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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편의 위해 차량기지에 세운 분당선 보정역

[국정브리핑 2004-11-22 17:19]

현재 수도권의 가장 큰 문제를 들라면, ‘난개발’을 들 수 있다. 난개발이란 정부의 잘못된 준농림지 정책이 빚은 폐해로서, 아파트와 기반시설을 함께 건설하지 않고 기반시설이 없는 상태에서 무작정 아파트만 지어댄 것을 말한다.

현재 수도권에서는 김포, 용인 서북부 등이 대표적인 난개발 지역인데, 이들 지역은 자체적인 기반시설이 없어 인근도시의 기반시설에 의존하는 기생생활이 일반화되어있는 실정이다.

또한 자체적인 광역교통망이 설치되지 않은 채 아파트만 지어진 나머지 교통 혼잡이 인접 지자체로 전파되어 지역간 분쟁까지 야기하는 실정이다.

특히 용인 서북부는 경부고속도로와 23번 국가지원지방도 등 도로망을 따라 아파트 단지들이 포도송이처럼 생겨난 결과, 아침저녁 출퇴근 시간마다 최악의 교통 혼잡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이렇게 교통난이 심각한 이유는 전철이 없기 때문이다. 도로는 아무리 지어도 막힐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자가용의 잠재수요는 무한에 가깝기 때문에 조금의 빈틈만 보여도 자가용이 몰려나오기 때문이다. 수도권의 모든 차량은 수도권의 모든 도로를 덮고도 남는다. 도로의 공급 속도는 차량의 공급 속도를 뛰어넘을 수 없기 때문에 도로를 건설하는 정책은 합리적인 정책이 아니다.

결국 이 같은 교통난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하루빨리 전철이 건설되는 것이 시급하다.

원래 전철이란, 아파트의 입주와 동시에 개통되는 것이 정상이다. 실제 분당과 일산 같은 1기 신도시는 몇 년 늦긴 했지만, 비교적 입주 시기에 맞추어 전철이 개통되었다.

하지만, 현재 난개발 지역에는 우후죽순처럼 아파트들이 들어서고 주민들이 속속 입주하고 있는데도 전철은 감감 무소식이다. 결국 난개발 지역 주민들은 전철이 없는 상태에서 하루하루 그야말로 전쟁을 치르면서 살아가고 있다.

◆ 심각한 상황 이른 수도권내 난개발

그런데, 대표적 난개발 지역인 용인 서북부에서 주목한 것이 있었으니, 바로 용인시의 성남시 인접지에 설치된 전철 분당선의 분당차량사무소이다.(보통 차량기지, 기지창 같은 말을 쓰지만 이는 어감이 좋지 않아 철도에서는 쓰지 않는 말이다)

분당차량사무소는 분당선 종착역인 오리역에서 남쪽으로 약 2.3km 떨어진 곳으로써, 분당선을 달리는 전동차들의 검수와 정비를 맡는 곳이다. 특히 이곳은 향후 분당선의 연장에 대비하여 매우 크게 지어진 곳이기도 하다.

따라서 난개발에 시달리던 용인 주민들은 오리역부터 분당차량사무소까지도 철길이 이어져 있으므로 열차를 오리역으로 내보낼 때 차량사무소에서 승객을 태워 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기에 이른 것이다.

실제로, 용인서북부에서 오리역에 이르는 구간은 극심한 병목 정체 구간으로써, 심각한 차량정체가 일상화된 곳이다. 따라서 이 구간을 피해 전철을 바로 탈 수 있다면 매우 편리해질 것이다.

이에 용인서북부 주민들은 2001년 이후, 각종 서명운동 등을 통해 용인시와 철도청에 차량사무소내 임시역사 설치 요구를 계속해왔으나, 철도청은 차량사무소내 업무 방해, 경제성 부족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시했다.

그러다가, 시민들의 요구가 더욱 거세어지자 결국 2003년 4월 용인시가 사업비 약 50억원을 전액 부담하는 조건으로 임시역사 건설을 철도청과 합의하였으며, 그 동안 건설을 계속해왔다.

그러던 것이 드디어, 오는 11월 26일이 개통일로 확정된 것이다.



11월 26일 개통되는 분당차량사무소내 임시역은 역명이 ‘보정역’으로, 역사가 위치하고 있는 구성읍 보정리의 지명을 딴 것이다. 보정역은 차량사무소 한쪽에 공간을 확보하여 승강장을 설치하였으며, 역사와 각종 시설도 최소규모로 설치하였다.


분당선은 출퇴근시간 8.5분 시격, 평상시 16분 시격으로 운행될 예정이라고 하며, 이는 분당선 본선 구간의 4분, 8분에 비해 약 2배이다. 즉, 현재는 모든 열차가 오리역 종착으로 운행되고 있으나, 앞으로는 오리행과 보정행이 교대로 운행하게 된다는 뜻이다.

필자는 보정역 개통을 일주일 앞둔 11월 19일 본인이 활동하는 다음 카페 철도동호회 회원들과 보정역을 답사하였으며, 주변 환경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다.

답사 결과, 차량사무소 내에 임시역을 설치하여, 어차피 회송하는 빈 전동차를 유효적절하게 활용하는 것은 좋은 시도이지만, 그 만큼 문제점도 많은 것을 알 수 있었다.

첫번째 문제점은 보정역 앞에는 광장과 버스정차대(버스베이)가 없어, 이용 승객들의 불편이 우려된다는 점이다. 현재 보정역 앞에는 역세권이라고 할만한 것이 별로 없어, 버스정류장의 규모가 작으나, 보정역으로 열차가 운행될 경우, 버스 이용객이 폭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버스뿐만 아니라, 승객을 기다리는 택시, 가족을 내려주는 자가용이 늘어나고, 또한 보정역을 종점으로 하는 마을버스의 신설도 예상된다.

그러나 보정역 앞에는 이 같은 교통량을 처리할 공간이 없는 것이다. 이 때문에, 이 같은 차량들이 보정역 앞에서 주정차를 반복하면서, 교통에 영향을 준다면, 보정역 앞을 지나는 도로에 심각한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 이 도로는 성남과 용인 서북부를 연결하는 거의 유일한 간선도로이다.



두 번째 문제는, 임시역이라는 보정역에 너무 많은 돈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점이다. 물론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적은 비용으로도 훌륭한 역사를 만들 수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종착역에는 별 필요도 없는 열차 행선게시기나 각 플랫폼별 행선 안내기 등이 과연 필요한지는 의문이다.

필자는 처음 임시역 소식을 들었을 때는, 나무와 철판을 이용한 조립식 플랫폼, 가건물 수준의 역사 건물 등으로 임시역을 만들면, 빠르고 싸게 임시역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실제, 경의선 구간에는 이러한 가건물 수준의 역사도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보정역은 임시역치고는 꽤 화려한 외관을 뽐내고 있다.

마지막 문제는 보정역에 들어오는 차량의 비율이다. 사실 보정역은 차량사무소라는 제한된 공간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분당선 본선과 동일한 운전시격을 맞추기는 어렵다.

현재 보정역은 단선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분당선 본선보다 열차가 1/2로 줄어들었다. 이것은 사업비를 최소화하고자 한 철도청과 용인시의 생각도 있지만, 구조적으로 차량사무소내에 위치하고 있다는 점에도 기인한다.

실제 차량사무소내에 위치하는 대표적 역인 7호선 장암역도 본선에 비해, 열차 수는 1/2~1/3 정도에 불과하다.

하지만, 문제는 철도청과 용인시가 이 같은 문제를 솔직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용인시 홈페이지의 보정역 사업현황을 나타낸 부분을 살펴보면, 이 같은 사실은 명시되어 있지 않다.

실제로 평소 철도에 관심이 많은 필자는 작년 초 분당차량사무소내 임시역 계획을 처음 듣고는 이 같은 문제점을 예상하고, 용인의 한 시민연대 사이트에 이 같은 문제점을 지적하기도 하였다.

하지만 철도 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용인 시민들은 이 같은 사실을 충분히 인식하지 못했고, 결국 개통에 임박해서야 보정역의 열차가 분당선 본선의 절반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이에 현재 많은 용인 주민들이 철도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불만을 토로하고 있지만, 운전시격을 줄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본다.

구조를 개선하여 복선으로 설치한다고 해도 분당선의 가용차량수도 제한되어 있고, 기관사를 더 뽑아야 할 필요가 생길지도 모르는 등 시격을 줄이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한두 가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용인서북부의 아파트가 대량으로 지어질 때 미리 전철도 맞추어서 건설되어 입주와 동시에 개통이 되었다면, 임시역을 둘러싼 이 같은 소동과 예산낭비도 필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난개발은 언제나 전철보다는 아파트부터 짓게 만들며 전철이 완공될 때까지 주민들을 고통 속에 몰아넣는다.

또한 그나마 전철을 만들려고 해도, 공사를 하는 동안 땅을 파헤쳐서, 교통 혼잡을 가중시키며, 그 동안 아파트 건설로 지가가 올라 전철을 건설하는 것은 더욱 어려워진다. 실제로, 용인서북부의 교통난을 하루라도 빨리 해소하기 위해서는 분당선의 오리~기흥~수원 구간이 서둘러 완공되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 분당선 용인서북부에는, 노선이 지나가는 곳의 공장 이전이 안된다거나(구갈역 녹십자 부지), 주민들이 추가역을 요구하여 사업이 늦어지고,(죽전~구성, 구성~구갈 간 역 신설 요구) 여러 지자체들의 협의를 거쳐 천신만고 끝에 결정한 노선을 다시 변경하라는 요구(민속촌 경유 요구)가 이어지는 등, 전철의 완공을 지연시킬 요소가 산적해 있는 실정이다.

이 모든 것이, 미리미리 전철을 만들어 놓지 않은 탓이다. 이미 입주가 된 지역에, 전철을 놓으려고 하니, 걸리는 게 한두 가지가 아닌 셈이다.

미리 미리 전철을 만들어 두면 많은 이익이 있다. 지가가 낮을 때 건설을 하게 되므로, 사업비를 절약할 수 있고, 주변이 한가할 때 공사를 하면 되므로, 주변 교통에 미치는 악영향도 적다. 또한 입주와 동시에 전철이 개통되므로 주민들도 입주와 동시에 좋은 교통망을 이용할 수 있음은 물론이다.

난개발은 이미 엎질러진 물이다. 앞으로는 난개발이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것이 중요하고, 이미 만들어진 난개발지역에는 하루라도 빨리 전철이 놓여지도록, 정부가 특단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난개발 해소 특별법’ 등도 가능할 것으로 생각된다)

난 개발 지역 주민들은 출퇴근 교통으로 하루하루 전쟁을 치르며 살아가고 있다. 정부가 이 같이 눈에 바로 보이는 주민들의 고통을 그냥 둔 채, 타당성 조사 등으로 시간을 보내는 것은 이곳 주민들에게는 ‘난개발지역 주민 학대’로 비칠 뿐이다.

비록 문제가 있긴 하지만 차량사무소내에 임시역을 설치하여, 승객을 수송하겠다는 발상은 매우 훌륭하다. 정부도 이러한 임시역처럼, 비록 작은 것 하나라도 난개발 지역 주민들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정책들을 세심하게 추진해나가야 할 것이다.


국정넷포터 한우진 (ianhan@hanmail.net) 교통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