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뱅크 2008/06/11 - 조회:23,637]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 했던가?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비유되며 승승장구하던 강남 재건축시장의 추락이 심상치 않다. 지난해 12월 대선을 전후해 매수세가 살아나는가 싶더니 3월 이후 병든 닭마냥 골골대고 있는 모양새다.
시장이 뇌사 상태에 빠지면서 가격도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 부동산뱅크에 따르면 강남권(강남·강동·서초·송파구) 재건축아파트값은 2007년 1월 3주 3.3㎡당 3,872만 원을 마지막으로 밀리기 시작, 5월 마지막주 현재 3,683만 원까지 뒷걸음친 상태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3,805만 원까지 회복하기도 했지만 재건축 규제완화에 대한 기대감이 실망감으로 바뀌면서 반등에는 끝내 실패한 것이다.
이렇듯 반짝 상승 후 오랜 침체가 계속되면서 ‘버티면 오를 것’이라던 집주인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지게 됐다. 참여정부는 차치하더라도 기대하던 실용정부에서도 당최 재건축 해법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매수희망자들도 언제가 될 지 모를 매수타이밍을 파악하느라 골머리를 썩히기는 마찬가지다. 어느 순간 저점을 찍고 가격이 튀어오를 지 예측할 수가 없어서다. 이에 대한민국 부동산표준 부동산뱅크에서는 4회에 걸쳐 강남권 지역별 재건축아파트값 전망과 이를 기초로한 매매타이밍 분석을 싣는다.
이동평균선으로 집값 예측 가능
부동산 거래시 언제 사야하고, 언제 팔아야 하는 지를 가늠하는 것만큼 어려운 문제는 없다. 그러나 현재 시장이 상승 국면인 지, 하락 국면인 지만 파악하면 문제는 의외로 간단하게 풀릴 수 있다.
앞으로의 펼쳐질 국면은 주가 예측에서 가장 폭넓게 쓰이는 이동평균선 개념을 빌려와 전망해볼 수 있다. 이동평균선이란 일정 기간 매매값의 평균수치를 선으로 연결해 놓은 것으로, 과거의 평균 수준과 현재를 비교하여 미래의 움직임을 내다보는 방식이다.
이때 과거의 평균 수준은 단기, 중기, 장기로 나눠볼 수 있다. 주식에서는 보통 5일, 20~60일, 120일로 구분하지만 반응성이 더딘 부동산의 특성상 여기서는 3개월, 6개월, 12개월로 분류했다. 즉, 각각 해당 월을 포함한 이전 3, 6, 12개월간 3.3㎡당가의 과거 평균값을 선으로 이은 것이다.
이렇게 계산된 이동평균선은 통상적으로 현재가가 장기→중기→단기선을 뚫고 위로 위치하면 상승장으로, 반대로 현재가가 단기→중기→장기선 아래로 향하면 약세장으로 해석한다. 전자의 경우 단기와 중장기선이 현재가격을 밑에서 받치고 있기 때문에 일시적으로 가격이 하락한다고 해도 반등할 가능성이 크다. 과거 평균선이 가격 지지선으로 작용하는 덕분이다. 반면, 현재가격이 장기, 중기, 단기선보다도 아래에 위치했다면 시장 지지선이 무너졌다고 볼 수 있다. 다시 말해 일시적으로 집값이 상승했다 하더라도 중장기 매매가의 저항을 받아 상승세가 꺾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강남 재건축 올해는 매수타이밍 없어
이 같은 개념을 통해 강남 재건축아파트의 매매타이밍을 따져본 결과, 지난 5월 현재 3.3㎡당 매매가가 단기, 중기, 장기선을 모두 뚫고 주저앉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본격적인 하락장을 알리는 신호로 가격이 아직 바닥을 찍지 않았다는 얘기다.
사실 강남 재건축아파트는 1998년 외환위기에도 불구하고 단기와 중기는 물론 장기이동평균선 아래로도 내려가지 않았을 만큼 철옹성 같은 시세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2003년 ‘10.29’라는 고강도 대책의 영향으로 이듬해 5월에는 단기선 아래로, 6월에는 중기와 장기선 아래로까지 가격이 무너지는 경험을 해야했다. 그 후 2005년 1월 바닥을 찍은 강남 재건축아파트값은 꼭 8개월만에 단기와 중기선을, 9개월만에 장기선을 정복하며 2005년 3월 완벽한 상승장으로 접어들었다.
따라서 위와 같은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의 하락장도 최소 올 하반기까지는 이어질 공산이 크다. 연말에 바닥을 찍고 내년 상반기 반등을 시도하는 시나리오가 가능해지는 것이다. 바꿔 말해 매수 희망자라면 하반기까지 느긋하게 기다려도 되는 셈이다.
한편, 주요 개별단지의 매매타이밍을 보면 개포동 주공1단지는 지난 5월, 대치동 은마는 지난 4월 매도타이밍을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개포주공1단지의 경우 4월까지만 해도 장기이동평균선을 지지를 받았지만 5월 그마저 무너진 양상을 띠었다. 또 강남 재건축시장의 바로미터 역할을 하는 대치은마는 지난해 12월부터 약세를 보이다 올 4월 결국 매매가가 단기, 중기, 장기선 아래로 향했다.
즉, 재건축 시장에 특별한 전환점이 없는 이상 이들 아파트의 가격이 당분간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일각에서 제기한 바닥론만 믿고 급하게 매수에 나설 필요가 없다는 말이다.
반면 개포동 시영은 관망세를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현재가가 3월에는 단기선, 4월에는 중기선 밑으로 내려간 상태지만 최후의 지지선인 장기선이 아직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지난 10년간의 개포시영 이동평균선 추이를 살펴보면 여타 재건축 단지에 비해 하락기간이 짧다는 특징이 있다. 가격이 떨어졌다가도 금방 회복했다는 뜻이 된다. 최근 재건축시장의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매수를 서두를 필요는 없지만 예의주시해 살펴볼 필요는 있는 셈이다.
<부동산뱅크 박선옥 기자 pso9820@neonet.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