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뱅크 2009/01/09 - 조회:10,647]
A아파트 예비입주자 박모씨(42, 여)는 시공사가 보낸 사전점검일 통지를 받고 설레임이 앞섰다. 결혼 18년 만에 처음 마련한 집으로의 입성이 두 달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처음부터 꼼꼼한 준비를 하고 싶었던 박씨는 아파트 거주 경험이 많은 친구에게 동행을 부탁했고, 카메라, 면장갑, 세수대야, 분양 당시 카달로그까지 빠짐없이 챙겼다.
◆ 사전점검, 카달로그와 틀린 그림 찾기
박씨는 아파트에 들어서자마자 분양 당시 받았던 카달로그를 펼쳐 들고 다르게 시공된 곳은 없는지 꼼꼼히 살펴봤다. 사실 박씨의 계약서 상에는 면적의 증감이나 견본주택의 제품이 실제 설치된 제품과 다를 경우 이의를 제기하지 못한다는 조항이 있었다. 그러나 친구를 통해 이가 불공정 약관으로써 효력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확실히 체크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박씨는 현관 도어록을 여러 번 여닫아보고, 도장이 긁히지는 않았는지 타일이 정렬로 붙어있는지 등을 확인했다. 거실에서는 벽, 천장의 벽지와 벽지 사이가 뜨거나 겹치지는 않았는지 균열이 간 곳은 없는지 등을 살폈다. 또 실내온도 조절기, 등기구, 인터폰 등을 작동시켜보고, 유리 창문틀 고정상태를 점검했다.
각 방에서는 붙박이장 주변 도배나 마감처리 상태를 유심히 살폈다. 붙박이장에는 곰팡이가 쉽게 번식하고, 앞 천정은 붙박이장을 설치하는 과정에서 찢어지기가 쉽기 때문이다. 방문과 창문도 4~5번씩 여닫아보고 틈이 벌어져 삐그덕 거리거나 공기가 새어 들어오지는 않는지 확인했다.
주방에서는 부엌 찬장 등 수납장의 서랍 개폐 상태를 체크하고, 주방 후드의 정상적인 작동을 시험했다. 이와 함께 싱크대와 가스렌지 주변 타일이 방열제로 처리돼 화재의 위험을 최소화했는지 확인하고, 싱크대의 물을 틀어 배수 여부도 살폈다.
욕실 및 베란다, 다용도실 등도 마찬가지로 물을 뿌려봄으로써 배수구 쪽으로 물이 잘 빠지는지를 확인했다. 특히 욕실에서는 환기시설을 작동시켜보고, 변기, 세면대, 욕조 등이 깨지지는 않았는지 주위 코팅 마감상태 등을 점검했다. 발코니에서는 우선 면장갑부터 끼고, 천천히 위 아래를 만져봤다. 혹 같은 게 만져지거나 균열은 없는지 꼼꼼히 확인하고, 발코니 창문 위쪽이나 아래쪽에 정품을 뜻하는 ‘K’마크가 있는지를 살펴봤다.
◆ 하자발생, 내용증명 & 사진 ‘찰칵’
이렇게 점검을 하던 중 박씨는 화장실 바닥과 몰딩이 맞닿은 부분의 타일이 깨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우선 박씨는 입주자점검확인서에 이를 기재하고 사진을 찍었다. 또 이를 시공사에 내용증명으로 보냄으로써 향후 발생할 수 있는 분쟁을 준비했다.
박씨처럼 입주자 사전점검기간이나 입주 후에 발견된 하자는 하자보수기간 내일 경우 시공사에 보수를 요구할 수 있다. 하자가 발견된다면 즉시 보수를 요청하는 것이 좋고, 공통된 하자가 다수의 가구에서 발견됐을 경우 입주자대표회의를 통해 대처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주택법 시행령에 따르면 하자담보책임기간 내 하자발생에 의한 보수요구가 있을 경우 사업주체는 하자보수요구를 받은 날(하자판정결과를 통보 받은 날)로부터 3일 이내 하자를 보수하거나 하자보수계획을 입주자 등에게 통보해야 한다. 여기서 하자보수기간은 하자대상의 시설 공사별로 담보책임기간이 다르게 나타나는데 유리공사 칠공사 도배공사는 1년, 타일공사 단열공사 옥내가구공사 난방ㆍ환기공사 급ㆍ배수 위생설비공사는 2년이다.
만약 사업주체가 보수공사를 미룬다면 사용검사권자에게 이를 문서로 알리는 것이 좋다. 하자 여부를 확인한 사용검사권자는 사업주체에게 보수명령을 내리게 되고, 정해진 기간 내 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입주자나 입주자대표회의는 하자보수를 위해 사업주체가 준비해둔 하자보수보증금을 사용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 입주 전 일주일부터 입주 후 한달
다행히 박씨의 경우 보수 신청 후 3일 내 이가 처리됐고, 순조로운 입주 준비가 이어질 수 있었다. 이사 1주일 전에는 우편물 배달이전신고를 하고, 신용카드 및 의료보험카드 주소지 를 옮겨놨다. 전화는 해당 거래 업체 고객센터(한국통신의 경우 국번 없이 100)를 이용해 이전신청을 마쳤고, 신문, 우유 등도 배달을 중지했다. 또 이사 1~2일 전엔 도시가스, 에어컨, 위성안테나 등을 전문업체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철거하고, 세탁소에 맡겼던 세탁물도 전부 찾아왔다.
이사하는 날. 박씨는 불필요한 물건들을 정리함으로써 이사비용을 줄였다. 냉장고, TV, 가구 등 부피가 큰 쓰레기들은 동사무소에 처리비용을 지불하고 신고필증을 붙여 집 앞에 내놓았다. 이 밖에 재활용 가능한 물건들은 관리실에 문의 후 이웃 아파트 단지 내 쓰레기 분리수거 하는 곳에 버렸다.
박씨가 이사를 결정한 날은 입주지정기간을 일주일 남기고서였다. 입주초기 주말과 공휴일에는 단지 내 이삿짐 차량이 많고, 승강기 사용에도 불편함이 따르기 때문이다. 이삿짐을 옮기면서 박씨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관리사무소 직원과 함께 전기, 가스, 수도 등의 계량기 검침량을 확인하는 것이었다. 시공사가 청소나 시운전 등을 하다 보면 전기와 물을 사용할 수 있어 입주 시까지 부과된 공과료는 시공사가 부담하도록 돼있기 때문이다.
이사 직후 아이들 전학수속과 14일내 해야 하는 전입신고도 마쳤다. 중학생인 딸은 전학용 재학증명서를 발급받아 해당 교육청에 냈고, 고등학생인 아들은 새로운 주소지의 주민등록등본을 떼어 해당 교육청에 제출해 학교를 배정 받았다. 전입신고는 세대주인 박씨의 남편이 시간이 없어 박씨가 자신의 신분증과 함께 남편의 도장, 신분증을 챙기고 동사무소에 방문해 이를 처리했다.
부동산뱅크 김경진 기자 myoversun@neonet.co.kr
