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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바람 불고 비오고,

며칠째 수선을 떨더니만

이제 절정을 향해 내달을 모양이다.

 봄비가 들락날락 꼬박 밤을 새운 날,

봄꽃은, 함박눈처럼 꽃비를 흩날리며 그 짧은 생을 내려놓아야했다.

 꽃잎을 잃은 나무들이 부스스 하다못해 애처롭다.

마치 화장기가 얼룩진 여인네 얼굴을 보는 것처럼 민망하기 짝이 없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뿐이다.

연둣빛 싱그러움은 금 새 켜켜이 숨었던 희망을 불러낸다.

 신록이 더해진 날은 싱그러움으로 터질 것만 같다.

초록빛 희망이 끝도 없이 피어오른다.

 또 거래절벽이다. 급매물이나 나와야 눈이 번쩍 뜨일까? 이건 아예 매수세가 발을 딱 끊었다. 그렇다고 급

매물은 언감생심이다. 틈만 나면 가격 올릴 궁리에 골똘 하는 집주인들을 감안하면 급매물은커녕 더 이상

호가를 올리지 않으면 다행이다. 매수세는 급매물이나 바라며 발길을 끊었는데 집주인들은 여차하면 호가

를 올릴 기세니 동상이몽도 이런 동상이몽이 없다.

 5년간은 양도세를 한 푼도 물지 않겠다는 것이다. 85㎡ 또는 6억원 이하주택이면 몇 채를 사도 상관없다

는 것이다. 생애최초 구입자는 보다 더 대폭적이다. 부부 합산 연봉이 7천만원이하이면 평수가격 상관없이

대출한도를 높여 집을 사는데 문턱을 과감히 낮춰주겠다는 것이다. 취득세는 한 푼도 내지 않아도 된다.

 통 크게도(?) 4월 1일로 소급적용도 결정했다. 4·1 부동산 대책에서 함께 발표된 양도세와 취득세의 적용

시점이 서로 달라 주택시장의 혼선을 부추긴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양도세 면제혜택이든 생애최초 구입

자에 대한 혜택이든 적용시점을 통일해 수요자들의 바람을 최대로 수용한 결정이다.

 발표당시부터 남달랐다. 묵직한 내용만큼이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과감히 양도세를 면제하고 생애최

초구입자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문제 등에 여야의 입장차가 적은데다 의외로 협조적인 태도가 입법과정의

전망을 밝게 했다. 적어도 정략적 판단으로 국회가 발목을 잡는 구태는 없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가지게

됐다. 잘만하면 침체된 경기를 살리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넘쳤다. 이 때문에 전례에 없는 종

합선물세트라며 시장의 환영을 한 몸에 받으며 탄생한 대책이다.

 당연히 바람이 불어야했다. 모처럼 들썩이면서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해야 했다. 그러나 대책이 온전한 행

세를 하기까지 꼬박 한 달이 걸렸다. 역시나 느려터지기만 한 국회 때문이다. 적용대상을 두고 갈팡질팡하

고 적용시점을 두고 멈칫 거리는 사이 제풀에 지쳐버린 것이다. 달아오르지도 못하고 급하게 식어버린 것

이다. 묵직한 보따리가 무색할 지경이다. 결국 이번에도 지난 구태를 벗어던지지 못한 셈이다.

 대책의 핵심은 양도세 면제다. 양도세를 면제 해줄 테니 돈 있는 사람들은 집을 사라는 것이다. 두채든 세

채든 상관하지 않을 테니 이번 기회에 집을 사서 양도차익을 많이 내라는 얘기다. 양도차익이 많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을수록 반응속도가 빠른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강남재건축시장이 가장 먼저 움직인 것도 그

때문이다. 마치 물 만난 고기처럼 강남재건축 전성시대가 다시 찾아오는 듯싶었다.

 매수세보다는 집주인들의 호가가 훨씬 빠르다. 매수세가 미처 쫒아가기도 전에 호가는 훌쩍 담을 넘어가

는 식이다. 매물을 걷어 들이는 풍경도 적지 않다. 시행시기가 오리무중인 것이 매수세에게는 여간 부담스

러운 일이 아닐 수 없었을 것이다. 4월 한 달 거래 건수가 17~18건, 이틀에 한 건 정도다. 그나마도 초기

기대감이 반짝할 때 이루어진 10여건을 제외하면 그야말로 초라해도 너무 초라한 성적표다.

 문제는 보다 심각한 데 있다. 4.1대책은 올해 말까지 한시적인 대책이다. 내년에는 부동산 경기가 급랭할

것이란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는 이유다. 매번 한시적인 대책이 종료되는 시점에 거래절벽은 어김없었다.

기껏 살려놓아 봤자 도로 주저앉기 마련이다. 아니 더 심각한 지경에 이르기 일쑤다.

 5년간 양도차익을 면제 해주는 대책이다. 양도차익이 없거나 있어도 크지 않으면 효과는 반감되기 마련이

다. 하물며 집값이 더 떨어질지도 모른다면 그것은 되레 극약처방이나 다름없다. 집값이 떨어지기 십상인

마당에 양도차익을 바라고 집을 사는 바보가 세상천지에 어디 있겠냐는 말이다. 이번대책의 아킬레스건이

다.

 부동산시장을 살려 경기를 살리고자하는 큰 뜻으로 세상에 나온 대책이다. 정부는 유래 없이 추경예산까

지 후속으로 편성하며 절박한 현실을 타개하고자하는 의지를 천명했다. 모름지기 부동산시장 활성화를 마

중물로 침체된 경기를 살려 새 정부의 기반을 공고히 하고자하는 의도가 핵심일 것이다. 역설적으로 이번

대책이 실효성 있는 효과를 얻지 못할 경우 새 정부 내내 주린 배를 더욱 주려야 할지도 모를 일이다. 그만

큼 정부의 이번 대책에 거는 기대가 작지 않다.

 쏟아지는 비판에도 아베노믹스를 밀어붙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시장의 환호였다. 무기력하기만 하던 일본

정부도 대담한 정책을 펼 수 있다는 기대가 퍼지자 시장은 엔 약세와 주가 급등으로 화답했다.

 재테크라는 단어가 사라질 정도로 무기력했던 일본 열도엔 다시 증권 투자 붐이 일고, 부동산가격이 뛰고

있다. 아직은 계산일뿐이지만 갖고 있는 재산이 불어난 일본 소비자들은 지갑도 열기 시작했다. 경제가 심

리라면 아베노믹스는 초반 성공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장기침체를 겪던 일본부동산시장에도 사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모델하우스에는 오랜만에 마감사례 현수막까지 등장했다.

 지난 두 달간 발표된 주요 대책은 추가경정예산 편성과 4·1 부동산종합대책 정도다. 그것도 한시적인 반

쪽짜리 대책이다. 구멍이 숭숭 뚫린 배로 불어난 강물을 건너겠다는 속셈이다.

 한시적인 대책은 또 다른 거래절벽이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병을 고치기는커녕 더 키우기 십상이다.

 경제는 심리다.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신뢰 하나면 족하다.

[둔촌주공 동향 한줄스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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