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11.15이후, 블루칩약세 ‘눈에 띄네’
[부동산뱅크 2007/01/12 - 조회:18,376]
2007년 집값 전망에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쏟아지는 대책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승승장구하던 집값은 정부의 돈줄 죄기가 본격화되면서 소강 상태로 접어들고 있다. 여기에 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집값 잡기에 사활을 건 듯 반값 아파트부터 분양가 상한제까지 주택 시장을 뒤흔들만한 굵직굵직한 정책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실수요자들의 고민은 깊어만 가고 있다. 지금 당장 매수에 나서자니 상투를 잡는 것이 아닌지 걱정이 앞서고,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손을 놓고 있자니 영영 내집을 마련하지 못하는 건 아니냐는 불안을 떨칠 수가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부동산 표준 부동산뱅크에서는 최근 아파트 시세 추이와 현장에서 직접 발로 뛰며 건져 낸 시장동향, 여기에 무주택자들의 내집마련 전략까지 더해 2007년을 맞은 대한민국 주택시장 현주소를 3회에 걸쳐 짚어본다.
잡기가 무섭게 다시 뛰어 오르던 아파트값에 제동이 걸렸다. 참여정부 들어 수위를 높여오던 금융규제가 본격 가동된 지난 11.15대책 이후 전국 집값은 8주 연속 오름폭을 줄이며 본격적인 약세장 진입을 알린 것이다.
현재 나타나고 있는 상승률 둔화가 겨울철 비수기에 으레 나타나는 계절적 현상이라는 점과 과거 같은 기간 집값 추이와 비교했을 때 오히려 그 오름폭이 크다는 데서 성급한 판단은 금물이라는 지적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어떤 대책에도 꿈쩍도 하지 않고 폭등에 가까운 오름세를 이어오던 집값에 일단 제동이 걸렸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그 어느 때보다 거센 버블 논쟁도 현재 집값 추이에 주목해야 할 충분한 이유가 된다. 지금과 같은 약세장을 이어가다 집값이 마이너스로 돌아섰을 때의 파급력은 과거 어느 시점보다 클 것으로 점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뱅크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2주 주간 1.48% 상승하며 고점을 기록한 전국 집값은 8주 연속 오름세가 둔화돼 2007년 1월 첫주 0.30%의 변동률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울 집값도 주간 1.78%에서 0.38%로 가파른 하락곡선을 그렸다. 경기도 역시 2.18%에서 0.42%로 상승폭이 둔화됐으며 1.95%의 변동률을 기록했던 신도시도 8주 후에는 주간 0.14% 소폭 상승하는데 만족해야 했다.
서울의 경우 비강남권보다 강남권의 낙폭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집값 급등에 불안감을 느낀 수요자들이 대거 매수에 나선 것과 재건축 단지 상승세가 맞물리며 지난 11월 2주 1.74%의 변동률을 기록했던 강남권은 11.15대책 발표와 동시에 상승세가 큰 폭으로 꺾였다. 반면 비강남권은 강남권보다 한 주 더 상승세 증가를 이어가며 1.86%의 변동폭을 보인 후 완만한 상승세 둔화를 나타내고 있다. 결과적으로 11.15대책의 위력이 본격화된 지난해 11월 3주 이후 강남권 집값은 1.54%p(1.68%→0.14%), 비강남권은 1.35%p(1.86%→0.51%) 오름폭이 둔화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강남권 집값 약세는 재건축 단지 상승폭 둔화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난해 11월에 접어들며 한 주간 최고 2.60%의 높은 변동률을 기록한 재건축 단지는 2007년 들어서는 0.08%의 약보합세를 기록하는데 그쳤다. 11월 2주 전주대비 1.67% 오르며 재건축에 비해 한 주 늦게 고점에 다다른 일반아파트의 경우 2007년 1월 1주 시세에서는 0.4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즉, 비교적 완만하게 상승폭을 줄이며 연착륙을 시도하고 있는 일반아파트와 달리 재건축 단지의 경우 대책 발표와 동시에 오름폭이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분석해볼 수 있다.
서울 구별로 살펴보면 강남권의 고전과 노원구와 도봉구 등 소외지역으로 인식돼온 서울 강북 지역의 강세로 정리해볼 수 있다. 2007년 1월 1주 현재 11.15대책 발표 이후 7주간 구별 집값을 점검해본 결과 노원구와 도봉구는 각각 16.38%, 10.39% 올라 집값 약세장 속 나홀로 호시절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송파구(3.09%), 강남구(2.60%), 서초구(1.50%) 등 강남권 3개 구가 서울 집값 하락세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밖에도 용산구(3.19%), 영등포구(3.00%), 양천구(2.65%), 강동구(2.54%) 등 부동산 호황기에 상승장을 주도했던 블루칩 지역이 현재는 체면을 구기고 있는 것을 살펴볼 수 있다.
경기도에서도 역시 집값 강세 지역이었던 용인시와 과천시가 11.15대책 이후 현재까지 각각 5.54%, 5.10%의 변동률을 보이며 상승률 순위 하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신도시에서는 같은 기간 동안 산본이 6.42%로 가장 많이 올랐으며 중동(4.12%), 일산(3.31%) 순이었다. 분당과 평촌은 각각 2.67%, 2.66% 상승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그동안 집값 급등을 주도해온 인기 지역들이 일제히 맥을 못 추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 이는 11.15 대책의 핵심인 금융규제가 집중된 고가아파트가 몰려 있는데다 자금계획서 제출에 부담을 느낀 매수자들이 거래를 회피하며 거래자체가 실종된 탓이라는 지적이다. 여기에 재건축 단지가 하락세로 돌아선 것도 집값 약세에 한 몫하고 있는 것은 물론이다.
또 매수세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던 지난해와 달리 매수자들이 동면에 들어간 것도 집값 하락 국면에 중요한 작용을 했다는 지적이다. 이는 정부의 신도시 공급 계획과 민간아파트 원가연동제 등의 계획발표로 내집 마련을 미루고 눈치 보기에 들어간 수요자들이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처럼 매도호가와 매수호가 격차 증가에 따른 거래 실종과 대출 규제에 따른 고가 아파트 매수세 감소가 장기화될 경우 올 상반기까지 지난 한 해 이어온 아파트값 폭등장을 마감하고 약세국면으로 접어들 공산이 크다. 또 시장에 핵심 변수로 작용하는 부동산 대책이 집값 하락을 목표로 집중 투하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것도 부동산 시장 하향 안정세 전망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강남권에 비해 하락폭이 크지 않은 비강남권도 안심하기엔 이르다. 호가 위주의 가격 상승이 컸던 이들 지역의 경우 급등한 가격을 뒷받침할만한 매수세가 뒤따르지 않는다면 가파른 가격 하락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이 경우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 금융규제와 맞물려 조정장세 장기화도 점쳐볼 수 있다.
부동산뱅크 박영의 기자 momopc1@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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