종 상향안의 통과로 일반분양분이 1천세대 이상 늘어났다. 경기침체로 분

양가를 낮출 수밖에 없어 사업진행이 답보 상태에 빠질 위기에서 동아줄을 잡은 셈이다. 사업성이 대폭 개

선된 재건축사업에 시공사들이 박차를 가하지 않을 이유가 없을 것이다. 그 덕에 양도차익을 극대화 시킬

수 있는 단지라는 인식이 폭넓게 확산되면서 투자대상 순위 상단에까지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번대책으로

날개를 단 격이다.

 계획은 차질 없이 진행 되는가 싶었다. 이제 다 된 밥에 숟가락만 들면 되는 찰나다. 사상 유래 없이 과감한

양도세 면제에다 추경예산까지 쏟아 붇겠다는 것이니 비로소 임자를 만났구나했다. 하지만 상처는 생각보

다 크고 깊었다. 게다가 경기회복에 대한 굴레까지 짊어진 부담이 결코 만만치 않다. 순순히 얽인 실타래를

풀기에는 속사정이 너무 복잡하고 꺼낸 칼은 너무 날이 무디다. 더구나 막상 그물을 꺼내보니 도처가 구멍

이 숭숭 뚫렸다.

 결국 대책의 효과는 김칫국을 마시면서 다했다. 외려 대책이 발표되고 나서는 혼란만 가중시킨 꼴이다. 대

책의 내용을 두고 헷갈리기 시작한 혼선은 시행시기를 두고 또 한 번 홍역을 치러야했다. 결정적으로 연말

을 시한으로 한 대책은 또 다른 거래절벽을 초래 할지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뜨거워져야할 시장은 급

격히 식어갔다. 그리고는 그게 다였다. 대책의 시행 시기로 결정된 4월 22일 이후 10건 남짓이 알량한 거래

실적의 전부일 정도다. 그나마 1~2천만 원 가격을 낮춰서야 겨우 새 주인을 만날 수 있었을 뿐이다. 그야말

로 김칫국만 마시다 대책의 효과가 다한 셈이다. 참으로 허망하게도 말이다.

 벌써부터 후속 대책 운운하는 목소리가 드세다. 경기활성화는커녕 되레 거래절벽으로 더한 침체가 염려스

럽다. 부랴부랴 내놓은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가 대체 얼마나 약이 될까 의심스럽다.

 경기활성화가 목표라 했다.

향후 5년간 국정 운영의 초석이 되는 중차대한 목표다.

부동산경기를 살려 경기활성화를 꾀한다는 방향 자체가 올바르다.

부자들의 지갑을 풀어 돈을 돌게 한다는 발상이 교과서적이기는 해도 모범답안이다.

대책의 내용이 나무랄 데 없고 경기를 살리고자하는 정부의 의지가 넘치니 이미 9부 능선은 넘은 셈이다.

 하지만 자칫 원점에서 다시 시작해야 될지도 모를 일이다.

9부 능선까지의 수고가 바람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바닥에서 다시 시작하느냐 젖 먹던 힘을 다해 정상에 서느냐 기로에 섰다.

 구시대의 악법 몇 개가 걸림돌이다.

벌써 몇 년째 부동산시장을 이 지경으로 만든 장본인이다.

거래절벽과 찰떡궁합인 시한부 대책과 함께 부동산시장의 불한당 같은 존재다.

 그들이 있는 한 침체와 거래절벽은 피할 수 없는 적과의 동침일 뿐이다.

거래절벽, 이제는 신물이 난다.

이제 이들을 넘어야할 때가 왔다.

무엇보다 경기활성화가 시급한 때문이다.

새 정부 5년의 명운이 여기에 달렸다.

 다 풀자. 풀다가 넘치면 그때 가서 막으면 될 일이다.

우선 죽은 경기부터 살려야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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