③'DTI'가 집값 잡으려나?
[부동산뱅크 2006/04/08 - 조회:21,260]
지난 6월과 8월, 8.31대책의 일환으로 두 차례에 걸쳐 취해진 주택담보대출 강화 조치에 정부가 또 다시 칼을 댔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던 집값을 잡겠다는 의지와는 달리 특정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가격 불안이 재연될 기미를 보였기 때문이다. 이에 투기지역에서 조건부로 적용되던 DTI(Debt To Income ratio : 총부채상환비율) 개념이 본격화될 전망이다.
투기지역 6억 원 초과 아파트
조건부 DTI → 무조건 DTI 적용
이번 ‘주택담보대출 리스크관리 강화를 위한 추가 조치’의 핵심은 기존 조건부로 시행되던 DTI 개념을 전격 적용한 것에 있다.
지금까지의 주택담보대출은 담보 물건의 가치를 따져 대출을 해주는 LTV(Loan To Value ratio : 주택담보 인정비율)를 적용해 왔다. 즉, 담보 물건의 가격만 높으면 차주(借主 : 돈을 빌려 쓴 사람)의 소득과 관계없이 대출이 가능했던 것이다. 하지만 LTV만을 적용할 경우 그 비율을 줄여도 소득이 없는 배우자나 자녀의 명의로도 대출이 가능해 가수요를 막는데 한계가 있었다.
이런 문제점에서 나온 것이 바로 DTI 적용이다. 이는 Debt To Income ratio의 약자로 수입 비율에 따라 대출이 가능하다는 개념. 총 소득에 비례해 원리금을 갚을 능력이 있는 사람에게만 대출을 해준다.
예를 들어 연소득 5,000만 원의 차주가 7억 원하는 아파트를 산다고 할 때, LTV 40%를 적용하면 7억 원의 40% 2억 8,000만 원을 빌릴 수 있다. 반면, DTI 40%를 적용할 시 연소득 5,000만 원의 40%인 2,000만 원을 원리금을 상환하는데 쓸 수 있다.
년 2,000만 원이라는 금액은 약 2억 3,000만 원의 금액을 6.0% 금리로 20년 간 원리금균등조건으로 빌렸을 때 나올 수 있다. 또 같은 금리에 10년을 빌린다면 약 1억 5,000만 원 대출에 내야 하는 원리금. 웬만한 고소득자가 아니면 LTV를 적용하는 것보다 대출금이 줄어드는 셈이다. 때문에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소득이 없는 가수요가 몰리는 것도 차단하는 효과를 볼 수 있게 된다.
이에 지난 8월 발표된 ‘제2단계 주택담보대출 리스크관리 강화 조치’에서는 투기지역 내 6억 원 초과 아파트를 구입하는데 조건부 DTI를 적용했다. 30세 미만의 미혼 차주 및 배우자가 이미 주택담보대출이 있는 차주에 한해 DTI 40%를 적용, 대출에 제한을 둔 것이다.
그러나 이번 3.30대책에 따라 투기지역 내 6억 원 초과 아파트의 경우 조건 없는 DTI로 확대·적용하기로 결정됐다. 이에 주택담보대출을 받는 모든 사람은 DTI 40% 요건을 적용 받게 됐다. 또 단지 대출금 유입으로 인한 투기세력을 우려, 연소득 1억 원 미만의 근로자가 단기 일시상황방식 대출을 받을 경우 최대 본인의 연소득과 같은 금액만큼 빌릴 수 있게 조치했다.
좋은 취지 불구 허점 투성이
악용할 때는 손 쓸 방법 전혀 없어
이번 금융감독당국의 조치는 소득이 없는 사람이 무리하게 아파트를 구입, 부동산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것을 원천적으로 막는다는 좋은 취지에도 불구하고 ‘허점 투성이’ 대책이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에게 가장 많은 지적을 받는 부분은 3개월만 사채를 사용하거나 주변에서 차용할 경우 DTI를 적용할 방법이 전혀 없다는 점이다. 소유권 이전등기 후 3개월 이후에 취급되는 대출은 주택구입자금대출이 아닌 일반담보대출로 간주돼 DTI가 아닌 LTV 적용을 받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에서는 “소유권 이전등기일로부터 3개월이 지난 경우라도 담보권(가등기 포함)을 설정하고 돈을 빌렸을 경우 담보권을 해지하기 위한 대출에는 DTI 요건을 적용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담보권 설정을 하지 않았을 때 단속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빌릴 정도면 금액이 꽤 클 텐데 아마도 담보권 설정이나 가등기를 해놓지 않겠냐”며 “차주가 아무런 조치도 하지 않은 채 이러한 규정을 악용한다면 사실상 막을 방법은 없다”고 말했다.
대출금을 최대화 하기 위해 장기로 계약을 맺은 뒤 중도에 상환하는 문제점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서도 금융당국은 “중도상환수수료가 합리적인 수준에서 부과되고 있는지를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문제가 발 생하면 추가로 대응하겠다”는 입장. 그런데 이에 대해서도 금감원 측은 “그 외 뾰족한 대책은 아직 없다”고 밝혀 별 다른 해결 방법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현재 소득을 가지고 대출해주는 게 과연 시장 안정화에 효과가 있는지도 의문시되고 있다. 지금과 같이 불안정한 고용 시장에서 지금 소득이 있다고 대출금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보장되냐는 것. 이를 풀이하면 어차피 능력 보장이 안 되는데, 굳이 DTI를 도입해야만 하냐는 지적인 셈이다. 역으로 10년 이상의 장기대출을 받을 경우 소득이 늘어나는 게 일반적인데 이는 계산이 안 된다는 문제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소득은 앞으로 감소할 수도 있고, 증가할 수도 있다”며 “감소한다면 연체 등의 문제로 은행의 건전성이 악화되겠지만, 은행에서 채권 관리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서 “반대로 소득이 늘어난다면 대출 증액은 안 되지만 중도 상환 후 재대출을 받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추가 대출을 위한 중도상환 시 수수료가 부과되는데다 이에 대한 대책도 없어 두고두고 논란거리로 남게 됐다.
부동산뱅크 박선옥 기자 pso9820@neo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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